‘하트시그널3’, 드라마보다 더한 몰입감.. 하지만 현실의 틈입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제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3>는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연초까지 한 달 동안 출연자들이 함께 지낸 그 과정들을 편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하트시그널3>는 매 회가 드라마보다 더한 상황들을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연애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지만, 우리가 흔히 사랑이나 호감으로 부르는 그 감정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또 변화해가는가를 볼 수 있는 다소 실험적인 관찰카메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첫 만남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시그널 하우스에 들어왔던 박지현은 그런 미소 하나만으로도 남성 출연자들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고, 그래서 초반 <하트시그널3>는 박지현과 그의 마음을 초반에 사로잡은 천인우에게 집중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후 다른 출연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긴 했지만 전체의 흐름을 보면 단연 천인우와 박지현의 이야기가 이번 시즌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지현과 천인우가 계속 끝까지 그 감정을 이어갈 것이라 여겼던 그 판단은 김강열이라는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균열을 만들었다. 이상하게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과정에서 천인우가 어쩔 수 없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김강열과 데이틀 하게 된 박지현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마침 천인우 역시 이가흔의 적극적인 공세로 흔들렸다.

하지만 천인우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박지현에게 다가가려 할 때 이미 그는 김강열과 가까워져 있었다. 이가흔마저 천인우의 이런 변화에 마음을 돌려버리자 천인우는 괴로운 상황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박지현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한 천인우는 이제 포기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 반전이 일어났다. 그런 거절을 한 것이 못내 마음에 남았던 박지현이 천인우에게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만난 자리에서 서로 나누지 못했던 말들을 꺼내놓으며 눈물까지 흘리게 된 것. 결국 천인우의 순애보에 가까운 마음은 박지현의 마음 또한 되돌리게 했다.

이처럼 <하트시그널3>는 인물 사이의 우연과 필연이 만나서 생겨나는 감정의 변화를 보여줬고, 이런 변화에 대해 패널들이 저마다의 해석을 더함으로써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시켰다. 대본이 존재하지 않는 실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판타지를 자극하는 달달한 감정의 이야기들을 깨고 들어오는 건 끝없는 현실의 틈입이었다. 방송 전부터 논란이 됐던 출연자들의 인성 관련 이야기들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었고, 실제로 김강열은 여성을 폭행했다는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까지 함으로써 그 같은 과거가 사실이라는 걸 드러내기도 했다. <하트시그널3>의 중반 이후부터 이야기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온 김강열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현실의 틈입은 프로그램으로서는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해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하트시그널3>는 아주 작은 인성 논란에도 그 타격이 적지 않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달달한 연애 감정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달달함과는 전혀 다른 현실의 이야기가 들어오면 씁쓸함이 배가 된다. <하트시그널3>는 그래서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이지만, 그만큼 무거운 짐을 가진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출연자 사전 검증에 대한 요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던 바다. 매 시즌마다 등장했지만 돌아오는 시즌마다 논란을 겪는 출연자들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만일 이 부분만 완벽하게 검증될 수 있다면 이보다 괜찮은 프로그램도 없을 게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방송과는 달리 다른 매칭으로 연결된 출연자들의 달달한 데이트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와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상황을 보다 보면 이런 바람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어떤 제작진이 일부러 논란을 가진 출연자를 출연시키려 할까. 방송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논란들은 어쩌면 이런 일반인 출연자를 세우는 프로그램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프로그램이 편집과 연출을 통해 극대화시킨 판타지의 몰입감이 큰 만큼 현실과의 괴리 또한 커지면서 생겨나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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