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인턴’이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이야기의 흐름이 시원시원한 작품은 아니다. 그 때문에 매 회차마다 지루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인턴>은 도드라지는 장점이 있는 작품이다. 우선 악질 꼰대 이만식(김응수)이 부하 직원이었던 가열찬(박해진) 밑으로 들어가 인턴이 되는 설정부터가 흥미로웠다.

또한 <꼰대인턴>은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동시에 21세기 인턴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려는 의도에도 충실했다. 어쩌면 그 의도 때문에 드라마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도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꼰대인턴> 제작진은 단순히 시청률만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의미 있는 메시지를 위해 그런 부분을 감수하지 않았나 싶다. 대신 <꼰대인턴>은 비록 무거운 소재가 종종 가미되지만 주연배우들을 개그캐릭터화하면서 그 무거움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가열찬을 연기한 박해진의 경우 오랜만에 코믹배우의 재능을 드러냈다. 그간 박해진은 로맨스나 멜로, 액션 등의 드라마에서 차가운 얼굴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과거에 그는 몇몇 작품들에서 코믹 연기를 곧잘 소화했다. <꼰대인턴>의 가열찬은 허우대 멀쩡한 순둥이 모범생 너드에 가깝다. 박해진은 오버하지 않으면서 적정선에서 가열찬의 캐릭터를 코믹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해진은 <꼰대인턴>을 통해 본인의 연기감각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꼰대인턴>에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키를 쥐고 있던 인물 이태리를 연기한 한지은 역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JTBC <멜로가 체질>에서부터 엉뚱한 매력으로 연기했던 이 배우는 <꼰대인턴>에서 확실하게 주인공의 능력치를 나타냈다. 한지은은 순정만화 같은 얼굴을 명랑만화 같은 표정과 몸짓으로 비틀면서 새롭고 엉뚱한 매력을 발산했다.

또한 한지은의 이태리는 때수건으로 시원하게 묵은 때를 밀 듯 인턴사원의 고충을 토로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성격과 흡사해 자칫하면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지은은 이 상황들을 본인의 캐릭터로 재소화 해내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의미 있지만 흔한 장면들이 이 배우를 거쳐 의미 있으면서 인상적인 장면들로 다시 만들어졌다.

한편 <꼰대인턴>의 아이콘 이만식은 김응수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사랑받지 못했을 것 같다. 초반부 온갖 꼰대질을 하던 이 인물이 뒤로 갈수록 달라진다 하더라도 미운 털이 쉽게 빠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노련한 장년의 배우 김응수는 그걸 해냈다. 또한 김응수는 <꼰대인턴>을 통해 중장년 연기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했다.

극초반 김응수의 꼰대질 연기는 리얼리즘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인턴사원 겸 스파이로 가열찬 밑으로 들어가면서 보여주는 그의 코미디 연기는 또 달라졌다. 특히 김응수가 그려내는 여러 상황에서의 표정연기는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능청, 삐짐, 행복, 분노, 얌체짓, 호탕함. 이 모든 연기에 각기 다른 표정연기가 들어갔다. 김응수의 저 세상 표정 연기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것이었다. 현실이 아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유바바가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표정 연기의 느낌이랄까?

이처럼 김응수는 표정연기를 통해 웃기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한 이만식을 만들어냈다. 그러니 초반에 보여준 연기의 미운 털이 빠질 수밖에. 여기에 더해 김응수는 가열찬과의 미묘한 브로맨스 코드, 젊은 직장인들과의 아빠 아들 코드, 뒤늦게 밝혀진 이태리와의 친부녀 코드까지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다. 비록 캐릭터는 꼰대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절대 꼰대가 아닌 유려한 호흡까지 보여준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각기 다른 코믹 연기를 하는 세 배우의 짝짜꿍 호흡은 <꼰대인턴>을 보는 큰 재미였다. 세 주연배우 모두 귀염성을 연기했지만 코믹연기의 방식은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박해진은 절제, 한지은은 독특, 김응수는 능수능란했다. 그렇기에 이 배우들이 호흡을 맞출 때 굉장히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개그 장면들이 만들어졌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꼰대인턴>이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은 이유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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