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같았던 ‘나혼산’ 유아인의 일상.. 뻥튀기마저 쓸쓸하네

[엔터미디어=정덕현]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화려한 성공을 거둔 한 배우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 담긴 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쓸쓸함 같은 게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비춰 보인 유아인의 일상에 담겼다. 쉴 새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커다란 집이나, 늘 손에 들고 다니며 먹는 뻥튀기, 함께 지내는 반려묘 도비와 장비를 위해 하기 싫어하는 목욕을 애써 시키는 모습과, 홀로 차려먹는 저녁, 비 오는 날 더더욱 인적 없는 곳을 걷는 산책과 가득 채워져 있지만 풍요롭기보다는 어딘지 버거워 보이는 옷들과 신발들까지 유아인의 일상은 특별하면서도 지극히 평범했다.

그 화려함이 이토록 쓸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나 혼자 산다>가 담아낸 유아인의 하루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하필이면 비가 내리는 저녁, 혼자 빗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만든 골뱅이무침과 호박전에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건 로망을 건드리는 장면이어야 하지만, 어딘지 유아인이 하는 그 모습에서는 고독감이 묻어났다. 3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그 거대한 집이 화려함보다는 그만큼의 빈자리가 더 많이 보였던 것처럼.

뻥튀기를 습관적으로 씹는 모습은 그래서 이 한 편의 단편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실존이 담긴 은유처럼 보였다. 커다랗게 부풀려 놨기 때문에 꽤 오래도록 씹어 먹을 수 있지만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기보다는 어딘지 공복감이 더 커지는 뻥튀기처럼, 유아인은 거대한 집이나 좋은 차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같은 게 채워줄 수 없는 존재의 갈증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그래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채워지지 않는 어떤 갈증을 무엇으로 채워 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구도자의 길처럼 느껴졌다. 빗살이 빠져버린 우산을 들고 빗물에 축축이 젖어가는 발이 주는 처연함이라니. 서울의 야경을 잠깐 들여다보고 돌아와 갑자기 신지 않는 신발들을 정리하고, 옷가지를 꺼내 놓고, 박스도 챙겨보려다 매듭을 짓지 않고 내버려둔 모습도 이 한 편의 단편영화가 전하려는 요령부득의 삶의 실체가 담겼다.

이사 준비하면서 하는 생각이 삶을 잘못 살았다 이런 생각? 겉은 번지르르한데 전혀 정리가 안 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유아인은 그렇게 더 큰 집을 사고 그 안을 뭔가로 가득 채우고 하는 삶이 이제는 족쇄같다고 말했다. 그게 족쇄가 된 건 그것들이 진정한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진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몸뚱이라는 하나인데 왜 그렇게 많은 게 필요했을까. 발은 땅에 붙었는데 왜 그렇게 높은 곳이 필요했을까.’ 핸드폰에 적어 넣은 유아인의 그 짧은 글에서는 그런 족쇄를 훌훌 털어버리고 좀 더 실체적인 삶의 충만을 느끼고픈 욕망이 담겨있다.

뭔가 키우고, 더 많고, 신발들 사 모으고, 옷 사 모으고, 더 큰 집으로 가고.. 이런 것들이 그 순간에는 내가 괜찮은 인생처럼 느껴지니까, 그런 것들로 순간순간의 인생을 땜빵을 하는 거죠. 그러다 그것이 땜빵이 안 되는 거지. 뭔가 잃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숨 하나도 제대로 못 쉬는, 자기 몸 하나 제대로 통제 못하는 한 순간 편해지기도 어려운 삶. 잘못된 습관으로 범벅이 된 초라한 인간일 뿐인 거죠.”

유아인의 이 말은 이 한 편의 단편영화 같은 일상이 슬쩍 끄집어낸 우리네 실존의 정체를 드러낸다. 누구나 결국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것이고, 그래서 그 외로움이니 허전함을 채워 넣기 위해 끝없이 뻥튀기 같은 허허로움을 입 안에 습관적으로 넣고 있지만 결국 본질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어떤 화려함도 그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는 걸 그는 말하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다 똑같이 마주하는 삶의 실체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유아인은 대중들이 막연히 상상하며 때론 부러워하기도 했을 그의 일상이 그 뻥튀기 같은 겉모습을 벗겨내면 누구나 같은 혼자의 삶이라는 걸 보여줬다. 물론 그렇게 혼자이기 때문에 무지개 회원들처럼 함께 모여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려 하는 것이지만. 외로워도 피하지 않고 진짜 자신을 대면하려 애쓰는 유아인의 행보에서 어떤 위로 같은 게 느껴진 건, 그것이 어떤 겉모습으로 살아도 우리 모두가 똑같이 마주하게 되는 실존이라는 걸 그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우리는 결국 그렇게 누구나 혼자 살아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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