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파더’, 편집본 괜찮은데 굳이 생방송 고수할 필요 있나
‘백파더’, 차라리 인터넷 생방송 후 편집본을 내보내는 건 어떨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예능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는 2회에서도 여전히 생방송을 고수했다. 첫 회는 양세형이 방송 후 맥이 풀릴 정도로 거의 방송사고에 가까운 생방송이 나간 바 있다. 무려 90분 동안이나 하는 생방송이지만, 그 시간 동안 밥을 안치고 반숙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요리 초보자들 49명을 화상으로 연결해 생방송하다보니 목소리가 섞이기도 하고 음향 상태가 고르지 못해 잘 안 들리기도 하는데다, 영상도 영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과 이런 생방송이 처음인 백종원, 양세형이 주고받는 멘트들도 어딘지 합이 잘 맞지 않아 시간을 소비하는 통에 방송이 끝나는 시점에는 마치 시한폭탄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만들어졌다. 갓 지은 밥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보여주는 게 마무리가 되어야 하고 다음 주 주제인 두부를 알려줘야 하는데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었다.

2회는 그래도 첫 회보다는 나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생방송의 무리함은 여전했다. 두부김치를 하는 과정들은 칼 잡는 법에서부터 두부 자르는 법, 심지어 사온 두부 포장 벗기는 법 같은 것들까지 세세하게 다루는 통에 시간은 또 빨리도 지나갔다. 결국 구운두부김치를 할 때는 화상으로 참여하신 어르신과 대화를 하다 백종원도 두부를 태워먹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생방송은 여러모로 무리였지만, 그래도 ‘백파더’는 의외의 재미 포인트가 있었다. 물론 그건 관전 포인트를 진짜 요리를 제대로 알려주는 정보에 두기보다는 ‘환장의 생방송 요리쇼’라는 예능에 더 뒀을 때 생기는 재미 포인트다. 90분 간 계란프라이 하나를 하고, 백종원도 두부를 태워먹는 이런 광경은 만일 그것이 의도된 것으로 담겨진다면, 마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같은 웃음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MBC라는 지상파에서 방송사고에 가까운 생방송을 보여주는 건 여러모로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매 회 조금씩 보완해갈 것이라고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1회의 편집본은 현재 ‘백파더’가 처한 상황을 간단히 넘길 수 있는 역발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단서를 준다.

확실히 50분 분량으로 압축되고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그 허둥지둥 대는 모습들까지 정돈된 방식으로 담겨진 편집본은 생방송과는 천지차이였다. 그건 생방송을 처음 접하는 백종원과 양세형의 심경도 들어있어 마치 이들이 시도하는 도전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고, 그들이 향후 생방송도 익숙해지는 그 성장과정 또한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요리초보자들로 참여하는 분들의 성장 또한.

그러니 굳이 지상파에서 생방송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인터넷으로 생방송을 하고, 다소 정신없고 땀을 빼는 그 과정들을 낱낱이 보여준 후 그 방송분을 편집해서 주말에 보여주면 훨씬 안정적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인터넷에서 먼저 공개되는 것을 다시 보여준다는 데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편집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가 얼마나 다른 것인가를 보는 재미 또한 분명히 있지 않을까.

인터넷 생방송으로는 ‘환장의 요리쇼’ 같은 느낌으로 예능적 포인트를 극대화하고 지상파 본방송에서는 좀 더 정돈된 방식으로 정보전달에 집중해주는 편집을 보여준다면 ‘백파더’가 하려는 의도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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