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의리보다 거리가 좋은 경우 보여주는 ‘손이차유’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가 성공적인 시즌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269회 자체최고시청률(12.1%)을 기록했는데 3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에 올라선 이후 11~12%대를 오가며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틀어 최상위권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방영 초반 불패를 자랑하는 김은숙 작가의 SBS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와 맞붙어 고전이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이겨내고 동 시간대 최강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은 이번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고정 멤버로 시즌 1, 2와 고창편 이후 또 다시 호흡을 맞췄다. 무인도나 다름없는 전남 완도군 죽굴도에서 늘 그러했듯 먹거리를 바다와 텃밭에서 구해 이를 요리해 먹고 지내는 자급자족의 삶을 보여준다. 유해진이 물고기 잡고 불 피우고 차승원이 요리하고 손호준이 보조하고 잡일하는 상황의 반복이다. 자극성이 없고 큰 웃음도 많지 않은 예능이지만 별 생각 없이 넋 놓고 보게 된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인기의 비결을 짧고 굵은 표현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묘한 예능이다.

물론 난이도가 꽤 있는 상당한 수의 요리들을 한 시즌 내내 능숙하게 해내는 차승원의 솜씨를 보는 맛은 있다. 음식 재료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해진의 도전기가 전하는 긴장감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측면도 있다. 편의성 높은 조리 시설, 넘치는 재료가 있는 도시와 비교하면 열악한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삼시세끼 어촌편>에는 거리 지키는 관계의 편안함이 호감을 더하고 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서로 말을 놓기는 하지만 호칭에서 이름을 부르거나 야자를 하지 않고 자기’, ‘처럼 성으로 부르면서 관계에서 지키는 부분이 있다. 손호준도 몇 년째 함께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하고 있어도 흔히 방송에서 쉽게 형동생이 되는 관계와는 달리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유지한다. 이런 관계의 특징은 게스트로 이서진이 등장하자 더 뚜렷하게 보인다.

이서진은 유해진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섬에 오는데 서로는 호칭을 사용한다. 처음 정식으로 인사하는 이서진과 차승원은 말을 친근하게 하려고는 하지만 완전히 놓지는 못한다. 유해진은 앞서 배우 황정민의 문자를 소개하는 에피소드에서 같이 영화를 여러 편을 찍었고 같은 빠른 1970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를 붙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 유해진, 이서진, 황정민 등은 연예계에서 빠른 년생들로 인해 족보 복잡하기로 유명한 1970년에서 1년 전후 생들이기는 하지만 그들 중에는 형동생이나 친구가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차승원과 유해진의 개인적 성향이 <삼시세끼 어촌편>의 인간관계 특징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의리나 끈끈한 인맥보다는 적당한 거리두기와 배려가 존재하는데 이는 프로그램의 장점인 편안함을 확대한다. 서로의 삶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조언하고 챙겨주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복잡하고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자칫 원치 않는 개입으로 관계의 부대낌과 피로감을 야기할 수 있는 일이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5>손이차유’(세 주인공의 성을 딴 호칭) 간 느슨하지만 존중하는 관계는 각자 일은 충실히 하고 서로 겹칠 때는 배려하는 형태로 자급자족 생활의 불편함과 많은 제약을 마찰 없이 이겨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유일하게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 듯한 차승원도 마찬가지다. 손호준에게 일을 막 시키는 듯해 보이지만 이는 일을 나눠 분량을 만들기 위함이고 하기 싫은 낚시를 할 때나 두부 만들 때처럼 요리가 잘 안되면 종종 짜증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뒤이어 상대에 대한 반복 칭찬이나 조크로 수습을 정확히 하면서 선을 지킨다.

그런 차승원을 유해진과 손호진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존중해준다. 한 에피소드에서 유해진이 주걱에 묻은 밥을 손으로 맛보자 차승원이 왜 그러냐 투덜댔다. 그러자 유해진은 차승원은 기복 있다. 차기복이다라고 던지는데 이는 투덜댐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상대를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우스개였다.

유해진은 이어 설정을 그렇게 하면 편하다라고 차승원을 편하게 해주자 차승원은 나는 젠틀하고 그런 거 다 알지 않느냐라고 너스레를 떨며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런 인간관계가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5>에는 제대로 된 따로 또 같이가 있고 편안함이 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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