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점포 올해만 140여 개 통폐합
지역·고객 특성 맞는 특화점포로 변신 가속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디지털·언택트(비대면)’ 바람이 거세지면서 시중은행들이 비용감축을 위해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들은 점포 수를 줄이는 한편, 지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역 특성과 고객 성향 등에 맞춘 이색·복합·탄력점포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은행은 올해 내 140곳 넘는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5대 시중은행 점포는 상반기에만 이미 95곳이 줄었고, 하반기에도 신한은행 6곳, 국민은행 15곳, 우리은행 15곳, 하나은행 10곳이 통폐합될 예정이다. 지방 점포 거점이 많은 농협은행은 하반기 점포 감축 계획이 아직 없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 강화’에 집중해왔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언택트’ 바람이 거세지면서 ‘비대면 전환’에 가속도가 붙었고, 은행들은 디지털 시장 선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으로 시중은행들은 점포 통폐합과 함께 지역 특성과 고객 성향에 맞춰 문화·예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점포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하는 특화점포를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운영하는 컬처뱅크는 카페, 서점을 비롯해 각종 공예 작품의 전시 및 판매, 유명 작가 및 감독 초청 토크 콘서트, 커피 테이스팅 클래스 등 은행과 문화콘텐츠가 어우러진 점포다. 특히, 지난해 말 오픈한 홍대 ‘H-PULSE’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야외공연장과 라운지, 셀프키친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이 은행 창구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오픈한 국민은행의 ‘서초동종합금융센터’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내부가 전통 한국 가옥처럼 꾸며진 이 지점은 전문적인 금융 세미나와 문화 관련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스타라운지’와 세무, 부동산 등 전문적인 금융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자문센터’가 있고, 2층과 3층은 고객들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상담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신한은행은 편안한 지점 분위기를 조성하고,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기 위해 ‘점포 디자인 표준안’을 개발하고, 이를 전 영업점에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 초 표준안을 처음으로 적용해 오픈한 고덕동지점은 1인용 의자를 도입하고, 창구 파티션을 높이고, 순번 표시 화면 위치를 고객 눈높이에 맞추는 등 편안한 분위기의 금융서비스 제공에 집중했다.

(왼쪽부터)하나은행 컬처뱅크 'H-PULSE', 국민은행 '서초동종함금융센터'/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하나은행 컬처뱅크 'H-PULSE', 국민은행 '서초동종함금융센터'/사진제공=각 사

이 밖에도 시중은행들은 은행·증권·환전·카드 등 금융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점포와 관공서·외국인 근로자·오피스 등이 밀집한 지역의 점포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하는 탄력점포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디지털·비대면 강화와 함께 비용감축을 위한 시중은행의 점포 통폐합은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각 은행이 모든 점포를 없앨 수는 없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 고객과 대출 심사나 복잡한 금융상품 판매 등은 여전히 대면 영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은행은 효율적인 점포운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이 더 빠른 속도로 변하는 등 요인으로 은행 점포 통폐합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남아있는 점포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지역 환경과 고객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특화점포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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