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파더’ 컬트 예능으로 소모되긴 너무 아까운 백종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새 주말 예능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가 생방송을 택한 이유는 분명 있을 거다. 우선 기존 백종원 콘텐츠와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했겠고, 백종원 콘텐츠의 시발점인 <마리텔>을 계승하는 차원도 고려했을 것이며, 올리브TV<집쿡 라이브>와 비슷하게 코로나 시대에 내놓은 맞춤 콘텐츠면서, 인터렉티브한 인터넷 미디어의 시청 방식을 차용하자는 미래지향적인 포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두 번째 생방송이 진행된 지금 <백파더>는 주말 저녁 시간에 컬트 예능에 도전하는 기이한 길을 걷고 있다.

전위적인 도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캐스팅 자체가 킬러콘텐츠인 백종원 카드로 컬트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실험정신을 높게 산다고 해도 지상파 주말 예능에서 3%대를 간신히 넘기는 시청률은 백종원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매우 곤란한 수치다. 심지어 동시간대에 경쟁프로그램은커녕 본방 자체가 없는 무주공산의 시간대에 편성됐으며 뒤에는 <놀면 뭐하니?>라는 4번 타자가 버티고 있다. 백종원이 출전 횟수가 적지 않음에도 MBC가 처한 어려움을 타파하고자 전격 등판한 구원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성적이다.

<백파더>의 초반 문제는 기존 백종원 콘텐츠가 적잖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런칭해야 하는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된다. 그 고민의 결과가 실시간 소통인 셈이다. 그러면서 요리 프로그램인데 완성품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연자인 백종원이 두부를 태워먹고, 요린이들의 엉망진창 난장판 요리를 끝으로 오디오 정리도 없이 부랴부랴 끝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컬트 예능이 시작됐다.

스토리텔링, 정서적 교감, 캐릭터, 정보. 이 네 가지의 신선함이 오늘날 성공하는 예능의 요소라 본다. 이 관점에서 따라 <백파더>를 보면 파격적 시도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우선 백종원과 양세형의 조합, 즉 캐릭터와 요린이들에게 요리를 알려주고 식재료 소비에 이바지하겠다는 선한 영향력, 즉 정서적 접근은 아무리 관대하게 봐도 SBS <만남의 광장>에서 공수해온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백파더>에서 그야말로 수습의 영역이다. 50여 팀의 요린이와 함께 생방송으로 요리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기술적으로나 전개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다. 생방 시간에 쫓겨 완결하지도 못한다.

게다가 양세형 말처럼 이 정도도 모르는 분이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요린이의 수준이 너무 낮다보니 정보성에서도 딱히 매력이 없다. 두부를 썰고 두부 김치를 만드는 데 1시간, 밥 안치고 달걀 프라이하는데도 1시간씩 소요되는 요리방송의 타겟은 여타 백종원 콘텐츠에 비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2회엔 충전수에 대한 설명부터 두부 굽는 법까지 유용한 정보가 훨씬 많아졌지만 쉬운 요리를 전파한 <마리텔>이나 유용한 실전 레시피를 알려준 <집밥 백선생>에 비해 대중적 매력은 여전히 떨어진다.

이 모든 걸 상쇄할 한 방으로 <백파더>가 내놓은 것이 순간을 공유하는 재미와 돌발 상황의 묘미가 있는 생방송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과 구성으로는 시청자들과의 원하는 만큼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10년 전 SBS <하하몽쇼>의 트위터 생중계부터 얼마 전 SBS <트롯신이 떴다>에서까지 예능에서 종종 이런 식의 일대 다 연결 방식의 소통 콘텐츠를 선보이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한결같이 시청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정작 소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그 소통의 주체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조각화면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면 시청자들은 소통에 참여할 여지가 더 줄어든다. <백파더>도 요린이팀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대략 산만해지고 정작 보고 싶은 백종원의 요리교실과 멀어지는 이유다.

기술적 세련미도 떨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요린이팀과 백종원이 대화를 할 때 시청자들은 그 대화를 한 템포 늦게 스튜디오에 있는 카메라로 줌인하거나 확대한 영상으로 보게 된다. 화질 면에서도 심각하고 연결 상태 불안정하며 딜레이도 생긴다. 이원 중계방송처럼 각각의 화면을 라인을 따서 시청자 친화적인 편집과 진행이 불가능하다면 요린이팀을 대폭 줄여서 스토리라인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는 소통이 아니라 백종원이 보여주고 잡아주는 레시피와 원포인트 레슨에 있기 때문이다.

첫 회가 끝나고, 양세형이 치른 고역은 사실 프로그램 대신 받은 악평이었다. 수준 높은 베테랑 뮤지션 노라조의 무대를 고의로 끊는 데서 재미를 찾거나, 황급한 마무리와 정리되지 않는 오디오 등 어수선함은 생방송의 묘미라기보다 설익은 느낌에 가까웠다. 양세형은 첫 방송 후 울었다고 말했지만 혼자서 오디오를 비우지 않고, 유려하게 소통하고 정리하고 지휘하기에 기술적으로도 구성상으로도 발휘할 묘가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고군분투했다.

두 번째 생방송에선 여유도 붙고, 몇 가지 문제들도 조정했다. 무엇보다 백종원 요리 시연에 포커스를 더욱 둔 점이 눈에 띄었다. 덕분에 두부 자르는 법, 칼 잡는 법, 밥 씻는 법, 계란 안 터지게 깨는 법, 접시 고르는 법, 곰팡이 핀 김치 활용법, 두부 김치 양념 등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요린이와 소통하거나 생방이 아니었으면 더 자세히 제대로 깊이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는 의문이 든다.

예능의 진보를 이뤄낸 <마리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본방 자체를 생방으로 진행하는 <백파더>의 대담한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라이브가 주는 재미는 위험 부담을 안고 진행하는 와중의 당황스러운 상황과 그걸 극복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데 있다. 그런데 <백파더>의 경우 무려 백종원 콘텐츠다. 이를 취하기 위해서 내줘야 하는 예능의 기본 요소들, 담지 못하는 백종원 콘텐츠의 정수가 너무나 많다. 요린이를 버리거나 줄이거나 생방을 포기하거나. 컬트적 도전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면 선제적인 전략 수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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