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세계 스릴러 ‘트레인’, 윤시윤이 윤시윤과 싸운다?
‘트레인’, 역시 OCN표 평행세계는 뭔가 다르네

[엔터미디어=정덕현] 또 평행세계다. 그런데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다뤘던 평행세계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새로 시작한 <트레인>에는 OCN표 드라마 특유의 색깔이 더해져 훨씬 다크한 스릴러의 살풍경이 담겨졌다. 12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과 뺑소니사고로 각각 아버지를 잃은 서도원(윤시윤)과 한서경(경수진)은 그 때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살인사건을 마주하면서 평행세계의 문을 연다.

한서경의 아버지가 목을 졸린 후 머리에 둔기를 맞은 채 죽은 사체로 발견되었고, 현장에서 사라진 목걸이가 뺑소니로 사망한 서도원의 아버지 유품에서 나왔다. 그건 서도원의 아버지가 한서경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주하다 뺑소니를 당해 사망했다는 추정을 하게 만든다. 서도원은 한서경을 오빠처럼 돌보고 그런 서도원을 한서경은 좋아하게 되지만 두 사람은 12년 전의 사건으로 인해 마음에 있어도 다가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흥미로운 건 평행세계의 문이 무경역이라는 폐역사로 들어오는 열차를 통해 연결된다는 점이다. 무경역에서 사체들이 발견되고 서도원은 그 연쇄살인이 지적장애를 가진 이성욱(차엽)의 범행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비 오는 날 폐역사인 무경역에 열차가 들어오고 그 사람이 나타나 사체가 담긴 가방을 버리고 간다는 것.

그 말을 듣고 무경역을 찾아간 한서경은 진짜로 들어오는 열차를 발견하고, 누군가 던져 놓은 가방을 열어보려다 총에 맞아 쓰러진다. 뒤늦게 그 곳을 찾아간 서도원은 죽은 한서경을 발견하고 오열한다. 하지만 그 순간 또 다른 평행세계에 멈춘 열차에서 내린 인물은 놀랍게도 바로 냉혹한 얼굴을 한 서도원이었다.

<트레인>은 평행세계에서 같은 인물이지만 서로 다른 선택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병치시키고, 그 접점으로서 연결된 무경역을 통해 두 세계의 인물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쪽 세계에서 아버지의 잘못을 부채감으로 안고 살아가며 마치 스스로에게 벌이라도 주듯 제 몸 돌보지 않고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살아가는 서도원이 있다면, 저 편에 존재하는 보기에도 냉혹하고 어딘지 범죄의 냄새를 풍기는 또 다른 서도원이 있다.

평행세계를 다룬 많은 콘텐츠들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는 삶을 살아가는가에 대한 문제를 드러낸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두 세계의 서로 다른 서도원의 삶은 아마도 과거 12년 전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두 세계의 접점인 무경역과 열차를 통해 서도원이 어떤 선택들을 하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트레인>은 평행세계의 접점으로서 열차가 오고가는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특별한 색깔을 갖게 해준 면이 있다. 폐역사가 주는 섬뜩하고 살벌한 분위기는 한때 많은 사람들이 오갔을 그 공간과 대비효과를 만들어낸다. 폐역사 위에 이리저리 어지럽게 남겨져 있는 철길들의 흔적은 또한 평행세계가 그려내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더 킹>에서 그랬던 것처럼, 두 세계의 같은 얼굴을 한 두 인물이 열린 평행세계를 통해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은 다소 복잡하게 여겨질 수 있다. 이 부분을 좀 더 명쾌하게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설득해주는 것이 우선적인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괜한 멜로보다는 OCN 특유의 스릴러에 집중해 긴장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모쪼록 이 열차로 연결되는 평행세계라는 색다른 지점들이 갖는 흥미로움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이어갈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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