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가 될 순 없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개그 달인 부부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1호가 될 수 없어>는 흔한 관찰예능의 방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각기 다른 세대의 개그맨 부부 세 쌍이 나와 그들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1호가 될 수 없어>는 기존의 관찰예능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렇기에 가끔 너무 호들갑스럽거나 여과 없는 성적인 대화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면서도 결국 킥킥 웃으면서 이들 부부들의 삶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들 개그맨 부부들은 각기 다른 세대인 만큼 결혼 생활의 방식 모두 다르다. 50대와 40대 그리고 30대 세 쌍의 부부 모습은 닮은 점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1호가 될 수 없어>는 결혼이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세대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준다.

50대와 40대의 부부는 이은형, 강재준 부부의 생활에 경악하지만, 이들의 에피소드는 높은 인터넷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한다. 젊은 층에게는 서로의 엽사를 찍으면서 철없는 친구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결혼 생활이 공감이 가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첫 회에서 보여준 개그맨 강재준의 상의 노출은 어떤 세대에게든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니긴 했다.

반면 팽현숙, 최양락 부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양락의 주도하에 팽현숙과의 결혼이 이뤄졌고, 살림꾼 팽현숙은 남편을 하늘처럼 떠받들며 살아왔다. 하지만 <1호가 될 수 없어>는 이런 부부의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팽현숙은 어느새 성공한 CEO가 되었고, 최양락은 나름 개그계의 황제인 네로였지만 이제는 아내의 뒤에서 구시렁거리다가 가끔 팽현숙에게 황당한 애교를 떠는 검은고양이 네로로 변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커플의 가부장적 부부 관계가 깨지고 다른 방식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40대 김지혜, 박준형 부부는 가장 현실적인 부부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육아와 삶, 거기에 부부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까지 모두 이들의 일상으로 들어온다. 이들 부부의 삶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들에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면서 볼만한 구석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1호가 될 수 없어>가 흥미로운 가장 큰 이유는 출연진들이 모두 개그맨이라는 데 있다. 뼛속까지 희극인인 이들은 관찰예능을 시트콤으로 스튜디오 녹화를 스탠딩코미디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더구나 아무리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라도 이들의 개그 욕심에는 양보가 없다.

최양락은 슬프고 감동적인 장면에 우스꽝스러운 찬물을 끼얹는 데 선수다. 반면 팽현숙은 조용조용한 성격으로 스튜디오 녹화에 임하다가 갑자기 욱하고 치미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한편 김지혜, 박준형 부부의 티티카카는 종종 생활예능을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으로 바꿔 버린다. 이은형, 강재준 부부는 가끔씩 누가 더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가가, 행복한 결혼생활의 척도인 듯 보일 때도 있다.

물론 <1호가 될 수 없어>의 끝판왕은 이 모든 요란스러움을 심플하게 정리하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박미선의 진행이다. <1호가 될 수 없어>는 박미선이 얼마나 MC로서 탁월한 진행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능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빵빵 터지는 유머코드와 박미선의 솜씨 있는 진행 덕에 <1호가 될 수 없어>는 빤한 일일극이나 시시한 주말극보다도 웃긴 가족 관찰예능이 되었다. 어쩌면 <1호가 될 수 없어>는 예능프로의 격전지인 수요일 밤이 아닌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시절의 KBS 주말극과 맞붙었다면 주말극을 위협하는 예능으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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