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시즌1 종영, 찐 음악 예능의 힘겨운 생존방식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KBS 토요 저녁 예능 <()인전>25일 방송을 끝으로 시즌 1을 종영했다. 만나기 힘든 레전드 음악인들의 고품격 음악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의도로 지난 4월 말 시작해 14회를 끝으로 시즌을 마쳤다. 마지막회에는 요즘 예능가 시청률 치트키인 <미스터트롯> 출신의 김호중이 등장해 역시 성악 전공 출신인 송창식과의 합동 공연한 데 힘입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청률 4%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김호중은 이날 1991년생답지 않게 송창식의 1970년대 명곡 비의 나그네’, ‘피리부는 사나이등 추억의 명곡들을 익숙한 듯 소화해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악인전>의 시즌 전반 성적은 시청률 2, 3%대를 오갔으니 다음 시즌을 확신하기 쉽지 않다. 14회 만의 종영은 부진한 성적 탓일 듯하지만 <악인전>은 시청률만으로 평가를 끝마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악인전>은 찐 음악 예능이었다. 한국 가요사의 거목인 송창식을 예능으로 끌어낸 것만으로도 점수를 받을 일이고 또 다른 악인인 송가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 작업과 합동 공연을 보여준 것도 음악 예능이 갈 길에 충실했다.

예능이니만큼 초반에는 재미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듯하다. 개그맨 김준현, 문세윤, 붐 등이 송창식의 파트너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김숙을 제외하고는 개그맨들이 하차했고 프로그램은 음악을 전달하는데 더 집중했다.

MC인 이상민도 방송이 거듭될수록 웃음기를 쫙 뺀 채 역할을 최소화하고 음악적 진행에만 집중했다. 과거 <음악의 신>에서 병맛 개그로 부활했던 이상민을 <악인전>에서 만났을 때 <음악의 신>과 비슷한 흐름이 있지 않을까 했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처럼 웃음을 줄인 <악인전>은 크게 두 축으로 음악의 재미를 전하려고 했다. 음악 만들기와 공연이다. 만들기는 서로 다른 음악인들끼리 접점을 찾아가며 곡을 만들고 녹음하는 과정을 다뤘다. 송가인과 이상민, 제시와 이상민 등이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해가는 과정에는 긴장과 대립도 있었지만 결국 거리를 좁혀가며 곡의 완성을 위해 나아갔다.

음악 만들기에서는 추가로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는 과정도 다뤄졌다. 이 부분은 트로트를 해온 송가인의 변신 쇼이기도 했다. 힙합 음악과 격한 안무에 적응하는 과정과, 화려한 의상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을 통해 송가인의 팬 여부와 상관없이 흥미를 느낄 만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졌다.

이처럼 음악 만들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악인전> 핵심은 결국 공연이었다. 송창식의 명곡들을 다시 원곡으로 듣는 것도 값진 공연이지만 송창식X송가인 고래사냥’, 제시X송가인 인생은 아름다워’, 송창식X윤도현X강승윤 담배가게 아가씨처럼 원곡자가 다른 뮤지션들과 펼친 합동 무대들은 음악적 변주의 재미를 풍성하게 선사했다.

가창 콜라보만이 아니라 협연의 재미도 추구했다. 기타 명인 함춘호와 신세대 재능 뮤지션 헨리가 함께 합 맞춰 선보인 다양한 연주들은 이후 또 다른 협연의 에피소드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시청자라면 콜라보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을 듯하다.

김광석과 얽힌 각자의 옛 사연을 소개한 13회처럼 레전드들이 다른 전설의 음악인들과의 인연을 꺼내 종종 들려주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다. <악인전>은 트로트, 포크, , 발라드, 댄스, 하이브리드까지 다채로운 음악들이 방송을 채웠다. 그러다 보니 세대와 취향을 아울러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예능 프로그램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악인전>은 음악을 웃음의 보조 수단으로 쓰는 일반적인 예능과 달리 음악 감상의 즐거움이 최우선이었다. 버스킹 프로그램인 JTBC <비긴어게인>이나 뮤직 토크쇼인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쪽으로 좀 더 가까워 보이고 진지한 음악 감상 프로그램에 예능을 가미하려 노력한 형태로 프로그램의 성격이 구축된 상황에서 시즌을 종료했다.

초반에 대거 등장한 개그맨들이 사라지고 이상민의 프로듀서 역할이 후반부 희미해지는 등 <악인전>은 포맷이 덜 다져진 상태에서 방송이 흘러가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레전드들의 명곡을 좋은 예능 콘텐츠로 풀어내기 위한 제작진의 고심과 노력은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좋은 음악 예능에 대한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다음 시즌으로 이어져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KBS]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