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When we Disco’에서 느껴지는 영리한 레트로 전략
박진영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200558년생 개띠 마돈나는 1970년대 ABBA의 음악을 샘플링한 <Hung up>으로 전세계인의 무도회장 감성을 사로잡는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복고풍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더한 댄스뮤직의 클래식을 만든 것이다.

202072년생 박진영의 신곡 <When We Disco> 역시 복고풍 작법에 기댄 곡이다. 다만 이 곡은 박진영의 리즈 시절 빅히트곡 <그녀는 예뻤다>처럼 완벽하게 1970년대 무도회장을 오마주한 디스코풍은 아니다. 그렇다고 엄정화가 YG와 함께했던 <D.I.S.C.O>처럼 앞서 가는 트렌디한 댄스곡과도 느낌이 다르다.

<When We Disco>는 특정 곡을 샘플링하지는 않았지만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무도회장을 휩쓸었던 비트의 감성들을 고스란히 녹여낸다. 신스팝과 약간의 뽕끼’, 거기에 적절하고 깔끔하게 치고 빠지는 박자감. 그리고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적인 편곡 방식. 그 때문에 누군가는 1970년대를 누군가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또 누군가는 2000 년대를 기억하며 어깨를 들썩일 수 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우리의 흥을 돋우는 기억은 각기 다를 것이다. <When We Disco>1970년대 혜은이와 이은하의 디스코곡, 1980년대 홍수철의 <철 없던 사랑>이나 김기표로 대표되는 안타뮤직의 뽕끼섞인 신스팝 편곡, 여기에 영턱스나 구피로 대표되는 트롯 댄스까지 마법같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진영은 이 곡의 도입부에서 본인이 아닌 선미에게 키를 맡긴다. 선미의 감성적인 중저음은 이 곡의 복고풍 감성을 짙게 해준다. 동시에 K팝의 요란한 편곡에 비해 의도적으로 다소 비어 보이는 편곡을 택한 이 곡에 무게감까지 얹어준다. 한편 박진영의 보컬 역시 과거와는 좀 다르다. ‘공기반소리반에서 세련미를 빼고 약간의 투박함을 얹는다. 그 때문에 <When We Disco>는 잘 만들어진 박진영의 곡이지만 무도회장에서건, 장터에서건, 에어팟으로 듣건 간에 모두 어울린다.

<When We Disco>40대 후반의 박진영이 얼마나 트렌드를 영리하게 읽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하다. 이 노래의 배경에는 레트로 유행이나 트로트의 인기 등 많은 부분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선미와 함께 보여준 <When We Disco>의 무대 또한 빼어난 전략이었다. 박진영은 이 곡의 아날로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작은 무대에서 첫 공연을 선보였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쇼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곡의 존재감을 단번에 알린 셈이다.

또 박진영과 선미의 라이브와 디스코 댄스는 특수효과와 요란한 무대장치 없이도 얼마나 톱스타의 무대가 대단한 지 보여주었다. 당연히 그의 춤 솜씨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파워풀에서 섬세함으로 더 진화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라디오스타>의 무대 영상은 오히려 이제는 좀 철지난 유머감각이 군살처럼 붙은 <When We Disco>의 뮤직비디오보다 훨씬 더 멋진 영상이었다.

여기에 박진영은 신곡 발표와 함께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까지 출간했다. 이쯤 되면 박진영은 대단한 전략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쇼 비즈니스계의 수많은 관종중에서 허세와 덕후몰이가 아닌 영리한 에너지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흔치 않은 사람이다. 누구든 그를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를 쇼 비즈니스계의 달인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When We Disco>의 곡이 끝나면 여전히 박진영은 JYP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JYP는 한국 쇼 비즈니스계의 특별한 고유명사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YP엔터테인먼트,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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