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부터 제시까지, 예능가를 변화시키는 신여성 캐릭터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존 역할과 달라 주목받는 신여성 캐릭터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게 낫다. 먹을 건 마음대로 사라. 모자라면 더 가져가라. 자고로 먹을 건 다 커야한다.’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해 장보기에 나선 박세리는 이 같은 이른바 장보기 어록을 남겼다. 최근 들어 부쩍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박세리는 먹는 문제(?)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tvN <서울촌놈>의 대전편에 게스트로 출연한 박세리는 그들이 소개한 맛집에 가서도 게임을 통해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못 먹는다는 제작진의 말에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굶기는 것을 중요한 재미 포인트로 삼은 건 KBS <12> 복불복 게임부터였을 게다. 복불복 게임을 통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편하게 해주지 않았던 그 혹독한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당시만 해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콘셉트는 이제 식상한 틀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이 갖고 있는 가학성과 피학성이 웃음으로 바뀌는 그 지점이 이제는 다소 시대에 맞지 않는 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였을까. 박세리가 먹는 데는 아끼지 말라고 마치 마트를 털 것처럼 쇼핑을 하고, 난생처음 캠핑카를 타고 캠핑에 나서면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박세리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다. “아무 것도 안하고 맛있는 것만 먹겠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마침 쏟아지는 빗속에서 뻘밭에 들어가 조개를 채취하고 처음 해보는 캠핑카라 익숙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뒤죽박죽되어버리는 요리와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소동이 있었지만 이들은 결국 즐겁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는 언니>라는 제목에 걸맞게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놀 것인가가 기대되는 건 그간 스포츠선수로서 못 놀아본 것들을 해본다는 그 설렘이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공감과 몰입을 주기 때문이다.

<노는 언니>에서 박세리가 처음부터 주목됐던 건, 엉뚱하게도 남성 출연자들을 게스트로 투입했을 때 그가 툭 던진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룰을 모르는구나? 남자 끼는 거 안 좋아해.” 그 한 마디는 마치 새로운 시대의 선언처럼 들렸고, 여성들끼리의 새로운 예능판에 기존 예능의 틀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그래도 예능가에서 한 가닥 언변이 좋다는 남성 게스트들이 오히려 주눅이 드는 색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최근 들어 박세리처럼 예능가에 부는 신여성들의 출현이 예사롭지 않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라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도 어찌 보면 이렇게 새로운 여성 캐릭터들의 부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싹쓰리 프로젝트로 이효리는 거침없는 린다G라는 부캐로 예능가에 색다른 여성 캐릭터를 끄집어낸 후 그 연대로서의 환불원정대를 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으며 예능가의 신여성 캐릭터로 떠오른 인물은 제시다. 제시는 선배들에 대한 리스펙트를 보이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무엇보다 이효리 뺨치는 솔직함으로 시원시원한 면모를 보여줬다.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 당당함이 제시에게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생각해보면 2000년대 초반 예능 프로그램들 속 여성 출연자들이 마치 신고식처럼 섹시댄스를 췄던 일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외모와 몸매에 대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과한 집중은 이들이 당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소비되었는가를 잘 보여준 바 있다. 물론 그 후로도 남성 중심의 틀과 시각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꽤 오래 지속되었지만, 최근 들어 이런 틀을 깨고 나오는 신여성 캐릭터들이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던 예능의 틀을 뒤집고 상대적으로 보여준 바가 별로 없어 오히려 블루오션이 된 새로운 여성 예능인들의 출현은 그 자체로 예능가에도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등장이 기존 남성 예능인들에도 그 역할에 있어 새로운 변화를 만들 것이란 점에서 더더욱.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박세리가 맹활약하는 ‘노는 언니’를 진단하고 헐크지수를 매겨봤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채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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