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나? ‘놀면’이 만들면 찐 캐릭터가 되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던가. 물론 그간 KBS 예능 <12>에서 그가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게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리액션과 답변으로 바보인가 천재인가를 알 수 없는 그 캐릭터가 늘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고 훈훈한 웃음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의 김종민은 그 웃음의 밀도 자체가 달랐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만으로도 빵빵 터졌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놀면 뭐하니?>는 새로 시작한 환불원정대의 매니저 면접을 하면서 유재석에게 쓰던 방식을 그대로 썼다. 당사자들에게 매니저 면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그 장소로 오게 한 것. 갑자기 매니저 면접을 받게 된 양세찬, 조세호는 지난주 그래서 유재석이 자신들을 모른 체 하며 지미 유라고 소개하고 다짜고짜 면접을 하는 그 상황극 속에 들어와 당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그런데 매니저 면접을 하다 갑자기 이번 회에서는 이상민을 초대해 제작자로서 조언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상민은 어떤 매니저가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말 귀를 못 알아듣는 매니저가 제작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기상천외한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추천한 인물이 바로 김종민이다. 이상민은 빨리 그를 잡으라는 조언을 남긴 채 떠났다.

바로 이렇게 일종의 밑밥(?)’을 깔아 둬서일까. 2차 매니저 면접을 하기 위해 온 김종민은 지미 유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졌다.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황당한 표정으로 ?”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모습은, 이상민이 조언했던 말 귀를 못 알아듣는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편견이나 무언가를 잘 보이려는 모습 그런 것들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순수함으로 무장한 김종민은 매니저 면접으로 그를 불렀다는 질문에도 왜요?”라고 말하고, 어떤 일 하다 오셨냐는 질문에도 더듬대며 집에 있다 왔다고 말하고는 그것이 매니저의 덕목이라고 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 ?”를 반복하는 김종민의 모습에 지미 유는 면접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음소거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으니.

스스로의 단점이 이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솔직히 말하는 김종민은 웃음을 주면서도 순수한 모습으로 호감을 줬다. 나라의 수도를 잘 안다고 자신했지만 네 문제 중 세 문제를 모두 틀리고 나자 금세 잘 모른다고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에서도 지미 유는 신선함을 느꼈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지원한 적이 있다는 프로필에 무대 위의 고충을 묻자, “무대 위의 고충요?”라고 되묻는 것만으로도 김종민은 큰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다.

중요한 건 그것이 설정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찐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결국 지미 유는 그에 대한 평가로 김종민 이 사람은 찐이다라고 썼다. 사실 김종민의 이런 캐릭터가 완전히 처음인 건 아니었다. 이미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왔던 모습을 매니저 면접이라는 상황 속에서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그의 캐릭터를 매니저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이상민의 이야기를 더해줌으로써 제대로 끌어올렸다. 조금 답답해 보이는 그의 어눌한 말투가 모두 웃음으로 바뀌게 된 이유였다.

이것은 어쩌면 <놀면 뭐하니?>가 그 많은 캐릭터 놀이들을 그토록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까 싶다. 똑같은 캐릭터도 앞뒤 스토리텔링을 달리하거나 유재석의 쥐락펴락하는 유도에 의해 보다 빵빵 터지는 캐릭터로 부각시키는 것. 환불원정대의 매니저로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김종민을 단 몇 분 만에 기대하게 만든 그 힘이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