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숲2’, ‘라이프’보다는 ‘비밀의 숲’ 옆자리로 갈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가 최종 평가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밀의 숲2>는 지난 1310회를 마치면서 반환점을 돌고 결말을 향해 가속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초반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을 큰 틀로 진행되면서 정치극 같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중반을 거치면서 세곡지구대 송 경사와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이 부상하고, 관련해 서동재 검사(이준혁 분) 실종으로 이를 통합 추적하는 수사극으로 성격을 분명히 했다.

<비밀의 숲>이 수사극의 걸작으로 역대급 드라마 반열에 오른 상황에서 <비밀의 숲2>가 전작과 비교해 과연 어떤 완성도를 보여줄지 관심이 컸다. 이수연 작가가 <비밀의 숲> 대성공 뒤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가 후속작 <라이프>로 주춤한 상황이기도 해 <비밀의 숲2>의 결과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을 통해 복잡한 여러 사건들을 정교하게 연결시키고 진실 추적의 거대한 수사 구조물을 정확한 떡밥 회수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풀어내면서도 사회 비판적 측면도 놓치지 않는 탁월함을 보여줬다. 어느 드라마나 후반부가 중요하지만 수사극 특성상 후반부 정리와 대단원의 마무리가 특히 결정적인데 이제 <비밀의 숲2>도 그 단계에 접어들었다.

<비밀의 숲2>는 전작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중반까지 오면서 전작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소소한 비판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전작과 변함없이 방송 시간 순삭하는 전개에 본방사수하면서 <비밀의 숲>처럼 열혈 시청한 보람을 느끼게 해줄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비밀의 숲2>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원칙주의자들의 고군분투 공조 수사극이다. 황시목 검사(조승우 분)와 한여진 경감(배두나 분)<비밀의 숲>때와 마찬가지로 서로 속한 조직의 이기주의에 충실하기보다는 진실 추구를 우선시하는 원칙론자들이다.

‘(처세를 위해) 눈치껏 행동해라. 알만한 것을 알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검찰 선배의 조언에 아마 저는 평생 깨닫지 못할 겁니다. 알만한 나이에 알만한 것을요라고 답하는 모습에서 예측되듯 황시목과 한여진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대립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진실을 찾는 일에 맞닥뜨리자 서로 힘을 합친다.

이 과정에서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 공범이다라는 드라마의 슬로건처럼 검찰이나 경찰 조직 내의 진실 추적의 숨은 장애물들을 만나게 되고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흐름에서 <비밀의 숲2><비밀의 숲>을 계승하고 있다. 두 원칙주의자 주인공들의 현실 속 고군분투 진실 추적기라는 뼈대가 우선 같다.

검경수사권 갈등은 물론 경찰관 사망 사건과 동료 경찰 비리 의혹, 변호사 전관예우 등 현실에서 실제 존재한 사건들을 잘 버무려 작고 큰 서사들을 끌어나가는 점도 비슷하다. 스토리의 큰 줄기를 빌드업하는 보조 사건들을 짧은 것들은 1회에 2, 3, 길어도 하나당 2회를 잘 넘기지 않으면서 빠르고 군더더기 없이 처리해 속도감이 상당한 진행도 여전하다.

서동재 구두를 통해 남들은 못 느끼는 상황을 해석해내는 에피소드처럼 황시목의 디테일한 수사 능력이 전하는 재미도 <비밀의 숲>에 비해 빈도는 좀 줄었지만 반복되고 있다. 초반 주춤한 것을 제외하면 8, 97%를 넘기고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등 <비밀의 숲2>는 시청률에서도 흐름이 나쁘지 않다.

<비밀의 숲>을 뒤이었던 <라이프>는 실망감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 주요 캐릭터 여럿이 일관성이 붕괴되고 수많은 떡밥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맥거핀으로 남겨져 같은 작가 작품이 맞느냐는 불만이 <비밀의 숲> 팬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비밀의 숲2>는 현재까지 <라이프>에 비해서는 팬들이 호의적이다.

시리즈물이라 <비밀의 숲>에서 잘 구축된 캐릭터 등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 떡밥의 본격 회수 단계에 들어서지 않아 최종 평가가 유보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비밀의 숲2>는 떡밥들이 낚시에 그치지 않고 잘 회수되는 최상의 마무리를 이뤄내도 <비밀의 숲>만큼 평가는 못 받을 수도 있다.

<비밀의 숲>은 시리즈의 처음이라서만이 아니라 보조적인 사건 에피소드들도 <비밀의 숲2>에 비해 훨씬 강렬했다. 최종 결말이 단순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거악과 부조리함에 대한 숙고를 깔고 있었는데 <비밀의 숲2>는 현재 전개를 볼 때 최후 범인의 정체가 <비밀의 숲>만큼 심대하고 사색적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비밀의 숲2>가 현재의 무난한 흐름을 잘 살려 깔끔한 떡밥 회수로 마무리된다면 <비밀의 숲>은 향후 추가 시리즈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듯하다. <비밀의 숲> 시리즈 외의 이 작가 차기작에도 <라이프>에서 주춤했던 기대가 다시 높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비밀의 숲2><비밀의 숲> 옆자리로 나란히 갈 수 있을 마무리를 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