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식스센스’·‘투페이스’, 진위 감별 예능이 몰려온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진짜 가짜를 가리는 감별 예능이 최근 부상하고 있다. 모창능력자들 속 진짜 가수를 구분해 내는 JTBC 간판 예능 <히든싱어>는 여섯 번째 시즌을 방송 중이다. 이번 시즌에는 김연자, 진성 등 최근 대세로 떠오른 트로트 가수들이 주인공으로 합세하고 이미 출연했던 백지영, 김종국, 장윤정의 리매치가 편성되는 등 시즌을 거듭함에 따라 섭외 대상 가수가 한정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금요일 밤 인기 예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히든싱어>의 인기는 뛰어난 모창 능력자들이 견인하고 있다. 주인공 가수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연예인 지인들이 패널로 출연해 진짜 가수를 가려내 보지만 원조보다 더 진짜 같은 모창 능력자들로 인해 이번 시즌에만도 김원준, 진성, 백지영, 비가 우승을 못 하고 탈락하는 이변이 계속됐다.

<히든싱어>가 지키던 감별쇼 영역에 9월 들어 tvN<식스센스>KBS2<투페이스>가 새롭게 가세했다. <식스센스>MC 유재석과 오나라, 전소민, 제시, 미주 등 여성들로 구성된 고정 출연자들이 매주 테마에 따라 제작진이 제시한 3가지 중 가짜 하나를 찾아내는 포맷이다.

1회는 핫플레이스 식당, 2회는 100억 매출 회사의 CEO, 3회 이색 치킨집, 4회 이색 운동 등에서 진짜를 가려내느라 출연진들은 진땀을 흘렸다. 제작진이 페이크 식당이나 CEO의 회사, 운동 공간 등을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만들고 가짜 인물들의 잘 훈련된 연기가 혼란을 유도했다.

<투페이스>는 허위 보도, 유사 언론, 블로그, SNS, 딥페이크 등 다양해진 정보 전달 플랫폼을 통해 대중 사이로 쉽게 번져 나가는 가짜 뉴스를 찾아보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MC 김구라의 진행으로 전기 자동차는 번개 칠 때 충전하지 말아야 한다같이 진위가 헷갈리는 보도를 놓고 연예인 출연자들이 가짜 감별에 도전한다.

코로나19, 디지털 포렌식 등 주로 연성 보도들을 다뤘는데 가짜 뉴스가 가장 많이 횡행하고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 사회 분야는 배제돼 있다. 그래서 가짜 뉴스 판별쇼라고 하기에는 다소 빈틈이 있지만 대중들의 편한 접근을 고려해야 하는 지상파 예능의 특성상 첨예하고 민감한 소재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정보 홍수 세상이자 진리가 상대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대중들은 늘 혼란스럽다. 참을 가리고 추구하는 욕구는 인간 본성에 해당되는 만큼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과 팩트를 가려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자연스럽다. 사람들의 욕구와 의지를 콘텐츠에 담아내는 방송이 감별쇼에 관심을 높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감별쇼에서 지식이나 정보 습득의 즐거움도 있지만 최상위 재미는 반전에서 나온다. 참이라고 믿었던 일이 틀렸을 때 시청자의 흥미는 최고로 치솟는다. <히든싱어>에서 원조 가수라고 믿었던 목소리가 모창 능력자일 때가 바로 그렇다. 그래서 원조 가수가 우승하지 못해야 예능적 재미는 급등한다. <식스센스>에서는 가격도 잘 모르고 유재석과 출연진의 집중적인 질문에 어리바리 대답도 얼버무린 사장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을 때 시청자들은 당황스러움 속에 찐재미를 느낀다. <투페이스>에서는 영국의 남성이 임신 테스트기로 고환암을 발견했다는 거짓 같아 보이는 뉴스가 팩트로 밝혀질 때 흥미가 치솟아 뒤따르는 이유 설명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감별쇼는 때때로 진위 구별 외에 강력한 보조 장치를 필요로 한다. 진위 구별만으로는 단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히든싱어>의 경우 귀를 호강시키는 음악쇼가 그 역할을 한다. 레전드 가수들의 귀호강 곡들이 줄줄 이어지는 감상의 즐거움이 결합되면서 참거짓 가리기 반복의 단순함이 풍성한 즐길 거리로 바뀐다.

<식스센스>MC 유재석 외의 모든 고정 출연자를 여성 연예인들, 그것도 지금까지 흔하지 않던 똘끼캐릭터들로 배치해 놓았다. 그래서 황당하고 거침없는 멘트, 행동으로 재미를 폭발시키는 변종 걸크러쉬 캐릭터 플레이가 감별쇼와 결합돼 있다. 이런 장치들이 진위 구별만으로는 단조로울 우려를 덜어주고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투페이스>는 이런 장치 없이 진위 구별만으로 정면 승부 중이다. 아직 2회밖에 방송을 하지 않은 상태라 추후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예능적 장치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인포테인먼트로 정보 전달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기 때문에 <투페이스>는 다양한 분야의 잡학적 지식을 전달하면서 퀴즈쇼 본질에 충실하고 있다.

<히든싱어><식스센스>가 가는 방향과 <투페이스>의 지향점이 좀 다르지만 감별쇼 흥행의 정답은 모두가 될 수도 있다. 감별쇼들의 최근 연이은 등장은 여행 요리 육아, 그리고 트로트로 편중된 한국 예능의 다양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어 가능한 한 많은 성공작이 나오기를 기원해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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