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캐릭터쇼로 승부를 보는 ‘도시어부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6, 7인체제로 전격 전환한 채널A <도시어부2>는 이제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예능 각축장이 된 목요일 밤 시간에도 전성기에 준하는 4%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자체 최고 시청률(5%)을 경신하는 등 2018년 전성기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이룬 힘은 역시나 대폭 늘인 출연진의 활약에 있다. 원년 멤버이자 악덕 낚시 콤비인 이덕화와 이경규의 에너지를 중심축으로 한쪽 끝에서 박진철과 지상렬이 샌드백 역할을 맡고, 그 반대편에는 힘이 빠지고 있는 에이스 이태곤이 포진한다. 여기에 이들 사이를 오가며 감칠맛을 더하는 김준현의 순발력과 (이경규의 표현을 빌리자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이수근의 자기객관화가 더해져, 완벽한 호흡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처럼 캐릭터쇼의 구도가 잡혀감에 따라 조황과 무관하게 균질한 웃음이 담보되고,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스토리라인이 형성된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낚시 명인이라 추앙받는 박진철 프로는 본인 주 종목이 아닌 다른 낚시 장르에서는 매번 맥을 못 추는 결과들이 쌓이면서 눈치 보고 물어뜯기고, 이태곤은 낚시보다는 개그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며 허세가 허술해졌다.

마곡동에서 제작진의 호출을 받았던 지상렬은 늘 퇴출의 염려를 품은 캐릭터를 맡으며 바닥을 다지고, 낚시 열정은 언제나 최고인 이덕화는 말과 생각과 행동이 다른 면모로 귀여움을 표출한다. 이경규는 용왕의 아들에 이어 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그리고 프리롤처럼 적재적소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분량을 채워주는 김준현과 이수근은 프로그램에 활기와 색채를 다채롭게 한다.

흥미로운 건, <도시어부2>의 이른바 빅밴드 스타일의 캐릭터쇼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슬램덩크, NBA, 유럽축구, 애니메이션 관련 맥락을 끌어다 자막으로 쓴 이번 주 방송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방송 최초로 인터넷상의 다양한 서브컬쳐를 방송의 틀 안으로 가져온 <도시어부2>는 그 어떤 레거시 미디어의 예능보다 유튜브 문법이나 인터넷 문화에 친숙한 편이다. 하지만, 모두가 미드폼이나 유튜브의 문법을 고민하는 요즘, 전통적인 리얼버라이어티의 감수성을 바탕에 깔고 기성 방송이니까 가능한 제작방식과 예산과 물량을 투입해 도약을 이루어냈다는 점이 새삼 새롭다.

심지어 7명의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출조지마다 게스트를 붙여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지난 67인체제로 전환하면서 14명의 출연자가 등장하는 지인특집을 마련한 것에 이어 지난 2주간도 도시어부팀에 대항하는 반도시어부 팀을 결성해 다시 한 번 총 14인의 출연자가 등장해 대규모 대결을 펼쳤다. 게스트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도 똑같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싶으면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을 길게 할애하고, 기존 멤버들과의 케미스트리도 고려한다.

연예계 낚시 실력자 중 하나로 알려진 KCM은 비록 자막으로는 김치맨이 되어 유희의 대상이 됐지만 신들린 민물낚시 실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도시어부>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기회를 가졌다. 그의 캐릭터는 가수 비의 유튜브 채널을 본 사람들은 익힐 알고 있겠지만 눈치 살짝 없고, 깐족거리지만 밉지 않고 상처를 잘 안 받는 특이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다. 홀로 60마리 이상 잡은 KCM의 뜰채를 담당한 주상욱은 같은 편의 대활약에 신나하다가 짜증과 분노를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드러냈고, 주장을 담당한 허재는 기존에 알려졌던 업&다운이 심한 캐릭터에 아들과의 티격태격하는 모습까지 더했다. 조재윤은 마침 대결 상대이자 짝이 된 박진철과 비슷하게 저조한 조과를 기록하면서 나름의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나이나 성별이나 여러모로 가장 이질적인 <도시어부> 가족인 김새론은 자기도 모르게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리얼한 욕설로 촬영장을 하나로 만들었다.

리얼버라이어티는 하나의 세계관을 꾸리고, 촬영장 분위기, 출연진의 활약에 따라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고 제작진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도시어부2>는 낚시로 이뤄진 세계 속에 최대 14명의 인물을 일렬로 펼친다. 제작비로 보나 출연진으로 보나, 몸집을 늘려 재미를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낚시라는 매개와 할 일이 있기에 이런저런 미션과 뻔한 게임이 없어서 오히려 기존 캐릭터쇼보다 지속가능성은 높다. 출연자의 캐릭터플레이와 그 관계망 속에서 튀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대규모 캐릭터쇼라는 이색적인 재미 요소가 점점 더 단단히 뿌리를 내리면서, 낚시 예능의 효시로서 사랑을 받았을 때의 독보적 신선함만큼이나 <도시어부2>만의 고유한 특징과 재미를 키워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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