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다음 트렌드는 음악에 머리 쓰고 남의 집 구경하기?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추석 연휴가 끝났다. 명절 연휴마다 그랬듯 향후 예능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해주는 파일럿 프로그램 소개 마당도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이 모든 TV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와중에도 각 방송사들이 열심히 준비한 파일럿 예능들은 정규 편성으로 승격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으려고 애썼다.

<나 혼자 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구해줘 홈즈>, <사장님귀는 당나귀귀>, <맛남의 광장> 등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이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 출신이다.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젼>처럼 혁신적인 인기 프로그램들도 파일럿을 거쳤다.

하지만 파일럿 중 정규 편성되는 경우는 소수이고 이 중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 경우는 더 적다. 그래도 방송사들이 하반기, 특히 추석 이후 새롭게 편성할 만한 프로그램들을 테스트해보는 파일럿을 통해 현 예능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참조할 수는 있다.

지난 설 예능에는 짧은 연휴와 지상파 방송사들의 침체 등으로 인해 거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추석에는 늘어난 파일럿 예능들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풍성하다고 하기에 부족했다.

관찰 여행 요리라는 근래 예능의 주요 3대 트렌드에서 이번 추석 파일럿에서는 요리만이 남은 형세였다. 하위 장르인 육아를 포함한 관찰 예능은 이미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슈퍼맨이 돌아왔다>, <전지적 참견 시점>, <사장님귀는 당나귀귀> 등 기존 프로그램들만으로도 포화상태라 새로운 시도가 없었던 듯하다.

여행 예능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해외 로케이션 예능이 소멸됐고 소수 연예인끼리만 모여 먹고 체험하는 포맷으로 지난여름 <삼시세끼>, <바퀴 달린 집>, <서울촌놈>, <여름방학> 등 여러 작품들이 휩쓸고 지나간 터라 이번 추석에는 보기 힘들었다.

추석 파일럿이 정규 편성될 경우 동절기를 끼고 자리 잡아야 하는데 국내 여행 예능은 하절기에 가장 보여줄 거리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시기상 이번에는 여행 예능이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관찰 여행 요리 3대 트렌드 중 이번 추석에 만날 수 있었던 파일럿은 활기가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백종원이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고 계절을 덜 타는 요리 예능이었다.

하지만 MBC는 국내 기발한 라면 레시피를 찾아서 먹고 평가한다는 <볼빨간 라면 연구소>, SBS는 코로나 사태로 위기의 동네 분식점을 위한 라면 레시피를 개발하는 <대국민 공유 레시피, 라면 당기는 시간>을 공교롭게도 동시에 내놨다. 차별성을 잃었고 각각의 내용도 기존의 요리 예능과 비교해 크게 신선한 점을 찾기 힘들어서 파일럿 시도의 의미가 퇴색됐다.

이번 추석 파일럿에는 3대 트렌드 외에 최근 코로나 정국에서 부각되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음악 예능과 집 예능이다. 우선 음악 예능으로는 tvN<올인>SBS<방콕떼창단>이 있었다.

<올인>은 보컬리스트들이 모여 주어진 판돈으로 베팅을 걸고 노래 대결을 벌여 최후 승자를 가리는 음악쇼이고 <방콕떼창단>은 방구석에서 정체를 숨기고 떼창하는 방콕떼창단과 이들의 정체를 맞추기 위해 애쓰는 스튜디오 추리단의 비대면 추리 대결이다. <복면가왕>이나 <히든싱어> 이후 음악 예능은 두뇌 게임과 결합 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번 추석 파일럿 중 음악 소재는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스튜디오의 음악 예능은 계절을 타지 않고 무관중으로도 진행이 가능해 코로나의 영향도 덜 받는 예능 포맷이라 할 수 있다.

집 예능은 인테리어 고수들인 홈스타들의 랜선 집들이를 통해 인테리어 팁과 트렌드를 소개하는 SBS <랜선 집들이 전쟁-홈스타워즈>가 파일럿으로 선보였다. 집 예능은 <구해줘 홈즈><신박한 정리>가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직전에도 SBS <나의 판타집>, MBC <돈벌래> 등이 파일럿으로 돌발 편성되는 등 예능의 핫 아이템으로 부상 중이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폭등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 내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부동산과 인테리어를 다루는 예능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이번 추석 파일럿 중에 혁신적이거나 신박하다 느낄 만한 시도는 찾기 힘들었다. 방송 직후 뜨거운 반응으로 편성이 확실시되는 프로그램도 딱히 없는 듯하다. 다만 두뇌 게임이 가미된 음악 예능과 집 예능에 대한 시도는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계절과 코로나 시국에 맞고 상대적으로 검증된 아이템을 따로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KBS, 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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