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거짓말’, 통속극의 생존전략을 보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MBN<우아한 가>로 히트작을 갖게 됐듯, 채널A도 드디어 드라마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금토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거짓말>은 겉보기에는 전형적인 통속극의 플롯이다. 억울한 남편 살해 누명을 쓴 지은수(이유리)는 감옥에서 낳은 딸까지 시어머니 김호란(이일화)에게 빼앗긴다. 김호란은 손녀를 살해하려 하지만, 비서 윤상규(이원종)는 그녀의 명령을 어기고 아이를 고아원으로 보낸다. 이후 드라마는 지은수가 입양된 친딸 강우주(고나희)를 찾고 새엄마가 되기 위해 강우주의 싱글대디 강지민(연정훈)을 유혹한다.

<거짓말>은 기존 통속극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지만 그것만으로 이 드라마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짓말>은 아침드라마나 주말극에 보여주는 캡사이신 막장 장면의 자극적인 맛을 덜어낸다. 그 빈 여백을 지은수의 친딸에 대한 모성애나 남녀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은은한 로맨스 기류로 채워나간다. 또한 <거짓말>의 작가는 통속극의 긴장과 통쾌함 사이에 이런 정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적절히 녹여내는 데 능수능란한 바느질 솜씨를 보여준다. 그 때문에 <거짓말>은 휴머니즘드라마와 로맨스물의 요소까지 곁들여 굉장히 고급스러운 미니시리즈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또 한 가지 <거짓말>의 매력은 지은수와 강지민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오가는 분위기를 로맨스 영화처럼 아름다운 스케일로 잡아내는 연출력이다. 영화 <동감><바보> 등을 통해 주로 로맨스영화를 연출한 김정권 감독은 처음 연출한 드라마에서 본인만의 장점을 두 인물의 로맨틱한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하지만 이미 통속 막장 주말극의 달인인 배우 이유리와 비슷한 류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던 연정훈이 보여준 의외의 반전도 이 드라마의 성공 포인트다. 이들은 <거짓말>에서 기존의 통속극에서 보여주던 연기와는 미묘하게 다른 결로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연기한다.

이유리가 <거짓말>의 여주인공이 됐을 때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억울한 연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유리는 연민정과 전혀 다른 결로 지은수를 그려낸다. 시청자들은 <거짓말>에서 악쓰고 힘주지 않고도 처연하게 분노와 고통을 그려낼 줄 아는 배우 이유리의 섬세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이유리는 감정 폭발 연기만이 아니라 모성애의 애틋한 장면과 로맨스의 설레이는 장면까지 다양한 결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연정훈은 <거짓말>을 통해 로맨스물의 배우로서 이 남자가 지닌 장점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누구도 이 배우가 이렇게 한 여자를 의심하다, 연민에서 호감으로 변하고, 어느덧 솜사탕처럼 다정한 눈길을 보내는 강지민에 적역일 줄은 몰랐다. 또한 딸에 대한 부성애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이 또래의 배우도 많지 않을 듯하다. 결국 드라마 종반으로 가는 지금, 이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으로 연정훈 외에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거짓말>은 겉보기에는 통속극이지만, 통속극의 강점은 살리고 너무 자극적이거나 저렴하게 느껴지는 통속극의 악성코드는 삭제하거나 순화시켰다. 그리고 그 부분을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공감 가는 감정 연기로 채워 넣었다. 이 때문에 <거짓말>은 드라마 성공작 한 편 없는 채널A 방영이라는 약점을 딛고도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또한 <거짓말>은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통속극의 생존전략에 대해서도 보여주는 바가 많다. 자극적으로 재밌는 게 아니라, 맛이 있고 우아하게 재밌어야 통속극도 성공한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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