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행’, 이럴 거면 ‘자연인’ 제작진에게 섭외비법이라도 배우지
‘안다행’ 이미 잘 알려진 제임스 오, 기대감 떨어진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정규방송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파일럿으로 방영된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8.6%(닐슨 코리아)를 찍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2002 월드컵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안정환과 이영표의 티격태격 케미가 주는 재미와 낯선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자연인의 삶을 그대로 체험하는 과정이 주는 재미가 더해져 특히 코로나 시국의 언택트 방송으로서 성공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상 정규방송은 거의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그래서 약 두 달이 조금 넘게 지나 정규로 돌아온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과연 그 기대만큼을 채워줬을까. 물론 여전히 안정환과 이영표의 잘 안 맞는선후배 케미가 주는 재미는 여전했지만 파일럿이 만들어낸 기대만큼을 채워주기에는 아쉬운 면이 많았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미 MBN <나는 자연인이다>MBC <생방송 오늘 저녁>은 물론이고,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EBS <한국기행> 등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제임스 오의 개인 섬을 소재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제임스 오는 1989년도 미국에서 열린 세계 무술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던 인물. 미국에 가족을 두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무인도를 사서 자연인의 삶을 즐기고 있는 인물이다.

물론 제임스 오의 섬에서 그의 자연인다운 삶을 함께 체험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어쨌든 섬에서 자연인과의 12일을 체험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정규방송으로 오는 첫 회에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인물과 섬을 소개한다는 건 여러모로 맥 빠지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이승윤이 체험하며 소개됐던 소재가 아닌가.

또 그곳은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마치 굉장히 육지에서 떨어진 것처럼 소개된 것과는 사뭇 다른 목포에서 가까운 섬이다. 저녁이면 목포의 불빛을 보면서 와인을 한 잔 마실 수 있는 그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섬. 그러니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가진 조금은 외딴 섬의 분위기나 날 것의 야생을 담기에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이 섬에서 사는 제임스 오를 굉장히 특이한 인물처럼 소개하면서 처음에는 얼굴에 모자이크를 해서 보여주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했다. 접안이 어려워 작은 배로 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지라는 걸 강조했고 나무 위에서 내려오는 자연인의 모습에서 날 것으로 강조했다. 게다가 안정환은 그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반전이 있을 거라 예고해 호기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려면 진짜 알려지지 않은 자연인을 섭외했어야 한다. 여러 차례 이미 방송에 다뤄진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호기심과 궁금증은 단번에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들이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남는 건 안정환과 이영표의 선후배 케미를 통한 재미인데, 이것도 이미 파일럿에서 충분히 봤던 내용으로 새로울 건 없다.

어째서 그렇게 괜찮은 기획을 파일럿으로 보이기도 이렇게 다소 아쉬운 선택을 한 걸까. 색다른 자연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유명인 제임스 오의 이야기에 오히려 기대려 한 걸까. 무인도에서 안정환과 이영표가 12일 간 야생을 체험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반쪽은 어떤 자연인이 등장하느냐다. 이제 정규방송으로 돌아온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기대감을 채워주려면 좀 더 치열한 기획과 섭외가 필요하지 않을까.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코로나가 가져온 예능 프로그램의 흥망성쇠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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