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 사람 없는 곳 찾아 나선 여행 예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예능 프로그램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밖으로 나가 대민 접촉을 통한 스토리를 보여줬던 여행 예능에는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이 변화 속에서 최근 무인도가 예능 프로그램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오지라는 이유로 다소 꺼려지기도 했던 공간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오히려 주목받게 된 것.

tvN <삼시세끼> 어촌편5는 죽굴도라는 무인도에 들어가 오롯이 그들끼리의 섬 생활을 즐기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힐링을 선사한 바 있다. 어쩔 수 없이 집콕해야 하는 상황에 더더욱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여행에 대한 욕망을 이 프로그램은 무인도를 선택함으로써 안전한 여행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파일러 방송으로 큰 화제를 일으키고 다시 정규 방송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무인도가 갖는 각별한 공간적 매력이 큰 요인이 되었다. 일단 섬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접촉하는 인원들이 최소화되고 그러면서도 오지 체험이라는 색다른 재미가 더해진다. 여기에 특별한 자연인의 스토리까지 더해지고, 출연자인 안정환과 이영표의 티키타카가 얹어지면 예능적인 맛까지 느낄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SBS <정글의 법칙>은 전 세계의 오지와 정글을 찾아다녔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막혀진 하늘길은 이제 국내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여기서도 결국 선택은 무인도. ‘와일드 코리아편에서는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라는 생존법에 맞춰져 식수를 구하고 식재료를 얻어 음식을 먹으며 섬에서 탈출해 구조를 요청하는 과정들을 담았다.

두 번째 특집으로 시도된 헌터와 셰프는 일종의 정글 먹방의 연장선에 서 있는 기획이다. 다만 다른 건 자연에서 나는 걸로 뭐든 요리를 해내는 임지호 셰프가 합류함으로써 그런 오지에서 어떤 걸 어떻게 해먹느냐에 대한 생존 정보를 더하고 있는 것 정도다. 물론 워낙 엄청난 요리를 해내는 임지호 셰프 덕분에 정글 생존은 순식간에 정글 먹방으로 바뀌어버리지만, 역시 이 기획에서도 무인도라는 환경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사실 무인도 같은 오지에 대한 관심은 MBC <무한도전>무인도 특집이나 KBS <12>의 섬에서의 낙오 같은 스토리를 통해 이미 훨씬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12>의 여행이 더더욱 가치를 발휘했던 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의 섬 같은 곳을 찾아갔을 때였다. 물론 당시에는 그 곳 주민들과 한바탕 왁자지껄 한 바탕 어우러지는 풍경을 연출했지만.

그 후로 무인도나 오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도시 생활의 복잡함 때문에 이제는 잠시 떠나고픈 대중들의 정서가 생겨나면서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으로 성공한 오지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후 많은 자연인들을 출연시키는 방송 아이템들이 여러 방송국에서 시도되곤 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어쩔 수 없이 사람 없는 곳을 찾아나서는 건 이제 예능 프로그램의 숙제가 되었다. KBS <12>이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방토피아같은 콘셉트로 나름의 비대면을 추구하고, tvN <신서유기8>이 지리산 심산유곡에 마련된 숙소 한 공간에서 그들끼리의 게임과 캐릭터쇼를 보여주고 있는 건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여행 예능의 풍경이다. 언제쯤이면 좀 더 자유롭게 훌쩍 떠나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어우러지는 그런 여행의 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 올까. 코로나 이전 여행 예능이 보여줬던 자유로움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무인도에서 다시 시작한 ‘정글의 법칙’을 분석하고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돌아온 ‘정글의 법칙’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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