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본캐 축구와 부캐 예능 두 토끼 잡는 진정한 멀티플레이어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안정환의 예능인 활동이 꾸준하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안정환은 현재 JTBC ‘뭉쳐야 찬다’에 1년 넘게 고정 출연 중이다. 이달 들어서는 KBS ‘위 캔 게임’과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를 새롭게 시작했고 더라이프채널의 ‘클래식은 왜 그래’도 방송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서는 ‘위대한 배태랑’과 ‘배달해서 먹힐까’, ‘편애중계’ 등 프로그램에서 예능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정도면 서장훈, 김동현 등과 함께 운동선수 출신으로 예능 출연을 가장 많이 하는 방송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방송 소재도 본업인 축구(‘뭉쳐야 찬다’)와 관련된 것도 있지만 여행, 요리, 다이어트, e-게임 등 다양하다. 전문 MC 수준은 아니지만 운동선수 출신 예능 출연자로는 드물게 메인 역할도 종종 맡고 있다. ‘뭉쳐야 찬다’, ‘배달해서 먹힐까’, ‘위 캔 게임’ 등에서 그렇다.

안정환은 축구선수 시절 대중을 향해서는 말을 아끼는 과묵한 스타일이었다. 침묵의 조각상이 외모 못지않은 입담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2014년 MBC 축구해설위원을 맡으면서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진지한 경쟁 방송사 해설위원들에 비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가미된 해설을 했고 이런 색다름으로 타 방송과의 축구 중계 전쟁에서 밀리던 MBC가 다시 경쟁력을 갖는 데 일조했다. 비슷한 시점에 ‘아빠 어디가 시즌2’, ‘냉장고를 부탁해’와 ‘마이리틀텔레비전’ 등 본격적으로 예능에 진출했다.

안정환의 재미는 꽃미남 외모와, 이에 어울리는 근엄한 태도는 기본으로 하면서 여기에 짓궂은 멘트와 독설을 예능감 있게 할 줄 안다는 점에서 나온다. 상대방을 놀리면서도 정 깊은 속마음이 느껴지고 때로는 자신을 놀림거리로도 쓸 줄 알기에 밉살스럽지 않고 호감을 갖게 한다.

투덜대면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해놓는다는 점에서 예능에서의 배우 이서진과 캐릭터상 비슷한 점도 있다. 웃음을 위해서 잘 해야될 것과 못해도 되는 것을 정확히 안다. 요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요리 좀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못 하는 모습이 재미를 만들 상황이면 자신이 최고로 평가받았던 축구 실력이나 외모에 대해서도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정환은 자신의 캐릭터를 잘 알고 예능에서 위치도 잘 잡는다. ‘안싸우면 다행이야’처럼 후배나 자기보다 약자 포지션의 인물들과 맞붙을 때는 당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만든다. ‘안싸우면 다행이야’에서는 안 해본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타입이 아닌 후배 이영표로 인해 힘들어하고 자신이 고생하는 관계 설정으로 재미를 이끌어낸다.

반대로 본인이 동기나 후배, 즉 동등하거나 약자가 될 수도 있는 포지션에서는 상대를 놀리고 장난꾸러기처럼 괴롭혀서 웃음을 만든다. ‘위 캔 게임’에서는 친구인 이을용을 게임하는 내내 약을 올리고 ‘배달해서 먹힐까’에서는 셰프인 샘킴에게 복종하지 않고 트집을 잡는 등 권위를 희화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를 웃게 했다.

‘한 우물만 파라’라는 격언은 성공하려면 하나에 집중해서 노력하라는 의미이지만 안정환에게는 잘 안 맞는다. 안정환은 예능에서 잘 나가고 있지만 본업도 놓지 않고 잘 병행하고 있다. MBC 축구 해설위원으로 지난 10월 초 ‘2020 하나은행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vs 올림픽 대표팀 친선경기’를 중계했다.

축구 중계 해설위원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나중에 축구 지도자가 됐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밝힌 바 있다. 축구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되는 등급별 과정들도 차근차근 밟아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환처럼 스포츠 해설위원 본캐와 예능인 부캐 양쪽에서 모두 메인 역할로 동시에 활동한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멀티플레이어라는 말은 주로 축구면 축구, 방송이면 방송 등 하나의 영역 내부에서 여러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주로 사용되는 수식어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영역을 오가는 안정환이야말로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환도 언젠가는 축구 감독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감독 일은 해설과는 또 달라 예능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농구의 현주엽처럼 프로농구 감독과 KBS ‘사장님귀는 당나귀귀’ 같은 예능 활동을 오간 경우는 있기는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할 예능 프로그램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도 안정환의 축구 지도자 생활을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지금처럼 예능인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해설위원 일도 꾸준히 챙겨 결국 성공한 예능인으로서 축구 감독으로도 활약하는 모습까지 보여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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