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뎐’, 이동욱·조보아 키스로도 가릴 수 없는 빈약한 스토리
갈팡질팡하는 ‘구미호뎐’, 먼저 이동욱의 욕망에 집중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 ‘심멎 엔딩(심장이 멎을 만큼 인상적인 엔딩)’ 같은 표현들은 드라마가 엔딩장면에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그 여운을 다음 회로의 시청으로까지 이어가기 위한 장치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도 이른바 심멎 엔딩을 시도한다. 그런데 구미호 이연(이동욱)과 환생한 그의 첫 사랑 남지아(조보아)가 민속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키스를 하며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은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다소 뜬금없는 느낌마저 든다. 어째서 갑자기 이연이 남지아에게 키스를 하는 것일까.

그 장면은 남지아가 부모를 찾는 게 꿈이라고 한 그 말을 이연이 들어주기 위해 함께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하러 민속촌에 가면서 나왔다. 잠시 어딘가를 다녀오겠다며 이연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복대여를 해주는 곳을 우연히 보게 된 남지아가 한복을 대여해 입고 길을 헤맨다. 사라진 남지아를 인파 속에서 발견한 이연이 아름다운 천 조각들이 드리워진 다리 위에서 남지아를 마주하고 과거 헤어졌던 그 때를 떠올리고 갑자기 격앙된 이연이 남지아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리 위 키스로 이어지는 과정이나, 그 위에 얹어지는 감정들이 그다지 잘 이어지지가 않는다. 갑자기 한복을 대여해 입는 남지아도 이해가 안되고, 그 곳에 있지 않고 이연을 찾아 헤매다 다리 위로 가게 되는 과정도 납득이 쉽지 않다. 그런데 그 뒤를 따라온 이연이 격앙된 감정으로 남지아에게 뜬금없는 키스를 한다? 이런 흐름으로 심멎 엔딩의 설렘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갑작스런 키스는 어떤 상황이라고 해도 이해가 안 되지만, 한복을 입은 남지아에게서 이연이 첫사랑의 모습을 떠올리고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라면, 바로 그 장소에서 이연이 드디어 남지아가 첫사랑이었다는 확신을 얻게 되는 장면이라야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5회 앞부분에서 이미 남지아가 바로 그의 첫사랑 아음의 환생이라는 걸 이연이 알게 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러니 이연의 이런 갑작스런 감정의 폭발은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구미호뎐>의 이 짧은 엔딩 장면이 가진 뜬금없음은 이 드라마의 전개가 가진 문제를 드러내는 면이 있다. 그것은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가 제대로 얹어지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개연성 있게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 몰입이 깨지는 문제다. 결국 마지막 엔딩에 갑작스런 키스를 집어넣은 것처럼, 이 드라마는 장면들이 갖는 시각적 자극으로 스토리 전개의 빈약함을 채워 넣으려 하는 면이 있다.

<전설의 고향>을 연상시키는 원을 풀어주는 이야기나, 수백 년을 뛰어넘은 인연으로 얽혀진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게다가 배다른 형제로서의 애증이나, 동물 학대를 일삼는 이들을 응징하는 이야기 같은 다양한 소재들이 저마다 하나씩의 자극으로 등장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중심에 삼을 것인가가 잘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들로서는 다소 산만하다 여겨지게 된다.

먼저 구미호라는 전설 속 캐릭터가 가진 특징에 집중해야 하고, 그 특징이 현대적으로는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되고 싶다는 구미호 이연의 꿈이 과연 어떤 의미인가를 드라마가 좀 더 궁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하나의 굵직한 메시지가 세워져야 자잘한 이야기들이나 소재들이 휘발성 자극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좀 더 치밀한 전개와 일관된 개연성을 위한 대본과 연출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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