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대부분을 해외에서, 세금 대부분은 국내에서
높은 위상 탓 오명 있지만, 국내 경제에서 역할 독보적

[엔터미디어 김소영 기자] 25일 타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경제에 큰 획을 그었다. 이 회장은 1970년대부터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꾸준히 투자했고, 1990년대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그룹이 규모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극복하고 질적 성장을 달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결과,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점했으며 품질면에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명성을 높였다.

이 회장의 선견지명과 노력은 삼성그룹뿐 아니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도 큰 수확을 가져다줬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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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9월 세계 1위 그래픽칩 기업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물량을 모두 따냈다. 엔비디아가 그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통해서만 제품을 생산해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계약은 화두에 올랐다. 앞서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인 인텔, IBM, AMD 등 또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생산 계약을 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세계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8조 규모의 5세대(5G) 통신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따낸 바 있다. 이는 국내 통신장비 공급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계약으로 평가 받는다. 

이런 계약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대만의 TSMC, 중국의 화웨이 등이 미국 상무부의 제재를 받는다는 배경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삼성그룹이 꾸준히 반도체에 투자하며 삼성전자를 키워온 덕분에 세계 유명 기업들로부터 계약 수주를 따낼 수 있었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출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반도체시장은 예외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468억6300만달러였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19.5%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17.3%보다 2.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지만 다른 품목이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보인 점을 고려하면 비중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8조146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26.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5.4%로 3개 분기만에 반등했다.

이러한 실적의 배경에는 반도체 판매 증가가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실적은 매출 188조2300억원, 영업이익 5조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59.7% 늘었다. 반도체사업부는 삼성 전체 영업이익의 66.7%를, 매출의 34.4%를 차지한다. 

코로나19 확산 뒤 세계적으로 원격 근무,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수요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모바일의 경우 회복세에 접어들고 그래픽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시스템 반도체는 부품수요 감소로 실적이 감소했지만 제품 다각화 노력 지속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전년 대비 10%포인트 이상 확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액의 86%를 해외에서 올린 반면, 세금은 대부분 국내에서 내고 있다. 법인세 납부액은 9조5449억원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해외 매출액 64조6661억원을 달성하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분의 1인 약 20%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그룹의 높은 위상 탓에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도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을만큼 확고한 위치에 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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