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코미디’, 돌발 상황과 즉흥 개그의 열린 콩트가 돌파구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JTBC <장르만 코미디>가 바닥을 벗어나 상승의 동력을 모으는 분위기다. <장르만 코미디>가 저조한 시청률로 포맷을 9월 중순 대수술한 이후 작게나마 반전의 기미를 보여 향후 추세가 궁금해진다. 0%대로 종종 가라앉던 시청률 흐름이 1%대를 지지하면서 최고 시청률을 1.5%(926)로 올렸고 24일에는 다시 1.3%를 기록,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희망을 가져볼 만한 분위기다.

<장르만 코미디>는 다른 예능에 비해 성패에 관심이 특히 높다. KBS <개그콘서트>가 종영된 후 멤버 일부를 규합해 멸종 위기의 콩트 기반 정통 코미디 명맥을 이어놨기 때문이다. 정통 코미디는 그 자체로는 버라이어티에 밀려 세가 약화됐지만 여전히 근간에 녹아 버라이어티를 떠받드는 자양분인 데다 시청자 예능 선택권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생존이 기대됐다.

하지만 <장르만 코미디>는 초반 의욕적으로 나선 새로운 시도들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다양한 재미의 숏폼 드라마로 웹툰, 드라마, 예능, 음악 등 여러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코미디의 확장성을 추구하려 했지만 시청자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웹툰을 코미디화(‘장르만 미스터리’)하거나 인기 드라마를 패러디(‘장르만 명작 드라마’)하고 넷플릭스(‘장르만 상견례’)나 유튜브(‘너튜브 고등학교’)의 생태계를 콩트의 재료로 차용하는 등 트렌드와 결합한 웃음을 찾으려는 시도는 신선했다.

하지만 시대 반영은 대부분 외피만 두른 수준으로 출연진의 개그와 혼합되지 않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나마 찰리의 콘텐츠 공작소가 짤녀 이현정이 유명세를 타는 등 다양한 볼거리와 은근한 웃음 유발로 제 몫을 했지만 다른 코너들은 과거 비슷한 측면이 있던 <SNL 코리아>나 각종 페이크다큐 코미디에 비해 웃음 타격감이 약했다.

결국 여러 장르와의 콜라보라는 심대한 기획 의도는 버려지고 생존을 위한 대개편에 돌입했다. 그래서 드라마타이즈 코미디 복을복을 삶은 라면과 개콘 후 일자리를 잃은 중견 개그맨들의 생존기를 페이크 다큐로 다룬 장르만 휴먼다큐만 남긴 채 나머지 코너들을 다 폐기했다.

그리고 새롭게 도입한 것이 주요 출연진이 모여 편을 갈라 개그 콘텐츠 대결을 벌이는 개벤져스의 아이디어 회의이다. 이 코너는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난 현재 가라앉던 장르만 코미디의 시청률을 지탱하고 반등의 희망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개편 시점 당시 큰 화제를 모으던 이근 전 대위가 장르만 휴먼다큐에 출연해 이 덕에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오른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근 전 대위가 잡음으로 하차한 이후에도 시청률 반등 분위기는 이어져 개벤져스의 아이디어 회의<장르만 코미디>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더 기여한 것으로 추정해도 무방하다는 판단이다.

개벤져스의 아이디어 회의는 아직 확립되지 않아 코너 내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확실히 시청률이 상승한 날 방송된 아이템은 초대손님을 편 갈라 웃기고 승부를 가리는 차태현을 웃겨라(926)’이휘향을 웃겨라(1024)’이다. 상황을 설정해 초대손님이 함께 콩트를 하면서 두 팀으로 나뉜 개그맨들이 초대손님을 웃길 개그 콘텐츠로 대결하는 방식이다. 앞선 찰리의 콘텐츠 공작소를 확대, 발전시킨 듯한 이 포맷이 그간 드물었던 시청자의 웃음을 이끌어 내고 있다.

개그맨들이 준비한 콘텐츠 자체가 개그감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이 코너의 매력은 초대손님과의 호흡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돌발적인 상황들에 있다. 24일 함께 한 이휘향이 자신의 연기를 하는데 몰입해 개그맨들이 이휘향을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지 못하거나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상황에서 당황하는 개그맨들의 모습은 큰 웃음을 이어지게 했다.

장르만 코미디멤버들은 개콘 시절은 물론 그 이전 대학로 무대부터 공개 코미디로 다져져 온 내공을 갖춘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공개 코미디에서 주요한 웃음 코드 중 하나인 돌발 상황에서 당황함의 개그화와 이를 살려 나가는 능숙한 애드립을 웃겨라코너에서도 잘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장르만 코미디는 관객 없는 녹화 방식이라 공개 코미디는 아니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적 요소를 살릴 때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멤버 구성과 포맷이라 웃겨라코너처럼 사전에 짜인 내용 외의 돌발 요소들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열린 콩트가 생존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개벤져스의 아이디어 회의가 열린 콩트적 요소를 계속 살려 나갈지, 아니면 또 다른 생존 동력을 찾아낼지, 그리고 그 결과 장르만 코미디가 정통 코미디의 수호자로 살아남을 반응을 이끌어 낼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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