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중계와 완성도 제고에 따른 결방 드라마들의 득과 실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 주는 각 방송사 주요 드라마들 결방이 줄줄이 이어졌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는 화요일 방송이 대한민국과 카타르 평가전 생중계로 결방됐고,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는 프로야구 중계로 지난주 9일과 이번 주 17일 결방했다. MBC 수목드라마 <나를 사랑한 스파이> 역시 프로야구 중계로 지난 4일에 이어 이번 주 18일에도 결방됐다. 한편 스포츠중계와는 별 상관없이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 역시 18일과 19일 결방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실 드라마의 결방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깬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지상파들은 스포츠 중계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 교양 등 정규편성 프로그램들을 결방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 면이 있다. 반면 지상파와 다른 포지션을 갖고 있는 tvN 같은 케이블채널은 스포츠 중계 같은 이벤트의 이유가 아니라, 완성도 제고라는 이유로 결방되는 사례가 잦았다. 처음에는 이런 선택이 낯설었지만 차츰 시청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눈치다.

결방이 해당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은 그 드라마가 가진 특성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으며 별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펜트하우스>처럼 일종의 드라마 게임 같은 느낌으로 보는 드라마의 경우는 생각만큼 큰 영향이 없다. 선악구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이미 확연히 드러난 악역들이 존재하고, 그들과 대적하는 약자들의 이야기는 중간에 끊었다 다시 본다고 해도 쉽게 몰입이 가능하다. 특히 이렇게 자극으로 가득 채워진 드라마에는 더더욱.

하지만 <카이로스> 같은 작품은 다르다. 이 작품은 한 달 전 인물과 한 달 후의 인물이 하루에 단 1분 동안 소통할 수 있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과거를 바꿔 미래를 바꾸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다보니 더 깊은 몰입감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다소 복잡하게 흘러가는데다, 게다가 스릴러다 보니 긴장감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하는데 한 회를 쉬고 나면 이전에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가 애매해진다. 맥이 끊겨 다시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 결국 <카이로스> 같은 작품의 결방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워낙 시청률도 낮은데다 화제성도 없어 결방을 해도 그다지 한 티가 나지 않지만, <구미호뎐>은 꽤 괜찮은 화제성을 갖고 있어 결방에 대한 시청자들의 원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구미호뎐>처럼 일종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는 한두 회 쉰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게다가 요즘은 그저 회차를 채우기보다는 좀 더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더 원하고 그래서 기다려주는 분위기도 있다.

아무래도 본방 시청보다 선택해서 몰아보는 시청패턴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결방의 여파가 과거 본방 시청 시대보다는 적은 편이다. 또한 최근에는 드라마 제작에 대한 투자가 방송사에는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편수를 줄이기도 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니 그저 채우기보다는 다른 이벤트를 세우는 것이 여러모로 방송국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결방은 물론 작품의 성격에 따라 득실이 나뉘지만 찾아서 몰아보는 시대에 결국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제작자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보다 나은 완성도로 채울 때 시청자들은 그걸 용인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남자 구미호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고전설화에 나오는 캐릭터 재해석이 돋보이는 드라마 ‘구미호뎐’의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이동욱이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에 대한 설득력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구미호뎐’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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