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마지막 아날로그 감성의 레트로 오디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전국민의 노래자랑 Mnet <슈퍼스타K>가 지나간 자리에 TV조선 <미스트롯><미스터트롯>은 한 번 더 오디션 프로의 바람을 일으켰다.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예능은 기나긴 팬데믹으로 행사 트로트의 맛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을 다시금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하지만 과연 레트로 오디션 예능이 트로트 이후에도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JTBC <싱어게인>은 그러한 의문을 말끔히 해소시켰다. 흥미롭게도 <싱어게인>은 트로트문화가 아닌 1980년대 후반부터까지 1990년대까지 이어진 가요계 르네상스 시대를 미묘하게 떠오르게 만든다.

사실 한국 가요계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1980년대 후반 발라드도 댄스도 아닌 미디엄 템포의 시티팝 감수성은 새로운 세대의 입맛에 맞았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다양한 댄스 음악이 한국 가요계에 흘러들었다. 그 사이 언더그라운드에서 펑크와 모던록의 에너지로 인디와 TV를 오가는 새로운 밴드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사운드와 감수성의 새로운 변화가 밀레니엄 이전 마지막 아날로그 시대에 꽃피웠던 것이다. <싱어게인>에는 이 시대의 풍요로움 감성이 넘쳐난다. 물론 실제로 <미니데이트>로 대표되는 1990년대의 가수 윤영아를 소환하기도 한다. 혹은 무명조 참가자들이 <너에게로 또다시><사랑일뿐야> 같은 1090년대의 발라드를 선곡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싱어게인>에서 마지막 아날로그 감성이 꽃핀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싱어게인>의 참가자 대다수는 밀레니엄 이후에 OST나 그룹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혹은 현재 재야의 고수로 묻혀 있는 가수들이다. 아니면 <슈퍼스타K><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봇물 시대에 등장했던 오디션 킬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흥미롭게도 이들 각각의 컬러가 굉장히 다르다. 누군가는 여전히 포크 감성을 간직하고, 또 누군가는 세련된 소울을 부른다. 이제는 잊힌 창법인 하드록 스타일의 목소리로 야수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싱어게인>에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는 것이다.

<싱어게인>의 매력은 바로 이 뒤섞임에 있다. 그 뒤섞임은 심사위원의 구성과도 이어진다. 이선희와 김종진으로 대표되는 지나간 아날로그 감성의 시니어 심사위원들이 한 쪽에 있다. 또 가요가 아닌 K팝의 색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이돌그룹 출신의 주니어 심사위원 선미와 규현, 이해리도 있다. 또 이 두 시기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작곡가 유희열과 작사가 김이나 역시 심사위원이다.

이들이 <싱어게인>의 무명가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미묘하게 다르다. <싱어게인>은 그 차이를 느끼는 재미와 반전이 있다. 기성세대의 시선으로는 너무 낡은 듯한 무명가수가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레트로 감성으로 느껴져 후한 점수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 역시 예민하고 각기 다른 감성에 탄복하고 또 즐거워한다. 섞임의 즐거움이 무대와 심사위원석 양쪽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싱어게인>은 기계음의 K팝으로 세련되지만 빡빡하고 은근 획일화된 시장에서 다시 마지막 아날로그의 감성을 깨워난다. 더구나 그 감성에는 다시 할 수 있어라고 다독여주는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그 온기는 우리들이 잊었지만 그리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싱어게인>은 노래와 함께 그 정서를 구식이 아닌 언제 들어도 마음 울리는 인간적인 창법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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