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세기말 분위기 괴담 예능의 등장, 어떻게 볼 것인가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새 예능들 중 눈에 띄는 시도가 있다. 2021년 시작과 함께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의 주요 채널에서 새롭게 선보인 예능들은 먹방, 집방 등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이미 상당수 방송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2부작 파일럿으로 공포 미스터리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MBC <심야괴담회>는 달랐다.

<심야괴담회>는 신동엽, 김숙, 박나래가 MC를 맡고 개그맨 황제성, 허안나가 추가로 함께 괴담 스토리텔링에 나선다. 역사학자 심용환, 카이스트 출신 작가 곽재식도 합류해 공개되는 이야기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상금 4,444,444원을 걸고 시청자 투고 괴담을 MC와 출연자들이 읽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무서운 이야기나 괴담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헌을 통해 인류와 함께 존재해 왔고 현재에도 마니아들이 모여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할 정도로 사람들의 본질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다. 사적인 모임에서도 종종 소환되는 친근한 여흥 거리이기도 하다.

괴담은 과거 MBC <이야기 속으로>, SBS <토요 미스테리 극장> 등을 통해 1990년대 후반 세기말 분위기에 맞춰 방송돼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후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에서 일부 다뤄지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책임진 소재로는 오래 전 사라졌다. 방송 심의 규정상 미신이나 비과학적인 소재에 대한 제약이 활성화를 막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

그런 괴담 예능이 다시 등장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포맷의 시도를 넘어 최근 방송가 안팎의 여러 요인들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우선 방송 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인 불안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을 듯하다. 사회가 불안하면 판타지나 괴담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적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비 영화의 등장을 미국 사회에 베트남 전쟁이 끼친 영향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가장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최근 미스터리한 괴물이나 미지의 존재와 싸워야 하는 드라마들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OCN 같은 장르물 채널이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는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등의 드라마는 이전에도 존재해 왔지만 최근 들어 특히 각광을 받는 분위기다. 지상파에서는 보기 드문 엑소시즘 드라마 <조선구마사>SBS에서 방송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방송 내적으로는 최근 스토리텔링 예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의 영향도 있을 듯하다. 특히 이야기 프로그램들의 재연 위주 흐름에서 탈피해, 출연자의 직접적인 스토리텔링의 말맛과 대화형 구성의 예능적 가치를 찾아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큰 화제를 모아 유사한 형식 프로그램의 증가를 예상하게 했다.

스토리텔링 예능 중 전문가 의존형이 최근 위기를 겪으면서 출연자의 자질이나 방송 내용에 검증이 크게 필요 없는 <심야괴담회> 방식이 좀 더 선호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전문가 의존형 스토리텔링 예능은 역사 강사 설민석과 함께 흥하다가 논문 표절 논란으로 인한 하차 사태로 당분간 위축을 피하기 힘든 분위기다.

<심야괴담회>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지는 않고 있다. 심의 문제 때문에 이야기의 허구성에 대한 경고 문구나 설명이 방송 내내 자주 반복되고 괴담 프로그램인데 곽재식 작가를 통해 괴담을 다소 엉뚱하기는 하지만 과학적으로 반박해보는 구성도 삽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진행이 공포에 전적으로 집중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심야괴담회>는 공포에 다른 부가적인 재미를 추가한 새로운 예능으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괴담을 이야기하고 듣는 출연자들이 희극인들이라 대면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돋보이는 말솜씨와 표정, 그리고 리액션 등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이사이 출연자들의 양념 같은 개그들도 오싹함만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공포와 웃음을 단짠단짠 오가면서 편하게 시청하게 만들어주는 맛이 있다. 곽재식 작가의 과학적 접근과 해석, 심용환 강사의 괴담과 연결되는 역사에 대한 설명 등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심야괴담회>1회 시청률 1.8%(이하 닐슨코리아)에서 2회에는 3.7%로 수직상승세를 기록, 비교적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20여 년 만의 괴담 예능이지만 현재 여건에 맞춰 새로운 시도가 가미된 <심야괴담회>가 대중들이 바라던 새로운 예능일지 여부를 좀 더 확인할 기회를 정규 편성으로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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