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코로나 때문? 기본기 부족이 근본원인

[엔터미디어=정덕현] 일단 김치찜짜글이라는 정체불명의 메뉴 자체가 기대감을 지워버린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2021년을 맞아 처음으로 찾아간 성남 모란역 뒷골목의 김치찜짜글이집이 내놓은 메뉴는 그 이름에 담긴 것처럼 김치찜과 김치짜글이를 혼합한 음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백종원이 국물의 양으로 구분해 설명한 것처럼, 김치국, 김치찌개, 김치짜글이, 김치찜은 저마다 특징이 다르고 그래서 기대하는 바도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김치찜과 김치짜글이를 뒤섞은 듯한 메뉴명은 궁금증을 유발하긴 하지만 특정 한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메뉴명 자체가 일종의 장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리는 조리과정을 보면 그 자체로 식욕을 돋게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어찌된 일인지 김치찜짜글이는 그 방식이 기괴했다. 잡내를 잡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돼지고기에 겨자가루, 월계수입, 후춧가루, 간마늘, 간생강, 소주, 파뿌리 등을 넣어 밑간을 해서 숙성을 시킨다는 이야기에 백종원은 이걸 왜 숙성하지?”하며 의문을 자아냈다. 게다가 숙성한 고기는 미리 삶아서 그 삶은 물은 육수로 쓰고 고기는 고기대로 쓴다는 말에 백종원은 말을 더듬을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돼지비계를 끓여 만든 라드를 냄비에 바르고 김치와 재료를 넣고 또 라드를 바른 후 쪄둔 김치찜을 사용하는 방식도 상식적이지가 않았다. 그 광경을 본 백종원은 음식 잘못 배웠다어려운데다 이상한 레시피라며, 저런 방식으로 요리를 하면 짜글이나 김치찜 그 어느 요리의 맛도 충족시키기 어려운데다 돼지고기는 100% 냄새가 날 것이라고 했다. 시식도 하기 전에 그 조리과정을 먼저 보는 것만으로 백종원은 물론이고 김성주, 정인선이 인상을 찌푸리는 건 지난 3년 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막상 나온 김치찜짜글이는 그 비주얼로 보면 김치찌개에 가까울 정도로 국물이 많았다. 그래서 계속 끓여가며 먹어야 한다고 사장님은 설명했지만, 정인선까지 함께 해 시식해본 맛은 환자식처럼 싱거운 김칫국 같는 거였다. 문제는 음식에 들어간 돼지고기였다. 정인선은 고기에서 똠얌꿍 맛이 난다며 고기를 씹다 삼키지 못하고 있었고, 백종원도 고기를 씹다가 결국 뱉어내고 말았다. 결국 이 집의 문제는 음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거였다. 괜스레 어렵게 조리하면서도 맛은 기대 이하였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은 조금씩 경중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번 모란역 뒷골목의 출연 가게들이 모두 겪고 있는 일이었다. 생면국숫집은 애써 생면을 뽑아 국수를 내놓고 있었지만 해물잔치국수는 풍성한 해물 비주얼에 비해 국물 맛이 없었고, 비빔국수에는 닭죽을 양념장에 넣는 이상한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육개장집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지만 생강을 과다하게 넣어 똠얌꿍맛이 난다는 손님이 있었고, 게다가 소금을 쓰지 않아 간이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시 음식 조리에 있어서의 기본을 잘 모르고 있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요식업계가 전반적으로 차디찬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그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가게들의 사정을 보면 코로나의 여파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음식에 대한 기본기 부족이 더 큰 문제라는 것. 예컨대 김치찜짜글이집처럼 근본 없는 요리가 손님들에게 괜찮은 반응을 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코로나 때문에 요식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요리에 대한 기본기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이런 어려운 시국에는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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