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 더 세심하고 정교해졌다는 건
‘골목식당’, 코로나 시국 백종원의 솔루션도 변화를 택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편에서 김치찜짜글이집은 첫 등장부터 비판받을 요소들이 적지 않았다. 만일 코로나 이전 상황이었다면, 이 집은 이 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해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던 이른바 빌런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시식도 전에 영상으로 보여준 김치찜짜글이라는 낯선 메뉴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백종원과 김성주, 정인선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방식이 사장님이 찾아낸 비법이 되어 있었지만, 그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별로 식욕이 생기지 않는 괴상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돼지기름을 뽑아내 굳힌 라드를 미리 김치를 쪄놓을 그릇 밑바닥에 발라놓고 그 위에 김치를 얹은 후, 그 위에 또 라드를 바르는 과정이 그랬고, 고기에 잡내를 없앤다고 밑간에 여러 재료와 함께 생강가루를 잔뜩 넣고 숙성(?)시킨 후 그걸 끓여서 고기는 고기대로 분리해 보관하고 국물은 살짝 얼린 상태로 보관해 나중에 다시 냄비에 각각 담아 끓여내는 방식도 그랬다.

결국 첫 시식을 한 백종원과 정인선은 김치찜도 아니고 그렇다고 짜글이도 아닌 그 맛에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정인선은 국물을 심심한 김칫국 맛에 고기에서 똠양꿍냄새가 난다고 했고, 백종원은 고기를 씹다가 결국 삼키지 못하고 뱉어냈다. 게다가 이어진 주방 점검에서도 문제는 속출했다. 냉장고에 상한 재료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성에가 가득한 냉동고는 얼마나 관리가 부실한가를 잘 드러내줬다. 이 정도면 백종원 역시 보다 강력한 지적을 할 법했다.

하지만 방송도 백종원도 그렇게 분노를 끄집어내기보다는 어째서 이 집 사장님이 굳이 이런 괴상한 방식을 선택하게 됐는가를 이해하려는 쪽을 선택했다. 일을 계속 하고는 싶었지만 육아 때문에 짧게짧게 하다 그만두면서, 여기저기서 얻은 경험들을 나름대로 연구하다보니 그런 자신만의 비법에 이르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백종원의 시식이 끝나고 텅 빈 가게로 돌아온 사장님이 남편과 통화하다 눈물을 쏟는 장면도 방송은 보여줬다.

일주일 후 다시 이 가게를 찾은 백종원은 자신이 고기를 뱉은 것에 대해 사장님이 기분이 안 좋으셨을 거라고 말하며, 그것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요리 실험(?)을 통해 설득시켰다. 본래 사장님이 하던 방식으로 만든 것과, 사장님 방식대로 하루를 숙성했지만 끓이지는 않은 고기를 사용한 것 그리고 생고기를 넣고 끓인 세 종류의 음식을 놓고 함께 시식을 함으로써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가를 이해시킨 것.

결론은 국물은 사장님 방식이 처음에는 진하게 느껴졌지만 생고기를 넣은 걸 먹어본 후 사장님 방식대로 한 고기를 먹어보니 왜 삼킬 수 없게 됐는가를 그 역시 이해하게 됐다. 백종원은 돼지고기는 한번 끓였다 식히고 다시 끓이면 100% 냄새가 난다며 굳이 사장님 방식대로 고생하며 요리하는 게 효과가 없다는 걸 말해줬다.

백종원의 솔루션 방식은 마치 핀셋으로 집어낸 것처럼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접근되었다. 예를 들어 생면국숫집의 경우 생면의 쫄깃함은 살아있었지만 국물이 넣은 재료들에 비해 별로였고, 조리시간이 길어져 기다리는 동안 먹게 한 닭죽이 오히려 국수 맛을 반감시킨다는 걸 찾아냈다. 그래서 일주일만에 사장님은 닭죽을 빼고 국수 가격을 천 원 내렸고, 보다 정통에 가까운 잔치국수와 황태국수를 통해 백종원의 칭찬을 받았다. 백종원은 또한 조리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도 많이 드는 주방의 동선을 정리해주기 위해 인테리어 전문가를 부르기도 했다.

육개장집은 지난주 간이 되어 있지 않은 문제를 백종원은 족집게처럼 찾아냈고, 똠양꿍 맛이 나는 이유 역시 생강이 들어가서라는 것도 짚어냈다. 또한 고사리도 많이 들어가면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해줘 사장님은 일주일 동안 간을 잡고 생강과 고사리를 뺀 육개장을 내놨다. 흥미로운 건 이 집의 솔루션은 자칭 육개장 마니아라는 김성주의 시식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백종원이 한 발 뒤로 물러선 건, 이미 자신의 솔루션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자신보다 김성주의 시식이 더 효과적으로 그 맛을 전할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일 게다.

이처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보여주는 솔루션은 훨씬 더 세심하고 정교해졌다. 분노하고 솔루션을 주는 그런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이제 사장님들의 문제를 같이 들여다보고 차근차근 설득하며 같이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이건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감안한 변화라고 보인다. 당장의 방송에 효과를 주는 자극적인 편집이나 연출보다 진짜 도움이 되는 방식을 좀더 출연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 백종원의 핀셋 솔루션 역시 그래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정부도 못하는 걸 척척 해내는 백종원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지금 시대의 스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잘 대변하는 인물 백종원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와 함께 알아봅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