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레전더리 워’, 프로그램의 신선도와 명분을 해치는 방송사의 욕망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퀸덤>에서 <킹덤: 레전더리 워>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Mnet<퀸덤>의 성공을 남자 아이돌 버전으로 더 크게 재현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지만, <로드 투 킹덤>의 반응은 전작에 비해 미지근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적은 신인 그룹들 위주라서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본 <킹덤: 레전더리 워>, 무대 위에서 땀 흘리는 가수들의 노력이 무색할 만큼 시청률이 안 나온다. 아직 초반인 걸 감안해도, 시리즈 역대 최저 시청률(20214153회 시청률 0.2%.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한 건 민망한 일이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Mnet이 출연자들에게 민망해야 할 일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세 평론가의 의견을 모아보자면 결론은 한 줄로 묶인다. “가수들이 고생이 많다.” 남지우 평론가는 Mnet이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온 과정을 차근차근 되짚으며, 그나마 <로드 투 킹덤>에서 우승하면 <킹덤: 레전더리 워>에 세워준다는 약속을 믿고 온 더보이즈만이 <킹덤: 레전더리 워>를 성립하게 한 유일한 명분이라고 평했다.

정석희 평론가 또한 극단적으로 말해 결국은 돈 싸움이란 의문을 제기하며 현란한 무대 장치, 백업 댄서, 섹시 컨셉트며 퇴폐미 따위를 싹 걷어낸 순수한 무대도 보고 싶다는 평을 남겼다. 마침 팀 별 무대 제작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과도한 프로듀싱이 오히려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승한 평론가는 <퀸덤>의 성공은 Mnet의 기획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 대신 연대를 추구한 출연자들이 빚어낸 결과라 말하며, Mnet이 또 무리해서 자극을 높이려는 탓에 신선함을 잃었다고 평했다.

◆ 폐허 위에 더보이즈가 다시 세운 것

더보이즈는 대중에게 널리, 그리고 명확히 인식되기 전에 있는 팀이다. 하지만 Mnet의 새 경연 프로그램 <킹덤: 레전더리 워>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들의 존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더보이즈가 아니었다면 <킹덤>이란 프로의 성립은 그 자체로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데뷔 4년 차 보이그룹은 어떻게 한 프로그램의 명분이 되었을까? 다시 말해 이 프로는 어떻게, 그 외 모든 명분을 전부 잃게 되었을까?

더보이즈는 전작 <로드 투 킹덤>에서 우승하며 시리즈 피날레의 출연권을 따냈다. 실력, 팬덤, 인지도 측면에서 그 어떤 후보도 압도적이지 않았기에, 더보이즈의 우승은 참으로 정직했다. 이 정직한 우승자를 동시대 케이팝 들이 모이는 무대인 <킹덤>에 세워주겠다 약속한 Mnet. 하지만 <킹덤>에 탑 보이그룹들을 불러 모으는 섭외 과정은 실로 혹독했는데, 이 시기에 <프로듀스101> 전 시즌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법원 판결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PD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Mnet을 소유한 CJ ENM은 프로듀스 시리즈로 거둔 이익과 향후 발생할 이익을 모두 포기한다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 기획사들이 제작진에 부적절한 향응을 대접한 사실까지 밝혀졌으니, 이제 그 어떤 탑 그룹이 Mnet 표 경연 프로를 믿고 출연할 수 있을까. ‘출연 물망에 올랐다는 보도가 민망하게, 여러 그룹들이 <킹덤> 출연을 광속도로 고사했다. 케이팝 레전드 자리를 두고 벌이는 왕들의 전투라는 그림은 이제 실현되기 어려워진 것이다.

오디션 명가, 음악 제국 Mnet은 시청자를 배신해 망했다. 시청자 투표를 기반으로 순위를 매기는 기획을, 어찌 이들이 다시 할 수 있을까. Mnet은 폐허가 되었지만 더보이즈와의 약속이 남았다. 더보이즈란 그룹은 이제 <킹덤>을 넘어 Mnet의 명분이 된 셈이다. 제작진은 혹독한 거절들을 지나 여섯팀의 라인업을 어렵사리 완성했다. 비록 모두가 끄덕일만한 들은 아니지만, 메가히트곡을 보유한 팀들이고, 대단한 해외 인기를 보유한 팀들이다. 더보이즈는 Mnet과 한 약속으로 <킹덤>이란 프로를 성립하게 함으로써, 케이팝 동료와 팬들을 위한 무대를 다시 세웠다. 폐허를 딛고 온 이 무대에, 경이로운 재능과 노력들이 있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jmbar_jwjw

◆ 풀리지 않는 의문이 가득한 과열 경쟁 속으로

지난해 진행된 <로드 투 킹덤><퀸덤>과는 달리 <킹덤: 레전더리 워> 출전권이 걸린 경연이라는 소리에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었다.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아이돌 그룹 줄 세우기를 한단 말인가. 글로벌 팬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데 그렇다면 팬덤 크기가 관건이 아닌가. 불꽃 튀는 경쟁 끝에 더보이즈가 우승을 하고 <킹덤>에 합류한 지금도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데뷔 3년 차임에도 <로드 투 킹덤>을 통하지 않고 <킹덤>으로 직진한 에이티즈와 더보이즈의 차이는 뭘까? 전문가 평가단의 영향력이 크지 싶은데 그들은 누굴까?

<퀸덤>부터 시작해 <로드 투 킹덤><킹덤>, 여느 오디션이며 경연과는 다른 점이 많다. 가수지만 가창력이 딱히 중요치 않은, 퍼포먼스가 승부를 가르는 경연이다. 따라서 실력과 멤버 간의 합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편곡이며 무대 미술, 기술 등 창의적인 프로듀싱이 필히 따라줘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결국엔 돈 싸움 아닐까? 게다가 회가 거듭되는 사이 과열 경쟁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저러다 다치면 누가 책임지지? 현란한 무대 장치, 백업 댄서, 섹시 컨셉트며 퇴폐미 따위를 싹 걷어낸 순수한 무대도 보고 싶다. 진짜 실력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한 해에 수백 팀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단다. <킹덤> 도전 팀 중에 내가 아는 팀이 셋이다. 2013<WIN>에 출전했던 아이콘과 2017<스트레이 키즈>에 출연한 스트레이 키즈, 그리고 <로드 투 킹덤> 우승자 더보이즈. 다른 팀은 멤버 중 일부가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출연으로 눈에 익지만 노래와 무대는 낯설었다. 아마 <킹덤>으로 어떤 분위기와 실력의 그룹인지 알게 되겠지. 알린다. 그거 하난 장점이다. , 배움과 성장도 있겠다. 뭐든 헛일은 없으니까.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자꾸 짜게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데도 그래

Mnet이 최근 몇 년간 선보였던 경연 프로그램 중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로그램인 <컴백전쟁 퀸덤>, 역설적이게도 Mnet의 본래 기획의도에서 벗어나며 성공한 작품이었다. 치열한 기싸움과 대결구도를 노리며 출연자를 조합했을 방송사의 의도와는 달리, 출연자들은 서로에게 아낌없는 리스펙트를 보내며 연대하고 케미스트리를 쌓아갔다. <퀸덤>을 기존의 Mnet 경연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다른 색깔, 그러니까 자극을 줄이고도 완성도 있는 무대를 뽑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완성한 건 결국 출연자들이었던 셈이다.

짜게 먹던 사람이 갑자기 저염식을 하면 적응이 어렵긴 하다. Mnet<로드 투 킹덤>에서부터 작정하고 더 매운 맛, 더 자극적인 맛을 추구했다. 프로그램 전체를 <킹덤: 레전더리 워>로 가기 위한 예선전이라 규정하며 시작부터 그룹에 위계를 두는가 하면, 탈락 제도를 만들어서 유대감을 쌓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 자신들의 색깔을 충실하게 알릴 기회가 간절했을 <로드 투 킹덤> 출연자들은, 탈락 제도 탓에 짧은 시간 안에 더 임팩트 있는 무대를 만드는데 치중하게 됐다. 굳이 선해하자면, <퀸덤> 출연자들에 비해 <로드 투 킹덤> 출연자들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고, 그래서 더 자극적인 구도로 화제성을 만들어 주는 쪽이 가수들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가 과연 성공적이었던가?

Mnet의 입맛은 <킹덤: 레전더리 워>에 와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온갖 논란과 의혹 끝에 간신히 라인업을 확정하자, 이젠 무대 제작비 공정성 논란이 터졌다. 한 눈에 봐도 어느 팀이 돈을 덜 썼고 어느 팀이 더 썼는지 보이고, 자신들의 색깔을 충실하게 보여주는데 집중한 팀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자연스레 본연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것 대신 지금까지 안 했던 것’, ‘더 크고 화려하고 센 무대같은 스펙터클에 무게추가 실린다. 보는 시청자도 벌써 이렇게 피곤한데, 저 안에서 경연을 준비하는 팀들이 겪을 피로는 상상이 안 된다. 기껏 저염식 식단으로 호평 받았던 밥상에, Mnet이 또 소금을 치고 있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사진·영상=Mnet.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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