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행’, 뜬금없는 쯔양 먹방보다 안정환의 초심을 믿어야
‘안다행’, 황도 입주 시작한 안정환과 쯔양 먹방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 갑자기 벌어진 먹방?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에 유민상과 쯔양이 출연한다는 소식은 그 내용이 무엇으로 채워질 것인가를 예상하게 해줬다. 다름 아닌 먹방이다. 지난주 어미새 박명수가 어마어마한 양의 전을 붙이고 이를 꿀꺽 먹어버리는 쯔양과 유민상의 먹방이 나간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여지없이 먹방이 이어졌다. 먹을 게 부족한 상황에 박명수는 절친인 자연 마스터지상렬을 초대했고, 그가 가져온 삼겹살 약 25인분을 먹는 먹방이 펼쳐졌다.

자연 마스터라는 별칭에 걸맞게 지상렬은 뭐든 척척 해주는 모습으로 박명수와 비교됐고, 바닷가에서 구해온 거대한 돌판을 달궈 삼겹살을 굽고 거기에 달래까지 얹어 먹는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쯔양의 엄청난 먹방 앞에 유민상마저 소식하는 느낌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하지만 과연 <안싸우면 다행이야>라는 프로그램에 이러한 먹방이 어울리는지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본래 이 프로그램은 자연인을 찾아가 그 결핍의 일상을 경험하면서 그것이 오히려 주는 행복을 담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먹방으로 가득 채워진 방송분에서는 <안싸우면 다행이야> 특유의 정서를 찾기는 어려웠다. 자연인도 없는데다, 결핍보다는 포만감으로 가득한 방송이었으니.

물론 이처럼 쯔양이 투입되어 주목을 끈 먹방이 어딘지 주목도가 떨어진 <안싸우면 다행이야>충격요법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일회적인 충격요법으로 이 프로그램의 본래 정체성과 그 힘을 되살리기는 어렵다. 특히 자극으로 끄집어낸 관심은 더 큰 자극이 아니면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데 이날 방송분에 앞부분을 채워준 안정환의 황도 입주와 그 곳에서 청년회장이 되어 터전을 만들어가는 내용은 쯔양이 보여준 먹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줬다. 그건 마치 이 프로그램의 초심을 다시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황도는 다름 아닌 이 프로그램이 첫 파일럿을 내보낼 때 안정환과 이영표가 함께 들어가 자연인과의 하룻밤을 경험한 곳이다. 그 곳을 안정환이 다시 찾아 2호집을 짓고 터전을 만들며 또 손님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초심을 엿보게 만든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파일럿 때 바로 이 황도에서 안정환과 이영표가 기록한 8.6%(닐슨 코리아)의 최고 시청률을 지금껏 경신하지 못하고 있다.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툭탁대는 티키타카와 자연인의 야생의 삶이 주는 결핍과 행복, 여기에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에 오히려 고립이 주는 자유 같은 요소들이 당시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됐던 이유였다.

뜬금없는 먹방보다는 이 프로그램의 초심이 줬던 그 재미요소들이 무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그걸 어떤 색다른 인물들을 통해 그려낼 수 있을지를 모색해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특히 이 프로그램은 굳이 스튜디오 출연자가 필요할까 싶은 면들이 있다. 모든 관찰카메라들이 스튜디오 분량을 넣고 있어 그 형식을 그저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지만, 그런 틀에 맞추려는 시도가 과연 의미 있을까. 안정환이 보여주는 초심에 오히려 해답이 있다. 뜬금없는 먹방 보다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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