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안기부와 공수처... 우리 식으로 잘 해석한 리메이크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가 해피엔딩으로 종영했다. 한정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이석규(지진희)는 스스로 자신이 안기부 요원이었다는 걸 밝히고 죗값을 치렀다. 출소 후 만난 가족들은 그를 한정현이 아닌 이석규로 받아들였다. 아들 한승구(유선호)와 한승미(이재인)는 모두 아버지 성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승구, 이승미가 된 것. 가족 모두가 받아들이게 된 그의 진짜 이름 이석규. 꽤 오랜 세월이 걸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언더커버’로 정체를 숨기며 살아왔던 삶으로부터.

영국 BBC 원작인 <언더커버>는 그 많은 설정들을 우리 식으로 잘 해석해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리메이크 작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언더커버>는 우리의 시대적 풍경들을 잘 녹여냈다. 이야기의 시작점을 민주화 운동 시절로부터 설정한 부분부터 <언더커버>는 우리 식의 정서가 녹아들었다. 민주화 운동 시절 전면에 나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 최연수(한선화)와 당시 안기부 요원으로 요주의인물을 검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이석규(연우진). 하지만 이석규가 최연수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삶은 반쪽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 운동과 안기부 요원의 프락치 활동 같은 우리네 시대적 풍경을 가져온 <언더커버>는 여기에 ‘공수처’라는 또 하나의 우리식 설정을 더했다. 신분을 속인 채 단란한 가족을 꾸려 살아가고 있었지만, 최연수가 공수처장에 내정되게 되면서 이를 막으려는 국정원 기조실장 임형락(허준호)의 조직적인 음모가 시작되었다. 진짜 정체가 탄로나게 될 위기에 놓은 한정현은 이제 아내를 위한 ‘언더커버’에 들어가게 되었다. 최연수를 공수처장으로부터 끌어내리기 위한 도청은 물론이고 위협적인 임형락의 도발과 맞서던 한정현은 결국 저들에 의해 정체가 공개된다. 최연수와의 관계가 위기 국면에 돌입하지만, 결국 한정현의 진심을 알게 된 최연수는 그와 함께 임형락과 맞서게 된다.

공수처 같은 최근 우리에게도 이슈가 된 소재를 가져오고, 무엇보다 ‘적폐 청산’이라는 대의를 전면에 깔면서 <언더커버>는 그 어떤 리메이크 드라마보다 더 토착화된 해석을 담을 수 있게 됐다. ‘스파이 액션’ 장르적 성격을 가진 드라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담아낸 일종의 사회극적 색깔까지 갖게 된 것. 여기에 가족 코드를 전면에 깔아 우리네 드라마 특유의 가족애를 강조한 부분도 주효했다.

지진희와 김현주는 가족으로서는 지극히 따뜻한 가족애를 표현하면서도, 세상의 부정과 맞서는 공수처장과 그를 돕는 인물로써의 카리스마를 오가는 연기를 잘 소화해 보여줬다. 자애로운 아버지 한정현과, 임형락과 맞서는 이석규를 오가는 지진희의 연기는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부여했고, 아내로서의 최연수와 공수처장 최연수 사이에서 한정현의 정체를 두고 갈등하는 김현주의 연기 또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해줬다.

사실 리메이크 드라마는 ‘재해석’이 관건이다. 제아무리 성공한 작품이라고 해도, 우리식의 해석이 더해져 우리네 현실에 맞게 그려지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작품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언더커버>는 토착화된 재해석이 잘 된 리메이크 드라마라 평가할 만하다. 리메이크가 아니라 우리 드라마라고 해도 될 법할 재해석이 도드라진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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