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쏜다’, 박수칠 때 떠나긴 했는데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예능 <뭉쳐야 쏜다>가 지난 18일 종영했다. <뭉쳐야 쏜다>는 농구 영광의 시절을 상징했던 1990년대 농구대잔치를 되살려 기아자동차, 연세대, 고려대, OB들과 경기를 벌인 ‘어게인 농구대잔치’ 대회로 대미를 장식했다. <뭉쳐야 쏜다>는 다시 <뭉쳐야 찬다> 시즌2로 8월에 돌아올 예정인데 최근 다수 멤버들의 코로나 19 감염이 알려져 프로그램의 정상 진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뭉쳐야 쏜다>는 감독 허재 ,코치 현주엽과 함께 스포츠 레전드 멤버들이 선수로 합류해 상암불낙스라는 팀으로 안 해본 농구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전작 <뭉쳐야 쏜다> 감독이던 안정환을 비롯해 여홍철, 이형택, 김병현, 김동현 등 예능적 역량을 입증한 멤버들과 김기훈, 윤동식, 방신봉, 홍성흔, 이동국 등이 팀을 구성했다.

<뭉쳐야 쏜다>는 스포츠 예능으로 경기의 묘미와 예능적 재미가 잘 배합된 프로그램이었다. 허웅, 허훈 등 현역 인기 선수들도 등장했지만 침체된 농구 부흥을 위해 현재는 중견 지도자들이고 농구가 최고 인기를 누리던 1990년대 스타였던 선수들이 대거 등장, 추억 예능으로 재미를 전하기도 했다.

<뭉쳐야 쏜다>가 7개월 만에 마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1년 반 넘게 진행됐던 <뭉쳐야 찬다>의 경우와 비교하지는 않더라도 괜찮은 성적을 기록 중인 예능이 7개월 만에 종영한다는 사실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뭉쳐야 쏜다>는 종영 직전에도 5%(이하 닐슨코리아)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었다. 초반에는 6~7% 시청률로 <뭉쳐야 찬다> 시즌1 막바지보다 높았고 당시 스포츠 예능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다 이후 완만히 하락했지만 그래도 인기 예능임에는 분명한 성적이었다.

프로그램의 예능적 체계도 잘 구축돼있던 상황이었다. 이동국, 윤경신, 안정환, 홍성흔, 김병현 등이 스포츠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을 필요한 만큼 이뤄나가고 있었다. 스포츠 예능에 중요한 경기 성적에서도 막 첫 승을 이룬,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개가 기대되는 시점에 종영이 결정됐다.

윤동식, 홍성흔 등 새 멤버들과, <뭉쳐야 찬다>에서 넘어온 김병현, 김동현 등이 확실한 개그 캐릭터를 구축, 예능적으로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전작인 <뭉쳐야 찬다>도 시청률이 크게 아쉬울 것 없는 5%대인데 종영하고 <뭉쳐야 쏜다>로 넘어온 것을 보면 제작진이 박수칠 때 떠나는 스타일 같기는 하지만 이른 듯한 종영에 대한 이유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추정해보자면 우선 상대 구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 농구는 축구에 비해 체력 의존도가 높은 스포츠라 동호회 팀의 평균 나이가 축구에 비해 낮다고 알려져 있다. 팀 수 자체도 축구에 비해 크게 적다. 축구가 세배 정도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2020 대한체육회 자료 기준).

<뭉쳐야 찬다>는 팀원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알맞은 수준의 상대팀을 섭외해 붙이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를 방송에 보일 수 있게 진행이 가능했지만 농구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막내 김동현이 40대인 <뭉쳐야 쏜다> 팀은 상대하기 적당한 동호회를 구하느라 애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뭉쳐야 쏜다> 팀의 실력이 향상 중이고 체력도 처음보다는 올라온 상황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젊은 동호회팀과 방송을 통해 흥미진진한 게임을 펼치기가 농구는 쉽지 않다.

윤경신이 현역 감독인 점도 이른 종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윤경신은 현재 핸드볼 실업팀 감독이다. 동계 스포츠인 핸드볼 시즌이 쉬는 기간 동안 <뭉쳐야 쏜다>에 합류했지만 이제 다시 감독 역할을 수행해 겨울 시즌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을 수 있다. 윤경신이 평범한 기량의 팀원이면 그 없이도 <뭉쳐야 쏜다>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윤경신은 상암불낙스 전력의 8할 이상이었다. 2미터가 넘는 큰 키와 체구, 농구에도 바로 적응되는 핸드볼 월드스타의 운동 감각 등으로 농구 초보들인 상암불낙스 멤버들이 동호회 팀과 그나마 볼만한 경기가 가능하게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었다.

성공한 예능은 방송을 가능한 한 최대로 이어가거나 시즌제로 돌아온다. 하지만 <뭉쳐야 쏜다>는 어딘가 이른 듯한 종영에 시즌제도 어찌 될지 다소 미지수다. 많은 시청자들은 <뭉쳐야 쏜다>가 처한 난관을 해결하고 꼭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 같다.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하기도 한 <뭉쳐야 찬다> 시즌2로 일단은 아쉬움을 달래야 할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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