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수’의 가치는 7080 명곡의 재해석에서 나온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KBS 새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이하 새가수)>는 ‘7-90 명곡을 2021년 감성으로 다시 살릴 새 가수 찾기 프로젝트’라고 그 기획의도를 밝혀 놓았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명곡들을 새롭게 끄집어내겠다 했지만, <새가수>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차별성은 7080에서 나온다. 사실 1990년대 음악들은 너무 많은 콘텐츠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된 면이 있어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처음 방영됐을 때 90년대 음악들이 대거 소개됐고, 그 붐은 홍대 ‘밤과 음악사이’ 같은 카페로도 그 열기가 이어지며 다양한 콘텐츠들로 확산됐다. MBC 예능 <무한도전>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일명 토토가)’로 HOT부터 터보, 김현정, 엄정화 같은 90년대를 구가한 가수들을 현재로 소환했고, JTBC 예능 <슈가맨> 역시 주로 90년대 가수들에 대한 조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물론 그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90년대 음악들을 소환하는데 일조했다.

90년대 음악들이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건 7080 음악들이었다. 물론 세시봉 열풍이 잠시 일면서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통기타를 치며 포크를 불렀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한대수 등이 조명된 바 있지만, 그리 길게 그 흐름이 이어지진 못했다. 배철수가 진행했던 KBS <콘서트 7080>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지긴 했지만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에 가까운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됐고 그래서 대중적으로 당시의 명곡들을 주목시키지는 못했다. 차라리 KBS <불후의 명곡>이 가끔 레전드들을 출연시켜 7080 음악을 재해석해 들려준 것이 더 주목도는 높았다.

<새가수>는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새로운 가수 발굴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귀를 끌어당기는 건 ‘차별화된 선곡’이다. 프로그램 첫 번째 곡으로 이광조의 ‘세월 가면’을 바리스타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노래하고 있다는 임도환이 재해석해 부른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색깔을 잘 보여줬다. 두 번째로 싱어 송 라이터 윤태경이 부른 이승철의 ‘마지막 나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이승철의 다른 노래들을 오디션에서도 많이 불려진 바 있지만 이 노래는 명곡임에도 그만큼 많이 선곡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 <괴물>의 OST ‘The Night’이나 <나빌레라>의 OST ‘바다 끝’ 같은 곡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나 ‘뛰어’ 같은 곡이나, 송골매의 구창모가 불러 히트했던 ‘모두 다 사랑하리’ 같은 곡도 마찬가지다. 물론 젊은 ‘새가수’들의 재해석도 흥미롭다. 진미령의 ‘소녀와 가로등’을 이제 겨우 스무살의 나이에 원숙한 감성까지 더해 불러낸 이나영이나, 라이너스의 ‘연’을 레게 리듬으로 재해석해 들려준 정인지, 송창식이 자신보다 잘 부른다는 극찬을 이끌어낸 ‘사랑이야’를 부른 박다은이 그렇다.

정경화의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록 창법으로 시원하게 소화해낸 유다은, 한영애의 ‘건널 수 없는 강’을 접신하듯 부르는 독특한 창법의 소유자 박산희도 빼놓을 수 없고, 옥슨80의 ‘불놀이야’를 포효하듯 메탈 창법으로 불러낸 이동원이나, 컬트의 ‘너를 품에 안으면’을 허스키한 매력적인 보이스로 부른 한가람 역시 이번 <새가수>가 찾아낸 유망주들이다.

물론 90년대 노래 역시 미발굴된 명곡들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겠지만, <새가수>는 그간 상대적으로 잘 소개되지 않았던 7080 명곡들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인다. 당대를 살았던 중년들에게는 그만한 향수와 추억이 없고, 그 음악 자체가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 명곡들이 주는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 새로운 가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또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소 저평가되거나 조명되지 않았던 명곡들을 다시 재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간 트로트 장르의 오디션도 있었고, 90년대의 음악들을 재해석하는 오디션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최근 경향의 힙합이나 아이돌 음악 오디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새가수>가 끄집어내주고 있는 7080 음악들이 훨씬 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

우리 가요사에서 7080은 어쩌면 90년대 상업적으로 기획되고 조직화된 음악들이 나오기 전, 아티스트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개성과 천재적인 음악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온전히 그들의 음악을 통해 팬들을 끌어 모았던 시대니 말이다. 그래서 당대의 음악들은 어딘가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음악적인 소울이나 스피릿이 살아있는 노래들이 많다. 그 많은 명곡들을 <새가수>가 발굴해주길 바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새 가수들 또한 발굴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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