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수’가 새롭지 않은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조만간 오디션쇼 붐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한 편의 야심찬 오디션쇼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5일 KBS는 1억 원이란 큰 상금을 내걸고 재야에 숨은 스타들을 찾아 나선 경연 예능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 가수>(이하, <새가수>)를 선보였다. 프로그램명이 힌트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우리 가요사의 명곡을 오늘날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노래할 ‘새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성시경이 진행을 맡았고, 배철수·이승철·김현철·정재형·거미·솔라·강승윤 등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 그리고 매회 중장년층의 추억을 자극할 ‘레전드’ 가수들이 여럿 등장해 멘토이자 객원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프로그램명부터 무엇을 생각하고 기대하는지 대략 알겠다. 하우스 밴드와 코러스가 받쳐주는 생음악, 송창식, 최백호, 한영애, 이장희, 김종진, 민해경, 정수라 등 이른바 <불후의 명곡> 시청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레전드들의 대거 출연은 트롯 열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믹싱이다.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부모 자식 간, 친구 간, 만나지 못하는 분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른바 몇 번씩 강조하는 추억과 공감이란 ‘세대통합 오디션’ 코드는 지난해 KBS의 최대 히트작이자 신드롬이 된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이 오버랩된다. 최근 어른답지 못한 모습으로 물의를 빚고 있지만 이 특집 프로그램으로 여전한 ‘가황’의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옛날 가요가 온가족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작진은 <새가수>에 대해 “음악은 추억을 동반하는데 추억을 새롭게 다시 생각나게끔 더 주안점을 둔 프로그램이다”고 설명한다. 1970~90년대 명곡의 감성을 가장 앞에 내세운 점에서는 레트로 음악예능으로 노선을 잡은 MBC <놀면 뭐하니?>가 떠오른다. 아이돌이나 트로트가 아닌 소재로 재야의 고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기획의도에서는 JTBC의 히트상품 <싱어게인> 시리즈가 생각난다. 미투 전략에 적극적인 역사가 깊은 KBS 예능국의 브랜드에 비춰봤을 때뿐 아니라 실제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여럿 있는데 그중 심사위원단의 규모를 늘리고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로 그루핑한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단절의 시대, 세대를 이어줄 레전드 가요에 맞춘 포커스는 오디션쇼의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듯싶다. 1회에서 선보인 최연소 참가자로 주목받은 이나영, 최백호가 인정한 오현우, OST 가수로 노련한 실력을 뽐낸 박다은, 윤태경 등 재능 있는 출연자들의 존재는 프로그램 밖으로 입소문이 퍼져나가지 못했다. 오디션쇼는 기본적으로 스타 탄생을 기대하는 ‘육성’의 코드가 담긴 서사인데 설계도 자체가 이런 스토리텔링의 여지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가수>는 여타 오디션쇼에 비해 출연자의 입지가 무척 적다. 주인공이 참가자, 명곡, 레전드로 나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오디션쇼가 기껏해야 출연자와 심사위원이 파이를 나눠 갖던 것에 비해 한층 복잡해졌다. 새로운 재능의 발견도 필요하지만 ‘명곡’도 주목해야 하고, 원곡을 부른 ‘레전드’들이 등장하는 만큼 실제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심사위원들의 필사적인 리액션에도 불구하고 레전드의 존재감이 클수록 오디션쇼의 스토리텔링, 무대의 균형은 흐트러진다.

다시 말해 과거의 노래를 주목하고 재해석해서 온가족 콘텐츠로 만들고자 했던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때문에 선생님급 가수들에게 재능을 확인받는 것 이상의 볼거리, 다른 출연자들과 벌이는 경연의 긴장감을 자아내기가 쉽지 않다. 리메이크라는 한계 속에서 각자의 개성과 캐릭터를 십분 발휘하기에는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청자 입장에서 왜 각자의 개성과 재능과 캐릭터로 대중에게 다가와야 할 출연자들을 리메이크 무대에 가둬두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아이돌 오디션쇼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 옛 노래를 편곡해서 자기화하고 있는데 옛 명곡과 원곡을 부른 레전드 가수와 조명을 나눠 갖는 것은 중장년층 시청자 유입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디션쇼의 생리에는 그리 유리하게 작용될 바가 없다.

불후의 명곡>은 주말 프라임타임에 배치되어 있으니 유의미한 가치를 갖는 것이지 일반 오디션쇼의 코드로 가져오기에 출연자들의 재능과 스토리에 오롯이 집중하기 힘든 구성이며, 레전드 앞에서 무대를 갖는다는 부담은 경연의 긴장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새가수>가 앞으로 쏟아져 나올 오디션 홍수 속에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게스트가 아닌 출연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오디션쇼의 뼈대인 성장 서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