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2’ 노력하는 제작진, 확장하는 제시, 진화하는 유재석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tvN 예능 <식스센스2> 첫 회 오프닝에서, 유재석은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이 시즌1 멤버 전원이 시즌 2를 이어가게 된 걸 기념하며 이렇게 말했다. “보통 이런 거 시즌,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들 뭐 많이 있는데, 멤버가 한두 명이 교체가 되거나, 아니면 싹 교체가 되거나.” 하지만 <식스센스>만큼은 그러기 어려웠으리라. 이미 시즌 1에서부터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구축한 데다가, ‘이 멤버 그대로 갈 것’을 요구하는 팬들의 성원이 컸으니까. 여기에 시즌 1에서 게스트로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이상엽이 합류하면서, <식스센스2>는 시즌 1에 이어 꾸준히 마니아를 양산 중이다.

‘육감을 현혹시키는’ <식스센스2>에 현혹된 건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도 예외는 아니다. 정석희 평론가는 시청자와의 밀고 당기기부터 제작진의 노력, 멤버들의 호흡, ‘가짜’를 연기하는 출연자들의 연기까지 모든 게 완벽한 균형을 맞춘 <식스센스2>의 완성도를 칭찬했다. 남지우 평론가는 유재석을 쩔쩔 매게 하는 여자 멤버들의 톤 앤 매너를 잡은 장본인으로 제시를 지목하며, 제시가 <식스센스2>를 통해 TV에서 여성이 어디까지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 그 영토를 개척하는 중이라고 평했다. 그런가 하면 이승한 평론가는 <식스센스> 시리즈를 ‘유재석식(式) 오합지졸물(物)’의 변주로 해석하면서, 그동안 주로 남초 집단 안에서 남성 집단 내부자 코드의 개그를 구사해왔던 유재석에게도 <식스센스2>가 새로워지는 도전이라고 평했다.

◆ 죽이 맞는 출연자, 노력하는 제작진, 진짜 같은 가짜들의 3박자

오직 육감 하나로 숨은 가짜를 찾아내는 tvN <식스센스 2>. 이번 5화는 나이 좀 있는 시청자에겐 비교적 수월했으리라. 첫 번째 소개된 ‘위인들의 밥상’, 일단 사장님 두 분이 낯익은 얼굴이었고 무엇보다 상차림 구성이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1만 2,000원짜리 한 상에 전복쌈이며 숭어전을 내는 한정식집이라니. 3만원은 훌쩍 넘어야 옳은 밥상이거늘. 그러나 가짜란 확신이 드는 순간 바로 흥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몰입하게 만든다. 나는 아는데 그대들은 왜 눈치 못 채는가, 뭔가 우쭐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혼란스러워도 곤란하고 너무 쉬워도 긴장감이 떨어지고, 시청자와의 적당한 밀고 당기기가 성공의 열쇠이지 싶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노력이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거의 유일한 예능 프로그램이지 싶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과정, 또 오랜 시간 공들여 공부하고 연습에 매진하는 참여자들, 가짜를 진짜로 믿게 만들고자 저렇게까지 애를 썼어? 매번 감탄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그 과정이 마치 사기꾼들이 한 탕을 준비하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지 않나. 연예인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보며 적당히 반응하는 여느 관찰 예능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의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돈을 받는 것이 미안하다는 유재석 씨를 위한 맞춤 예능이 아닐는지. ‘시즌 1’ 8회 그리고 12회 방송 예정인 ‘시즌 2’, 지금까지 불과 10여 회를 함께 했을 뿐인데 마치 수년 간 합을 맞춰온 양 죽이 척척 맞는 출연자들. 거기에 매회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제작진과 가짜 역할로 섭외된 참여자들, 완벽한 삼각 구도가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빛이 난다. 이런 예능, 가산점을 줘야 마땅하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제시, 제시, 제시

제시는 어떤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 SBS 온라인 채널 모비딕에서 방영하는 <제시의 쇼터뷰>를 처음 보고 하게 된 질문이다. 지금껏 한국에서 토크쇼 진행자의 자리는 제시 같은 사람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었다. 한국어도 서툰 외국인이? 단정하기는커녕 대놓고 섹스어필을 하는 여성이?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제시의 메가 히트곡 ‘눈누난나’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음악을 통해 제시의 존재감이 확인되기 전, 즉 대중이 제시라는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받아들이기 전에 시작된 기획인 것이다.

제시는 인터뷰 중에 스리슬쩍 속마음을 드러낼 때가 있다. 내용인즉 제시가 예능에서 ‘MC’의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대중만큼이나 자기 자신 또한 그 적절성을 의심했다는 사실이다(유재석, 에릭남, 그리고 하하 등이 인터뷰이로 출연했을 때 이런 마음을 보여냈다). 우리가 제시로부터 감지하는 ‘거침없고 당당한’ 이미지 역시, 자기 검열 혹은 수위 조절이라는 끝없는 내적 갈등을 통해 탄생한 것이 아닐까. 그만큼 제시라는 인물과 한국 사회를 연결하는 주파수는, Mnet <언프리티 랩스타>와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지나오면서도 결코 쉽게 맞춰진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시는 <쇼터뷰>를 지나 tvN <식스센스>에 도달하며 여전히 순항 중이다. 아니, 순항이라는 말은 너무 ‘단정’하다. 제시가 이 시리즈를 통해 하고 있는 작업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내는 일이다. 여러 겹의 편견과 차별을 뚫고 온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제시는 담배를 ‘담배’라고 말하고,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고, 가슴에 대해서도 말하고, 욕도 한다. 그에게 이것은 소위 ‘19금 드립’이 아니라, 말해야 하기에 말하는 것이다. <식스센스>는 제시의 이러한 태도가 프로그램 자체의 정체성이 된 경우이고, 따라서 ‘식센이들’ 오나라, 전소민, 그리고 러블리즈 미주는 제시의 여정에 최고의 파트너가 될 사람들이다. ‘남자 인형 성희롱’이라는 황당한 혐의로 여성 예능인이 고소를 당하는 세상에서, 제시가 그의 동료들과 걷는 길은 텔레비전에서 분투하는 모든 여성들의 길과 같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Instagram @jmbar_jwjw

◆ 익숙한 ‘유재석식 오합지졸물’의 새로운 변주

“국내 최초 유느님도 놔버린 예능”. <식스센스> 시즌 2 티저 트레일러 제목처럼, <식스센스> 시즌 1, 2를 관통하는 가장 큰 유머코드는 여성 멤버들과 유재석 사이의 호흡이다. ‘한국어와 한국의 인습에 서툰’ 캐릭터를 무기 삼아 하고픈 이야기를 다 하는 제시와, SBS <런닝맨>에서부터 유재석과 서로 놀려먹는 캐릭터를 구축한 전소민, 넘치는 활력과 적극성으로 다른 멤버들의 장난끼를 증폭시키는 미주, 조용하다가도 울컥하면 급발진하는 오나라로 진용을 갖춘 여성 멤버들은 거칠 게 없다. 유재석과 남자 게스트 앞에서도 가슴 사이즈, 생리, 임신과 출산, 연애를 향한 집착 같은 주제들을 필터 없이 이야기하는 이들에겐, 자기들끼리 신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 통제불능의 멤버들을 수습하려다가 탈진하는 유재석의 모습은 <식스센스>가 처음이 아니다.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천하제일 외인구단’이나 SBS <일요일이 좋다> ‘유재석과 감개무량’, 그리고 초창기 ‘퀴즈의 달인’ 시절의 MBC <무한도전> 등 초창기 ‘유재석식(式) 오합지졸물(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웃음코드다. 차이가 있다면, 남초였던 전작들과 달리 <식스센스>는 시즌 2에 새로 합류한 이상엽을 제외한 정규멤버 전원이 여자라는 점이다. 유재석은 한동안 ‘에로영화 비디오’를 좋아하고 ‘아나운서’가 이상형이라는 게 웃음코드였던 사람이다. 딱히 마초적이지는 않으나, 여전히 남성 집단 안에서 통용되는 ‘암묵적인 공범의식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의 개그를 구사했던 셈이다. 그가 2014년도에 선보였던 토크쇼 KBS <나는 남자다>를 생각해보면, 유재석의 개그가 소구하는 방향이 어느 쪽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시, 티저 트레일러의 제목을 보자. “국내 최초 유느님도 놔버린 예능”. 유재석에게 <식스센스>가 무언가의 ‘최초’라면 아마 그런 의미의 최초일 것이다. ‘통제불능의 멤버들과 고생하는 유반장’이라는 코드로 캐릭터가 강한 출연자 한 명 한 명을 돋보이게 하는 문법은 익숙하겠지만, 그 멤버들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고, 한국적인 정서에선 좀처럼 꺼내어 이야기되지 않던 주제인 여성의 몸과 욕망이 거침없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환경은 그에게도 ‘최초’일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식스센스>는 “예능에서 여성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의 선을 확장하는 실험인 만큼이나, “유재석은 어디까지 새로워질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사진·영상=tvN.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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