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나의봄’, 시청률 낮아도 김동욱·서현진 위로만으로 충분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안타깝게도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의 시청률은 연일 추락 중이다. 3.3%(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첫 회 최고 시청률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진 수치는 이제 1%대를 찍었다. 마침 도쿄올림픽이 겹쳐진 탓이 크겠지만, 드라마 내적인 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애초 <너는 나의 봄>은 멜로와 더불어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스릴러가 겹쳐진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멜로와 스릴러라는 장르의 결합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달달함과 살벌함의 정서적 차이를 뛰어넘어 절묘한 접합점이 생겨나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너는 나의 봄>이 이 이질적 장르의 결합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주영도(김동욱)라는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드라마가 담으려는 ‘정신적 상처’의 치유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강다정(서현진) 역시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던 인물이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등장했다 자살한 채준(윤박)과 그의 쌍둥이로 다시 나타난 이안 체이스(윤박) 역시 어려서 ‘이름도 없이 버려진’ 상처를 겪은 인물이다. 또 주영도의 전 아내였던 안가영(남규리) 역시 힘겨운 나날들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주영도와 강다정 그리고 이안 체이스는 어려서 한 보육원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어린 시절의 경험들을 지나 이제는 어른이 되어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지만 이들은 여전히 그 과거의 기억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안 체이스 혹은 채준과 연결되어 있는 현재의 살인사건들은 바로 그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과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영도라는 정신과 전문의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즉 주영도와 강다정이 서로를 보듬어주면서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을 멜로의 틀로 그려낸다면, 이안 체이스와 관련된 사건들을 범죄 자문의로서 추적하는 주영도의 이야기는 스릴러의 색깔을 더한다. 이것이 <너는 나의 봄>이 시도한 멜로와 스릴러의 접합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초반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더해지며 긴장감을 한층 높였던 채준의 자살과 스스로 살인을 했다는 자백이 담긴 유서, 그리고 그와 똑같이 생긴 이안 체이스의 등장은 흥미진진했지만, 이야기가 속도감을 내지 못하고 궁금증만을 남겨 놓으며 흘러가면서 그 힘을 잃게 됐다. 멜로와 스릴러의 배분이 반반씩은 되어야 하는데 잠깐의 스릴러적 요소가 들어가고 대부분 멜로로 채워지는 분량은 이 스릴러를 일종의 ‘미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의도했다기보다는 스릴러 분량의 디테일이 부족한데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 이안 체이스와 연결된 사건들이 좀 더 촘촘하게 배치되고 그 사건이 강다정과 주영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그런 구성들이었어야 스릴러는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스릴러 부분이 약화되면서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멜로의 달달한 분위기로 이어졌고 그럴수록 스릴러 부분은 사족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스릴러적 요소들이 사족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이 드라마가 매력적이지 않은 건 아니다. 그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재치 있고 의미 있는 대사들이 살아있는 멜로 부분만으로도 드라마가 충분히 힘을 갖고 있어서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인 주영도라는 캐릭터가 많은 상처를 겪는 주변인물들을 보듬고 저 스스로도 강다정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이자 가치를 만든다고 보인다.

스릴러적 장르까지 녹여내지는 못했지만, <너는 나의 봄>이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그건 과거 아픈 일들을 겪었고 그래서 여전히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애써 잘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이다. 봄은 오지도 않았는데 꽃이 피는 것이나, 겨울이 다 지난 줄 알았는데 눈이 오는 것이나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벌어진 일이라고 토닥여주는 것.

주영도는 수혈을 해주지 못해 형을 잃었다는 어린 시절의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강다정은 어려서 당했던 폭력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래서 갑자기 주영도의 집에 찾아와 그를 강다정이 포옹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멜로이면서 서로의 상처를 껴안는 모습으로도 다가온다. 주영도는 “그 밤 당신이 안아준 사람은 형을 잃은 열 한 살의 나였고, 환자를 잃은 스물여섯 살의 나였고, 더는 세상에 빚을 질 수 없어 당신조차 잃으려하는 바보 같은 지금의 나였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강다정은 주영도에게서 어린 시절 자신이 그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애써 동생을 끌어안았던 그 포옹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너는 나의 봄>은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괜찮다”는 결코 작지 않은 위로를 전하는 드라마다. 과거의 힘들었던 시절들을 안가영이 농담처럼 털어놨을 때 강다정이 하는 말이 그 메시지다. “지금은 좀 괜찮아요? 아팠던 거. 진짜 힘들었겠다. 이젠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그 말에 이어지는 주영도의 내레이션이 그 메시지다. “얼마나 힘들었냐는 말. 이제는 그렇게 아프지 말았으며 좋겠다는 말. 떨고 있던 그날의 당신을 안아주진 못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지금의 당신을 안아주고 싶다는 아마도 가장 따뜻한 위로.”

물론 스릴러와의 접합에서 실패했지만 <너는 나의 봄>은 그 따뜻한 말들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를 제공하는 드라마다. 많은 상처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지금은 좀 괜찮아요?”라고 물어주는 드라마. 그 순간 드라마의 내용과 상관없이 강다정의 목소리가 가슴에 와 닿았다면,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울컥하게 됐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위로조차 건네지 않는 무례한 드라마들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기도 하는 현실을 떠올려 보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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