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재차의’, 또 뻔하고 상투적 스토리...연상호의 한계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실망스럽다.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쓴 영화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로 방영됐던 <방법>의 세계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tvN 드라마 <방법>은 그 독특한 소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호응했던 드라마다. 물론 <방법> 역시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긴장감이 흐트러지는 한계를 보인 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방법(저주의 능력)을 소재로 가져와 마치 슈퍼히어로들끼리의 대결을 벌이는 듯한 광경으로 풀어낸 점은 박수 받을 만 했다. 살을 날리고 역살을 날리는 방법사들의 대결만으로도.

그래서 영화 <방법: 재차의>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높았을 수 있다. 예고로 소개된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들이 마치 조종되는 좀비처럼 일제히 달려가는 광경은 그 기대감에 확신을 주었다. 실제로 재차의들이 떼로 등장해 저주받은 대상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모습은 마치 터미네이터의 ‘오컬트 좀비 버전’ 같은 느낌을 줬다. 그 색다른 괴물(혹은 크리처)의 탄생은 분명 흥미로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 <방법: 재차의>는 바로 이 색다른 괴물의 탄생을 빼고 나면 이렇다 할 재미요소를 찾기 어려운 한계를 드러낸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너무 상투적이다. 모두가 사망하는 불법적인 임상실험을 자행한 제약회사와, 죽은 줄 알았던 시체들이 되살아난 ‘재차의 군단’이 그 실험을 지시한 이들을 향해 무차별 습격을 감행하는 이야기. 그래서 이를 막으려는 임진희(엄지원) 기자와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그리고 형사 정성준(정문성)의 사투가 이 영화의 단순한 구도다.

색다른 모습의 괴물들을 잘 창조해 놓았지만, 이들을 막는 과정은 너무 단순해 허탈함마저 안긴다. 즉 방법사 백소진은 마치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갑자기 등장한다. 아주 짧게 드라마 <방법>의 서사를 회고식으로 설명해 놓긴 했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갑자기 등장한 백소진의 활약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설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식의 상투적인 스토리로는 ‘방법’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가져온 그 실험정신이 무색해진다.

특히 영화 <방법: 재차의>의 가장 큰 문제는 매력적인 악역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약회사를 이어받는 변미영(오윤아)이 악역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이 인물은 긴장감을 유발하기보다는 ‘갑질하는’ 상사 정도의 불편함을 보여준다. 제약회사에 대한 음모론적 악역 설정이나 거기서 탄생한 변미영 같은 인물의 갑질은 너무 상투적이라 이 영화가 만들어낸 색다른 괴물의 창의적인 면마저 상쇄시킨다. 이러니 영화는 싱거워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방법: 재차의>가 보여주는 스토리의 빈약함과 상투성은 이 작품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의 엄청난 성공 이후, 차세대 영화 감독으로서 한국형 장르물 개척을 해줄 선구자로 기대를 높였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그 후로 내놓은 작품들은 대부분 그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염력>은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을 시도했지만 너무 신파적인 스토리가 발목을 잡았고, <반도>는 <부산행>의 후속작이라는 후광을 업었지만 물량과 소문에 비해 초라한 결과물과 성과를 거뒀다. 그나마 드라마 <방법>이 색다른 세계관을 가져와 어느 정도 시선을 끌었지만 영화 <방법: 재차의>는 또 다시 그 상투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어쩌다 연상호 감독은 기대감과 다른 실망스런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고, 감독과 작가를 넘나드는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짧은 기간 다작에 비해 작품의 깊이나 완성도는 떨어지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다작이 자칫 전도유망한 창작자를 너무 겉핥기식으로 소모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남는다.

연상호 감독은 본인이 글을 쓴 웹툰 <지옥>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지옥>은 그의 영화 <부산행>이 보여줬던 재기발랄함과 깊이를 다시금 회복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그는 또 넷플릭스와 영화 <정이>도 준비 중이다. 채 5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많은 작품들을 쏟아낸 연상호 감독의 정력적인 행보는 놀랄만한 일이지만, 다작이 ‘빠른 소모’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한 작품이라도 좀 더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방법: 재차의’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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