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명작과 망작 사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마치 두 개의 작품을 붙여 놓은 것만 같다.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에서 본격적인 달달 모드에 들어간 강다정(서현진)과 주영도(김동욱)의 멜로는 설렘을 넘어 위로까지 전해준다. 일곱 살 때 가정폭력을 겪은 강다정과 신장 이식을 해주지 못해 형이 사망했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는 주영도는 모두 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은 단지 남녀 간의 스파크가 아니라, 그 어린 시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서로를 껴안아주는 치유와 위로로까지 확장된다. 달달하지만 따뜻하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봄이 되어주듯.

그런데 <너는 나의 봄>에는 이 달달함과는 전혀 다른 살벌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덧붙여져 있다. 그 역할은 윤박이 맡았다. 처음에는 채준(윤박)이라는 인물로 등장해 강다정을 졸졸 따라다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연쇄살인을 저지른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유서를 남긴 채 폐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채준의 본명은 최정민이었고, 놀랍게도 강다정 앞에 그와 똑같이 생긴 이안 체이스(윤박)가 나타났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마진 그룹 마재국 회장의 치료를 위해 닥터 베일의 팀에 합류해 귀국한 이안 체이스는 어려서 버려진 최정민의 쌍둥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불법 감금과 학대가 벌어지던 보육원에 팔린 인물. 냉정한 이안 체이스의 면면은 이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지금도 여전하다는 걸 말해준다.

<너는 나의 봄>은 그러나 이 미스터리한 연쇄살인과 이안 체이스의 정체를 속 시원하게 풀어내주지 않고 있다. 대신 갑작스런 사건들을 끄집어내면서 오히려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최정민이 살던 집에서 위스키 한 모금을 마신 후 정신을 잃고 깨어난 이안 체이스 앞에 갑자기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변호사가 발견되는 식이다. 하지만 피 묻은 칼과 피범벅이 된 자신의 손을 보며 경악하지만 이안 체이스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계속 그를 추적하고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안 체이스의 정체가 한껏 궁금증을 만들어내는 와중에 드라마는 강다정의 아버지에 대한 의문을 더해 넣는다. 일곱 살 때 어머니 문미란(오현경)과 함께 도망쳐 나왔을 때 거기 남겨져 있던 아버지. 문미란이 죽이려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다시는 찾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나왔던 인물.

연쇄살인범과 이안 체이스의 정체, 이안 체이스를 위협하는 숨겨진 인물, 어려서 강다정이 도망쳤던 아버지의 의심스런 행보까지... <너는 나의 봄>은 명쾌한 멜로와는 상반되게 너무 많은 미스터리들을 펼쳐 놓았다. 시청자들은 양분될 수밖에 없다. 로맨틱 코미디의 달달한 멜로에 집중하는 시청자들은 그 예쁘고 웃기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을 얻는다. 강다정과 주영도의 치유와 힐링에 가까운 멜로, 안가영(남규리)과 패트릭(박상남)의 코믹 달달한 비밀연애, 강다정과 박은하(김예원)의 끈끈한 우정과 주영도, 천승원, 서하늘의 빙구미 넘치는 우정...

하지만 이 멜로의 풍경 뒤에 깔아놓은 미스터리 스릴러가 몹시 궁금한 시청자들로서는 저마다 추리와 상상의 나래를 펴며 답답함을 느끼는 중이다. 최정민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 아니었을까. 타살이라면 혹 그를 이안 체이스로 오인해서 죽인 건 아닐까. 어려서 학대 감금을 했던 보육원 사람들이 살해대상이 됐다는 건 이안 체이스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혹시 강다정의 아버지와 이안 체이스는 이미 예전부터 악연이 있었던 건 아닐까 등등...

<너는 나의 봄>은 명작과 망작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관건은 멜로의 뒤편에 숨겨져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어떻게 개연성 있게 풀어지는가에 달렸다. 단지 미스터리의 개연성만이 아니라, 그것이 어째서 멜로와 연결되어 있는가까지도 설명되어야 한다. 만일 이 어려운 문제들을 뒷부분에서 해결해준다면 <너는 나의 봄>은 심리 스릴러와 멜로를 잘 엮어낸 명작이 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미스터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멜로와 연결고리가 작위적으로 끝나게 된다면 한껏 끌어올려진 기대감만큼 실망감도 커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저 다소 약할 수 있는 멜로를 위해 시청자들을 낚기 위한 방법으로 미스터리가 활용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너는 나의 봄>은 명작과 망작 사이 어떤 결과에 이를 수 있을까. 후반부가 유독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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