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먹고 사는 ‘나혼산’? 다음 타깃 될 관찰쇼들 넘쳐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MBC <나 혼자 산다>는 시쳇말로 ‘욕받이’ 예능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그 ‘욕’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양상 자체가 다르다. 과거 이 프로그램이 욕을 먹게 된 건 진짜 사건들이 더해지면서였다. 예를 들어 승리가 ‘버닝썬 사태’로 그 실체를 드러냈을 때, ‘위대한 승츠비’로 자막을 붙이며 그를 캐릭터로 포장했던 <나 혼자 산다>는 욕먹을 만했다. 모르고 그랬다 하더라도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완벽히 속은 기만적인 방송이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방영됐던 ‘기안84 왕따 논란’의 경우를 보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추정’에 의한 것이란 점에서 과거와는 논란의 양상이 다르다. 웹툰 <복학왕>의 완결을 기념해 전현무와 함께 이른바 ‘마감 샤워’ 여행을 떠났던 기안84가 무지개회원들이 모두 올 줄 알고 잔뜩 준비를 해갔는데 사실 다른 회원들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고는 실망하는 장면에서 논란이 나왔다. 기안84가 진짜로 서운해 하는 모습과 그 장면은 스튜디오에서 보며 웃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병치된 것에 ‘타인의 불행을 웃음으로 삼는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왕따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이유다.

욕먹을 만한 사건이라기보다는 그 장면에 대한 불편함이 논란으로 비화됐다. ‘왕따’까지 거론될 정도로. 물론 그건 기안84 당사자도 또 제작진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고,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또 그것이 해프닝이 아니라 왕따 논란으로까지 이어졌을까. 그건 일종의 ‘갑분싸’에 가깝다. 예를 들어 몰래카메라를 했는데 웃기지 않고 진짜 상대방이 불쾌하고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싸해지는’ 상황으로 생기는 문제다.

제작진이나 출연자들은 일종의 재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리얼 불편함’으로 느끼는 이 간극은 사실 최근 <나 혼자 산다>가 겪고 있는 일련의 논란 릴레이의 가장 큰 이유다. 관찰카메라를 표방하고 있고 오래 전부터 1인 라이프를 들여다본다는 사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가 보여주는 내용들을 리얼로 보고 있는데, 점점 <나 혼자 산다>는 저들끼리 만나 어떤 재미와 웃음을 끄집어내는 캐릭터쇼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멤버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전현무, 기안84, 박나래, 성훈, 이시언, 헨리 등은 오래도록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그들만의 케미를 만들었다. 그 케미 속에서 그들의 캐릭터도 탄생했고 방송은 그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획들도 의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그것이 일상이라기보다는(물론 일상을 배경으로 하곤 있지만) 그들끼리 만났을 때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는 캐릭터쇼를 선보였다. 캐릭터도 그 사람의 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방송에 노출되었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건 일종의 방송이 재미와 웃음을 위해 선별해서 꺼내놓은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관찰카메라들 중에는 <나 혼자 산다>처럼 의외로 ‘관찰쇼’가 많다. TV조선에서 함소원의 조작방송이 드러남으로써 시즌 종영된 <아내의 맛>은 대표적인 관찰쇼다. 기이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화된 인물이 있고, 그 모습을 리얼인 양 담아냄으로써 자극적인 노이즈가 곁들여진 웃음을 야기하는 쇼가 존재한다. SBS <미운 우리 새끼>도 이런 관찰쇼가 들어가 있다. 지금은 <신발벗고 돌싱포맨>이라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나와 있지만 탁재훈, 이상민, 임원희, 김준호가 <미운 우리 새끼>에서 보여줬던 건 캐릭터쇼를 관찰카메라 방식으로 담은 관찰쇼였다.

우리 식으로 순화되어 표현된 관찰카메라도 사실은 리얼리티쇼라고 불리는 것처럼 ‘쇼’의 요소가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네 관찰카메라는 지금껏 ‘진정성’을 중요한 무기로 내세워 왔다. 쇼가 아니라 진짜라는 걸 강조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이들 관찰쇼가 일종의 캐릭터쇼였다는 실상이 어느 순간 드러날 때 논란은 터져 나온다.

<나 혼자 산다>가 그토록 많이 겪었던 출연자 논란은 바로 여기서 기인된 일들이다. 승리의 사례도 그렇지만, 기안84의 여혐논란,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 박은석의 반련동물 파양 의혹 논란, 김지훈의 불법 다운로드 논란 등등이 모두 그렇다. <미운 우리 새끼>도 마찬가지다. 김건모의 성 폭행 논란도 그렇고, 최근 박수홍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들도 그렇다. 리얼이라 강조하며 그 진정성을 화력을 삼았지만 그 진정성이 무너지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쇼의 실체를 드러내는 지점에서 대중들은 기만당했다는 불쾌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실상 관찰쇼가 되어버린 이들 프로그램들이 내세우는 진정성은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주목받기 마련이다.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방식은 ‘감동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는 긍정적인 방식도 있지만, 화나 무례함을 ‘진솔한 캐릭터’로 포장하는 부정적인 방식도 있다. 갑자기 반말을 하거나, 민폐를 주는 행동을 하는 건 어떤 선을 넘는다는 점에서 관찰쇼가 자극적일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그런 부분을 가져와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선을 잡아 끈 후, 적당히 캐릭터로 포장하는 것이 현재의 관찰쇼들이 하고 있는 방식이다.

물론 예능의 재미는 파격에서 나온다고 한다. 선을 넘는 어떤 부분을 끄집어내는 것이 재미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면들이 전부인 것처럼 끄집어내 집중시키는 캐릭터화와 이를 진짜라고 강변하는 관찰쇼는 그 자체로 이율배반적인 문제요소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그 틈입이 생기거나 캐릭터의 일관성이 깨질 때(이것은 방송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당 인물의 일상까지 포함한 일관성이다) 시청자들은 배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 혼자 산다>가 최근 들어 끊임없이 논란이 나오는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특히 미운털이 박혀서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점점 캐릭터쇼가 가미되고 결국 관찰쇼가 되어버린 프로그램들이 이제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진정성이라 강변하며 포장했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미 <아내의 맛>에서부터 시작됐고 <나 혼자 산다>로 이어지고 있지만, 다음 타깃이 될 관찰쇼들이 앞으로도 줄줄이 남아 있다는 건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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