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자극적이지만 실력과 쿨함으로 공감대 넓혀 대세가 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수렁에 빠졌던 Mnet의 구원자가 될 조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논란으로 고개를 숙였던 Mnet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다시 중심에 섰다. 바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다. 여성 댄스 크루들의 서바이벌 오디션에 이만큼의 반향이 있을 거라는 걸 그 누가 예측했을까. 그 뜨거운 열기는 시청률 수치로도 단박에 드러난다. 첫 회 0.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3주 만에 2.5%로 3배 이상 급상승했다.

화제성은 더욱 놀랍다. 본방만이 아니라, 유튜브에 올라온 댄스 크루 멤버들의 이전 영상들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본래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던 이들이 많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 시청자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던 K팝 아이돌들의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에서 백댄서로 출연한 이들을 찾아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샤이니의 ‘Don’t call me’에 등장한 웨이비 크루의 노제와 라치카 크루의 시미즈, 태민 ‘advice’의 엠마, 노제, 시미즈, 리안, 백현 ‘candy’의 리안, 시미즈, 로잘린, 청하와 함께 한 가비 등등... 이제 전면에 서서 노래하는 아이돌이 아닌 그 뒤에 서 있는 백댄서들을 찾아보게 된 것.

아이돌들이 추는 안무 역시 새롭게 보인다. 누군가 만들었겠지가 아니라, 이제 구체적으로 만든 댄스 크루와 그 댄서들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며 그 안무를 누가 했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번 블랙핑크 리사가 내놓은 솔로곡 ‘LALISA’가 YGX 리정의 안무라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도대체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무엇이 이런 열광과 더불어 변화를 만들었을까. 가장 큰 건 ‘워너비’라고 할 만큼 ‘멋이라는 게 폭발하는’ 센 캐릭터들의 서바이벌과, 그 치열한 대결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막강한 실력 그리고 대결과 함께 슬쩍 슬쩍 드러나는 ‘드라마’가 주는 감흥이 더해진 결과다.

즉 제작진은 이 서바이벌을 그 어떤 것보다 자극적인 대결구도로 몰아넣었다. 이른바 사전 투표를 통해 ‘노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이라는 무대를 세우고, 상대를 지목할 때 “제가 이길 수 있는 댄서는...”이라는 워딩을 쓰게 했다. 그만큼 상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대결구도를 제작진이 마련해 놓은 것. 두 번째 미션에서도 ‘메인 댄서 선발전’으로 누군가는 메인이 되고 나머지는 병풍이 될 수 있는 구도를 세움으로써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메인 댄서 선발전’에서는 안무 채택과 메인 댄서 선발을 분리해 심지어 안무가 채택된 이가 메인댄서가 되지 못하면 다른 이에게 안무를 빼앗기는 것 같은 기분을 만들었다.

이런 자극적인 서바이벌 구도에서 첫 회 라치카 크루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리더 가비가 대놓고 센 모습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살풍경’한 구도를 세웠고, YGX 리정이 노리스펙 약자로 아이돌 출신 원트의 이채연을 선택해 실제로 이겨버리는 광경은 이 서바이벌이 “경쟁은 경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라치카 가비와 훅의 아이키의 대결 역시 절실함과 파이터에 가까운 대결이 이 서바이벌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걸 드러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자극적인 서바이벌 구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단지 자극으로만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밑바탕엔 실력이 있었다. 저마다 확실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어서, 자존심 대결과 경쟁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기려는 욕망은 있는 그대로 드러났지만, 시끄럽기만한 빈 깡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멋지다”라는 말이 상대편에서도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소름 돋는 무대들이 펼쳐졌고 시청자들은 서바이벌의 자극 속에서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춤에 더욱 깊게 몰입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대결에는 ‘드라마’가 존재했다. 라치카의 리더 가비가 초반 세기만 한 캐릭터처럼 보였다가 차츰 리더로서의 ‘멋진 캐릭터’가 되어가는 과정이 그렇고, 홀리뱅 크루의 허니제이와 코카앤버터 리헤이의 대결은 이 서바이벌 최고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같은 크루에서 활동하다 갈라지게 되면서 골이 생긴 두 사람은 대결하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마치 맞춘 것 같은 ‘협업(?)’ 댄스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래도록 함께 맞춰온 그 과정이 한 순간에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결국 리헤이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허니제이가 먼저 손을 내밀어 두 사람이 포옹하고 이를 본 출연자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는 광경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건 결국 경쟁은 경쟁이지만, 그래서 대결할 때 물불 가리지 않지만 경쟁이 끝나고 나면 선선히 승패를 인정하는 쿨함이다. 또한 대결에는 선후배도 없다는 모습 또한 처음에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줬지만, 뒤로 갈수록 그것을 선선히 받아주는 선배의 쿨한 모습으로 오히려 대결의 공정함 같은 걸 느끼게 했다.

K팝 4대천왕 미션에서 함께 대결하게 된 허니제이와 가비가 파트 쟁취를 위해 서로 양보를 요구할 때 선배인 허니제이가 스스로를 ‘꼰대’라고 하며 나이로 누르려 하자 가비가 “이럴 때는 예의가 없다”는 재치 있는 답변에 허니제이가 웃는 장면이 그렇다. 선후배를 떠나 경쟁은 경쟁이라는 걸 분명히 했고, 그걸 허니제이도 받아들이는 모습이 어찌 멋있게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또 힙합을 베이스로 하는 홀리뱅의 안무가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갈등하던 허니제이가 보여주는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의 말대로 자신들이 잘하는 걸 하기로 결정하지만 중간점검에서 제시와 싸이가 같은 우려를 표해 위축된 후배들을 오히려 다독이고 용기를 주는 허니제이의 리더십은 돋보였다.

결국 K팝 4대 천왕 미션에서 첫 탈락팀으로 웨이비가 결정되었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세상은 너무 대놓고 경쟁을 시키지만, 그 속에서도 ‘까짓것 해볼 테면 해보라지’하며 부딪치는 걸크러시와 더불어, 지더라도 쿨하게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승패에 자존감을 잃지는 않는 이들의 모습이 그렇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인해 우리의 시선은 이제 당분간 아이돌 뒤편으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거기 멋과 쿨내가 진동하는 멋진 언니들을 찾으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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