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걸파’도 된다... 리액션 장인 ‘스우파’ 언니들과 함께라면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는 시작 전 기대가 높지 않았다.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에 기댄 스핀오프로 여겨진 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우파>의 성공은 대부분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독보적인 스타성을 가진 댄서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입만 열면 명언을 쏟아내는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강력한 캐릭터로 오디션을 쥐락펴락 했던 ‘라치카’의 가비, 넘사벽의 리더십으로 시청자들을 홀린 ‘홀리뱅’의 허니제이, 매번 신박한 아이디어로 기분 좋은 무대를 선사한 ‘훅’의 아이키, 스트릿 댄스의 파이팅이 뭔지 보여준 ‘코카앤버터’의 리헤이, ‘헤이마마’ 안무로 프로그램의 아이콘 댄스를 만든 ‘웨이비’의 노제, 따뜻한 리더십으로 모두를 감싸 안은 ‘원트’의 효진초이... 한 마디로 <스우파>는 매력적인 댄서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이었다.

그러니 여고생 댄서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스걸파>에 대한 기대가 클 수가 없었다. 워낙 <스우파>의 파괴력이 강력했고, 프로그램이 배출한 스타 댄서들도 많았기 때문에 <스걸파>가 그만큼의 매력적인 댄서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서다.

하지만 <스걸파>의 첫 회를 보니, 이것이 기우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출연한 여고생 댄서들의 기량이 만만찮은 데다 개성 또한 확실해 벌써부터 몇몇 댄서들은 그 캐릭터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첫 무대에 등장한 ‘더 퀸즈’ 팀은 중국에서 열리는 퀸탑 대회에서 4만 명을 뚫고 세계 챔피언을 차지한 팀. 여고생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에서 안현경이나 서은주 같은 인물이 두드러졌다. 이어 등장한 블링걸즈는 파격적인 오프닝에 이은 특유의 칼군무 댄스로 시선을 잡아끌었는데 김유진이 눈에 띄었다.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에 능숙한 제작진들은 모두 부산에서 올라온 ‘뉙스’와 ‘에이치’를 대결구도로 세워 보여줬는데, ‘에이치’ 팀이 무게감 있는 힙합 댄스를 선보이며 ‘올인’을 받았다. 이 팀의 송지현은 무대 직전 긴장해 마치 손으로 댄스를 하는 듯한 동작을 하며 말을 이어갔는데 고교생다운 풋풋함이 묻어났고 훅의 아이키가 이를 흉내 내면서 그 캐릭터가 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첫 방송의 압권은 <스우파> 언니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클루씨’ 팀의 무대였다. 오디션이 아니라 즐기는 무대를 선보인 이들은 특히 그 중심에 선 안지민이 단연 돋보였다. 너무 확실한 실력과 끼 게다가 무대를 즐기는 모습까지 보여준 이들은 즉석에서 모니카가 제안한 프리스타일 댄스에서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줬다. 왁킹의 안지민과 이채린, 기도윤은 물론이고 락킹의 김해린, 김다은까지 빈틈이 없는 무대로 <스우파> 언니들을 열광적인 일렬 관객으로 만들어버렸다.

첫 방송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스우파’의 크루 색깔과 매칭되는 팀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카앤버터를 빼닮은 플로어 팀이나 훅을 닮은 미스몰리팀이 대표적이다. 마치 리틀 코카앤버터, 리틀 훅을 보는 것 같은 이 팀들은 그래서 여고생 특유의 풋풋함이 더해진 스트릿댄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스몰리의 박세은은 마치 리틀 아이키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줬다. 모두가 예상했다시피 이 팀들은 자신들을 빼닮은 코카앤버터와 훅 크루를 선택해 향후 무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런 이런 막강한 여고생 실력자들을 주목시키고 심지어 캐릭터까지 단번에 만들어버린 건 다름 아닌 ‘스우파’ 언니들이었다. 예능은 결국 ‘리액션’의 힘이 반이라고 하던가. ‘스우파’에서도 뜨거운 무대만큼 이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게 해줬던 건 남다른 리액션들이 끝없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스걸파’에서 이들은 무대를 하는 여고생 댄서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때론 관객 모두의 리액션을 선사했고, 자신들의 크루가 선택받기 위한 어필 과정을 통해 출연자드르이 주가를 한껏 올려놓는 힘을 발휘했다.

이들이 모두 이미 스타가 된 장본인들인데다 무엇보다 리액션 장인이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스우파>의 엄청난 성공을 만든 이들을 마스터들로 끌고 와 <스걸파>를 기획한 건 전략적으로 뛰어난 선택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의 성공은 얼마나 매력적인 여고생 댄서들이 대거 등장할 것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만, 첫회만 보면 벌써부터 스타성이 엿보이는 출연자들이 눈에 띤다. <스우파> 언니들이 팍팍 밀어주는 <스걸파>가 벌써부터 뜨거운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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