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법칙’의 불편함, 취지 공감과 혐오 스펙터클 사이
예능으로 소비하기엔 너무 무거운 ‘공생의 법칙’

[엔터미디어=정덕현] 토종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결자해지! SBS 예능 <공생의 법칙>이 등검은말벌집을 제거하고, 뉴트리아, 베스, 황소개구리를 퇴치하는 명분이다. 실제로 등검은말벌은 인간의 삶과도 직결되어 있는 꿀벌을 거의 몰살시키고, 뉴트리아는 수생식물의 뿌리를 모두 갉아먹어 강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의 생태를 파괴하는 생태교란종이다. 또 배스는 그 커다란 입으로 토종물고기들을 통째로 잡아먹고, 황소개구리는 심지어 천적인 뱀까지 잡아먹는 종이다.

그러니 이 생태교란종들을 포획해 제거하는 일은 전체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공생의 법칙>은 그래서 이른바 ESG(에코 시스템 가디언즈) 팀을 꾸려 생태교란종을 제거하는 과정을 담았다. 팀에는 <정글의 법칙>을 이끌었던 김병만을 위시해 배정남 그리고 박군이 주축이 됐고 여기에 조력자로서 최영재, 육준서, 이연복 같은 지원군이 나섰다.

안타까운 건 이 생태교란종들이 식량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에 도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뉴트리아는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해 도입됐고, 배스, 황소개구리는 단백질원 확보를 위한 식용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비호감 인식이 커서 결국 실패했고 농가에서 방생되면서 토종 생태를 위협하는 교란종으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 것.

실제로 <공생의 법칙>이 보여준 생태교란종의 실상을 끔찍했다. 뉴트리아로 인해 초토화된 수중 식물들이나, 사실상 배스 밭이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충주호의 수중 생태계, 엄청난 양의 올챙이들이 바글바글 대는 농가 인근 늪에서 서식하며 토종 붕어들과 민물새우가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든 황소개구리 같은 생태교란종들에게서는 그대로 두었다가는 전체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위협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러한 경각심을 주고 생태교란종에 대한 대책마련과 제거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것은 <공생의 법칙>의 정당한 문제제기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생의 법칙>에는 남는 불편함이 있다. 생태교란종을 포획하고 제거하는 그 장면들이 사실상 살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연복 셰프가 나서서 배스로 멘보샤 같은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입속에다 버렸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 말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정서적으로는 불편함이 남는 부분이다.

의도와 취지가 충분히 공감가면서도 불편함이 생기는 이유는 그것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생태교란종을 포획 제거하는 일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굳이 방송으로(그것도 예능으로) 만들어 보여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벌여놓은 일들을 거두는 일이지만, 방송은 그것을 스펙터클화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이 생긴다.

<공생의 법칙>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생태교란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혐오스런 장면들이나 자극을 볼거리로 소비하는 측면이 있다. 황소개구리를 잡기 위해 육준서와 박군이 양동작전(?)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소년들의 치기어린 놀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행위를 굳이 예능으로 소비해 가볍게 다루는 건 자칫 혐오의 스펙터클이라는 위험성이 있다.

<공생의 법칙>이 던지는 문제는 여러모로 예능으로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같이 살기 위해 ‘공생’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 공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절멸되어야 할 종이 있다는 식의 내용들은, 방송으로 가볍게 소비될 소재가 아니다. 만일 불편해도 어쩔 수 없이 전체 생태계를 위해 해야 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걸 굳이 방송에서 예능화하는 건 너무 과한 일이 아닐까.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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