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같은 심사, 김이나가 찾아준 무명가수들의 색깔(‘싱어게인2’)

[엔터미디어=정덕현] 작사가라서 일까. JTBC 오디션 <싱어게인2>의 김이나 심사위원의 심사는 거의 ‘작사’라고 해도 될 법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여성 로커로서 엄청난 성량과 고음이 담긴 맑은 목소리로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들려준 17호 가수의 무대를 ‘불가마’에 비유한 대목은 그저 유머만이 아닌 실제 느낌에 대한 적확한 표현으로 듣는 이들을 고개 끄덕이게 한다.

“저는 불가마가 떠올랐어요. 찜질방에 가면 불구덩이 같은 게 막 들어오는데 저게 들어오면 막 도망가야 될 것 같지만 막상 어? 따뜻해. 눈으로 보면은 내가 앞에 있는 게 이상한 듯싶은데 거기 계속 머물고 있는 나를 발견하잖아요. 그리고 나와서 너무 시원하고. 불가마라는 키워드를 하나 더 얹어드리고 싶습니다.”

첫 무대를 보고 ‘가정식 로커’라는 별칭을 준 바 있는 김이나였다. 그런데 이 심사평을 통해 17호 가수는 또 하나의 별칭을 얻었다. ‘불가마 로커’. 오랜 세월 록을 고집하며 무대에 서왔지만 무명가수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17호 가수에게 그의 색깔을 선명하게 그려 넣어주는 이런 표현이 담긴 별칭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의미가 되는 꽃처럼.

하지만 17호 가수와 1대1 대결을 벌인 7호 가수가 놀랍게도 한 치의 위축됨도 없이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부르자 김이나는 또 공감 가득한 심사평을 내놓는다. “정말 원망스러울 정도로 대비가 선명해서 치이이익- 소리 나면서 왜 뜨거운 거에 찬물 끼얹었을 때 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갑자기 저희가 얼음방에 들어와 있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를 냉탕 온탕에 양쪽에 번갈아 담가주시면...” 17호 가수를 활활 타오르지만 따뜻한 불가마로 표현한 것과 대비해 7호 가수는 차가운 얼음방처럼 그 열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정반대의 캐릭터로 그려 넣는다.

물론 모든 무대에 대한 찬사만 이어지는 건 아니다. 아쉬운 무대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30호 가수 한동근이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불렀을 때는 남다른 가창력의 소유자인 그에 대한 ‘역설적인 아쉬움’을 그 “노련함을 덜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33호 가수가 그 특유의 울부짖는 듯한 허스키 보이스로 이하이의 ‘한숨’을 불렀을 때는 그 매칭의 어색함을 “커다란 킹콩이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재치 있는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이 무명가수전에서 ‘이름’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故 임윤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 22호 가수 울라라세션이 SG워너비의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를 통해 故 임윤택에 대한 헌사를 담자, 김이나는 굳이 임윤택의 이름을 꺼내 ‘이름’을 마음껏 부르고 싶다는 말로 ‘무명가수전’이라는 이 오디션을 넘어서는 그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저는 그분의 이름을 불러도 되는 거 아닙니까? 임윤택씨에 대한 그리움이 말해서는 안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있어서는 안되는 슬픔이 아니라 그래도 여전히 여기서 계셔 주셔서 대놓고 그리워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너무 감사하다 라는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딘가 심사에 물이 오른 듯한 역대급 표현을 쏟아내는 김이나였다. 동쪽마녀, 서쪽마녀로 캐릭터화되어 ‘위치스’라는 팀으로 나왔던 31호, 34호 가수가 동방신기의 ‘주문 - MIROTIC’을 불렀을 때 김이나가 마치 “짤순이에 들어간 느낌”이라거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걸 “장인이 수타면 돌릴 때”로 표현하고, 심지어 “중력장이 비틀어지는 것 같다”고까지 말한 대목에서는 어떻게든 그 현장의 무대를 제대로 전하고픈 마음이 묻어난 바 있다.

역대급 무대를 보여주는 출연자들이 있고, 그 감흥을 제대로 전하고픈 심사위원이 있다는 것. 이것이 <싱어게인2>이라는 특별한 서바이벌 오디션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그런 점에서 마치 작사를 하듯 단어 하나하나를 끄집어내 무명의 가수들에게 저마다의 색깔을 입혀주는 김이나의 심사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면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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