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에 시한부... 김재욱이라도 ‘크레이지 러브’ 괜찮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 슬슬 봄인가. 멜로드라마들이 많아졌다. KBS 새 월화드라마 <크레이지 러브>도 그 중 하나로, ‘살인을 예고 받은 개차반 일타 강사와 시한부를 선고 받은 슈퍼을 비서가 그리는 달콤 살벌 대환장 크레이지 로맨스 드라마’다.

먼저 시선을 끄는 건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 거의 스타급 ‘일타 강사’가 등장한다는 설정이다. 고탑교육을 교육업계 1위로 올려놓은 일타 수학 강사 노고진(김재욱)의 등장은 마치 아이돌 팬 사인회를 방불케 한다. 길게 늘어선 팬들이 아이들만이 아닌 엄마들이 있다는 게 조금 다른 특징이지만.

이건 아무래도 최근 실제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일타 강사들이 거의 스타급의 인기를 끄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정승제 같은 수학 일타 강사는 방송가에서도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현실이라, 이들에 대한 판타지가 멜로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직업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성공해 잘 나가는데다 아이돌처럼 잘 생기기까지 한 남자주인공이 ‘개차반’의 인성을 보여주는 점이나, 그 밑에서 한 달을 못 버티고 떠나는 비서자리를 1년을 버텨낸 이신아(정수정) 같은 캔디 캐릭터가 보여주는 관계는 너무나 많은 오피스 멜로드라마에 등장한 것이긴 하다. 그래도 이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캐릭터들과 관계 설정에도 <크레이지 러브>가 흥미를 끄는 건 일타강사라는 그 직업적 세계를 슬쩍 들여다보는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1년을 버텨온 이신아가 건강검진을 통해 시한부 선고를 받는 상황이다. 게다가 다음 회 예고를 보면 노고진이 사고로 기억상실이라고 의사가 말하고 이신아가 거짓으로 그의 약혼녀라고 주장하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예고편이라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쉽게 기억상실과 시한부 설정 같은 게 등장하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상투성을 드러내는 건 아닌가 싶은 우려를 만든다.

<크레이지 러브>에 반전요소는 분명 있다. 슈퍼을이었던 비서 이신아가 이제 시한부라는 상황을 인지하고는 ‘개차반’ 슈퍼갑 노고진을 쥐락펴락하는 반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직장상사인 남성과 부하직원인 여성이 그 위계적 상황을 뛰어넘어 사랑에 골인하는 오피스 드라마는 사실 다소 뻔하고 아슬아슬한 지점도 있지만, 그 상황을 시한부 설정으로 뒤집어보려는 이 드라마의 시도는 그래도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궁금증이 남는 대목이다.

과연 <크레이지 러브>는 어떤 전개를 보여줄까. 노고진이라는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김재욱의 매력은 분명하지만, 시한부에 기억상실까지 나오는 다소 상투적인 설정들은 그 기대감을 상쇄시키는 대목이다. 그저 그런 뻔한 멜로드라마가 될지, 아니면 조금은 색다른 드라마로 기억될지는 아마도 다음 회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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