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씽어즈’, 배우들이 만드는 음악 예능의 만찬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뜨거운 씽어즈>는 최근 시작된 예능 중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든다는 컨셉트로 각자 노래 실력을 소개하는 무대와 첫 합창곡을 결정하는 단계까지 선보였는데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으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출연자는 김영옥, 나문희, 김광규, 장현성, 이종혁, 최대철, 이병준, 우현, 이서환, 윤유선, 우미화, 서이숙, 박준면, 정영주 등 배우와 가수지만 연기자 경험이 있는 권인하, 그리고 MC 전현무가 합창단원으로 등장한다. 새 멤버가 추가되기도 하고 김문정 음악 감독과 밴드 잔나비 리더 최정훈이 합창을 가르치고 돕는다.

특징이라면 최대철(44)이 막내일 정도로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전설적인 노배우 등 유명 배우와 이름은 아직 대중들이 잘 기억 못 하지만 인상적인 연기로 눈도장을 찍는 신스틸러들이 뒤섞여있다. 자기소개 무대에서 ‘오르막길’을 완성도 높게 부르며 오랜 뮤지컬 무대 내공을 드러낸 이서환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노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

<뜨거운 씽어즈>가 최근 예능 중 남달리 흥미로운 점은 예능적으로 다양한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합창이 소재인 예능은 <남자의 자격> 등에서 선보인 적 있어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배우들이 합창을 한다는 점이 일단 신선하다.

최근 각광을 받는 예능 패턴 중 전문가가 인접한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는 구조가 있다. 타 종목 레전드가 축구에 도전하는 <뭉쳐야 찬다>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스포츠 예능 붐을 일으켰던 것처럼 <뜨거운 씽어즈>도 만랩의 배우들이 전문적으로 노래에 도전해보는 과정은 재미를 불러일으킬 요소가 충분하다.

우선 배우가 연기와 같은 표현 예술 장르인 노래는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실제로 배우들은 1, 2회에 걸쳐 진행된 자기소개 개인 무대에서 뮤지컬 출신들은 상당한 수준의 가창력을 보여줬고, 연기만 해온 배우들도 발성이나 창법이 전문 가수에는 못 미치더라도 연기로 다진 강력한 표현 전달력으로 감동과 흥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성장 예능이라는 점도 <뜨거운 씽어즈>의 강점이다. 개개인의 음악적 잠재력은 만만치 않지만 합창은 또 다른 차원이라 하모니의 완성도를 위해 배우들이 각자 능력을 어떻게 올려놓을지도 이 프로그램에 눈길이 가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전문가가 타 분야에 도전해보는 예능의 기본 요소인 ‘고생시키기’도 <뜨거운 씽어즈>의 재미를 높일 듯하다. 성장 예능에는 도전하는 미션에서의 성장을 위해 가혹한 트레이닝 과정이 필수적인데 시청자들은 자신의 영역에서는 능수능란하고 어려움 없어 보이는 최고 전문가들이 새 분야에서 성장을 위해 힘들어하는 모습에서 일종의 가학적 재미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더해 음악 예능의 결과물인 노래 자체가 주는 감동도 <뜨거운 씽어즈>의 성공에 힘을 보탤 듯하다. <남자의 자격> 합창편이 ‘넬라 판타지아’ 등 여러 곡을 사랑받게 하면서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누렸듯 음악 예능에서 선보이는 곡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이는 강력한 장치들이다.

최근 방영분에서 공개된 <뜨거운 씽어즈>의 합창곡은 영화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로 대중적 접근성이 극대화된 곡은 아니다. 좀 더 합창의 전문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 이 곡도 큰 인기를 누릴지는 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다음 회부터 단원들이 부분적으로 뭉쳐 선보이는 소규모 앙상블 무대를 통해 대중적으로 호소력을 갖춘 무대들이 많이 등장할 분위기다.

<뜨거운 씽어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듯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요. 물음표로 가득한 젊은이들에게 노래로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시니어벤져스들의 유쾌 발랄 뮤직드라마’라는 기획 의도에서 알 수 있듯 경륜이 전할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위안도 담아내려 노력할 듯하다. 합창곡 ‘This is me’가 자존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함의가 있는 것처럼 <뜨거운 싱어즈>의 노래들은 예능이지만 의미를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할 듯하다.

강력한 두 치트키가 있기도 하다. 김영옥, 나문희 두 노배우는 노래 기량을 떠나, 부르는 노래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를 실어 듣는 이의 마음에 격한 감동을 일으킨다. 첫 회에 나문희의 ‘나의 옛날 이야기’와 김영옥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 이 두 곡만으로도 <뜨거운 싱어즈>를 끝까지 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이쯤 되면 <뜨거운 싱어즈>는 음악 예능, 성장 예능의 맛깔난 요리들로 잘 차려진 만찬 같은 느낌도 준다. 단, <뜨거운 싱어즈>의 장점들은 자칫하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멤버들이 시니어이고 노래에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점 등은 잘못하면 활력과 발랄함이 떨어져 예능으로서의 기본 재미는 배제된 채 무게감만 남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뜨거운 싱어즈>가 음악으로 성장해 함께 하는 조화의 감동과 재미를 전하는 예능으로 잘 자리매김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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