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더스클럽’, 아이 엄마라 더 치열해진 심리극

[엔터미디어=정덕현] 갑자기 스릴러로 바뀌었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엄마들의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성적과 미래 가능성을 두고 엄마들이 벌이는 질투와 시기 같은 걸 다루는 정도의 드라마인 줄 알았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갑자기 진하(김규리)가 펜트하우스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스릴러가 됐다.

과연 진하는 자살한 게 맞을까. 평시에도 불안 불안했던 심리상태를 보였던 그였다. 집착이 심하고 그래서 남편 루이(최광록)가 다시 은표(이요원)를 만난 것을 너무나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였다. 뭐든 제 손아귀에 쥐려는 욕망을 가진 진하는 그래서 과거 프랑스에서 은표와 사귀었던 루이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진하는 은표에도 집착했다. 아마도 어려서 자살한 엄마 때문에 채워지지 않는 갈망들이 친구도 연인도 집착하게 만든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은표는 진하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 아닐까 하며 괴로워한다. 진하의 그런 집착을 밀어내려 했고, 마침 루이가 제안한 책을 쓰는 일을 진하 몰래 하려했었기 때문에, 루이와 자신의 관계를 의심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괴로워하는 은표를 마치 도와주기라도 하듯 춘희(추자현)가 챙겨줬지만, 뒤늦게 진하가 죽기 직전 춘희를 만났었다는 걸 알게 된 은표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며 춘희를 추궁한다. 죄책감 때문에 진하의 죽음이 춘희 때문이라고 믿고 싶은 것.

실제로 춘희는 진하를 죽기 직전에 만났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춘희에게 보낸 편지에 ‘죽어서도 너의 악행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점은 그가 진하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 편지를 진하가 썼다는 증거는 없다. 특히 그 글귀가 자필이 아닌 프린트된 거라는 점은 또 다른 누군가가 진하에 대한 복수심에 편지를 남긴 것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를 테면 춘희 때문에 아이가 다른 학교로 가게 된 다른 엄마라던가.

춘희가 결혼 전 간호사였고 남편 주석(최덕문)은 그 병원 마취과 의사였으며, 그 병원에 오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윤주(주민경)의 남편 만수(윤경호)였다는 사실은 이들의 관계에도 무언가 얽힌 사건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춘희와 만수는 결혼 전 서로 사귀었던 연인 관계였지만 지금은 각각의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언제든 이 과거사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면 또 다른 파국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이처럼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고심하는 엄마들의 이야기처럼 시작했지만, 점점 미스터리와 스릴러라는 본래 장르의 색깔을 드러내는 중이다. 은표의 남편 재웅(최재림)이 형사라는 설정 자체가 사실 이런 장르로의 변환을 애초부터 기획하고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학교 엄마들 커뮤니티라는 설정을 더해 놓은 걸까. 그건 바로 이 아이들 엄마라는 특징이 이 드라마가 그리는 스릴러와 미스터리 설정을 더 쫀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표와 언니 동생 하던 춘희가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형사이자 은표의 남편인 재웅에게 갑자기 진하의 죽음이 남편의 불륜과 관계가 있고 그 상대가 은표라는 걸 은근히 흘리게 되는 건 아이들 문제로 인해 촉발된 감정과 관련이 있다. 즉 은표의 아들이 영재원에 들어갔지만 자신의 딸 유빈이는 떨어진 상황이 춘희의 감정을 더욱 부추겼다는 것.

<그린마더스클럽>은 아이들 교육을 떠맡게 된 엄마들의 현실적인 고충들을 그리면서,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사건들이 더 격해지기도 하는 그런 상황들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 스릴러에는 엄마들의 치열한 ‘심리전’이 깔려 있다. 저 마다 아이 엄마로서 갖고 있는 감정과 심리들이 부딪치고 그래서 사건으로 터지기도 하고 때론 그 사건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야기. <그린마더스클럽>이 보여주는 여러 장르의 편재나 독특한 서사구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진하의 죽음으로 연쇄적으로 터지는 사건들 속에 엄마들의 심리가 깔려 있는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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