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마이 라이프’, 이준기의 인생 리셋, 함께 해서 더 몰입된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뻔한 사이다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인생 리셋’이라는 판타지 콘셉트를 통해 색다른 묘미를 선사하는 드라마.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건 되살아나 복수한다는 전개가 아니라, 복수를 위해 인생을 재설계한다는 콘셉트 때문이다.

복수극의 최종목표는 자신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조태섭(이경영) 의원이지만,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희우(이준기)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바꿔 나가야 한다. 그래서 교통사고로 사망할 위기에 놓였던 부모를 살리고, 고교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규리(홍비라)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될 처지가 되자 경매의 신으로 불리는 우용수(이순재)를 찾아가 그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도 배우게 되며 나아가 우용수의 재산도 물려받게 된다.

그런데 리셋 이전의 희우의 삶에서 우용수 역시 그의 부동산을 노리는 조태섭의 작전에 의해 재산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인물이다. 결국 희우는 우용수를 살려냄으로써 자신의 기반을 넓혀 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타인을 도움으로써 그것이 다시 자신의 기반이 되는 서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희우는 아버지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게 된 박상만(지찬)을 돕고, 그래서 박상만은 억울함을 풀어준 희우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손과 발이 되어준다. 또 7년 후 검사에 임용된 희우는 연수원 수석 성적을 거뒀지만 김산지청이라는 시골을 자청한다. 그런데 그가 그 곳에 가게 된 이유는 리셋 이전에 김산지청장 전석규(김철기)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석규는 당시 김산지청에 부임해 경찰청장, 국회의원, 시장과 유채파라는 지역 조폭이 카르텔을 만들어 도박, 마약, 인신매매까지 일삼는 사실을 갖은 무시와 모욕을 참아내며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훗날 검사 옷을 벗으며 희우에게 그 조사한 자료를 건넸던 인물. 이미 리셋 이전의 삶을 통해 김산지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의 카르텔을 모두 알고 있는 희우는 그곳으로 자청해 내려와 그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희우는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는 걸 알고는 의도적으로 조태섭의 충복인 김석훈(최광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걸 전제로 전석규를 포함해 서울로 입성할 계획을 하나하나 실현해간다. 규리, 한미를 도와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우용수, 박상만, 전석규 같은 인물들의 인생을 바꿔 역시 자신과 협력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인생 리셋을 통해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이것은 다분히 무협지적 서사(바닥으로 내쳐진 인물이 여러 인연과 기연들을 얻어 이를 통해 복수하는)이지만,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투영된 서사이기도 하다. 즉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혼자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그와 관계된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바뀌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희우라는 인물 혼자의 성장 서사라면 어딘가 앙상해졌을 이야기가 매회 다양한 스토리로 몰입감을 잃지 않게 된 건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가진 이런 삶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이다. 자신의 성장과 복수를 위해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들의 위기를 극복해주고 성장을 돕는 희우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평이해질 수 있었던 복수극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는 것. 이것이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힘을 잃지 않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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