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전편보다 뛰어난 또다른 이유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영화 <탑건: 매버릭> 개봉 전후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꼭 전편을 보아야 하나요?”

그렇게 간단한 질문은 아니다. 일단 전편을 보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이냐. 그건 아니다. <탑건: 매버릭>에는 캐릭터 이해에 꼭 필요한 이전 영화의 정보들이 촘촘하게 깔려있다. 하지만 전편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풍부한 영화여서 아무래도 전편을 보고 가는 게 낫다. 영화의 대부분이 전편을 본 관객들이 보다 큰 울림을 느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이렇게 답하면 다음 질문에 들어온다. “전편은 옛날 영화인데 재미있을까요?”

질문이 절반쯤 잘못됐다. 재미있는 옛날 영화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21세기 영화가 오락의 정점에 있다는 착각은 접어두시길. 하지만 <탑건>이 <탑건: 매버릭>보다 ‘재미없는’ 영화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건 왕년에 엄청 재미있었던 영화가 세월이 지나면서 힘을 잃었다는 말이 아니다. <탑건>은 원래부터 딱 그 정도 영화였다.

<탑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개봉 당시 흥행 1위를 차지한 히트작이었고 톰 크루즈가 지금 위치에 오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시에도 사람들은 노골적인 군대 프로파간다와 우익 성향, 클리셰로 범벅이 된 나쁜 각본을 지적했다.

영화 '탑건'
영화 '탑건'

21세기 블록버스터 관객들은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당황할 텐데, 사실 이 영화는 공군 액션물이 아니라 멋들어진 직종에 종사하는 젊은 백인 남자의 꿈과 사랑을 그린 오피스 로맨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탑건>은 톰 크루즈가 바텐더로 나오는 로맨스 영화 <칵테일>이나 <탑건> 패러디 영화 <못말리는 비행사>보다 제작비가 덜 들어갔다. 그리고 <못말리는 비행사>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탑건>보다 훨씬 높고, 사람들이 <탑건>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장면이나 설정 상당수는 사실 <못말리는 비행사>에서 온 것이다.

<탑건>은 영화 자체보다는 파편화된 이미지로 더 잘 기억되는 영화이다. 198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들, 그러니까 <제국의 역습>, <이티>, <괴물>과 같은 영화들이 지금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되는지를 보라. 하지만 <탑건>은 끝내주는 음악, 금속 탈것을 타고 다니는 톰 크루즈, 근육질 남자 군인들이 만들어내는 호모 에로틱한 분위기에 대한 조각들만 남는다. 그리고 후대 사람들은 이들을 조립해 실제와는 조금 다른 영화의 기억을 만들어낸다.

영화 '못말리는 비행사'
영화 '못말리는 비행사'

<탑건: 매버릭>은 속편이자 리메이크이다. 전편의 주인공 매버릭의 30여년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전편의 이야기를 거의 다시 반복하기 때문이다. 단지 여기서 전편은 <못말리는 비행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겠다. 영화의 기둥이 되는 핵무기 공장 파괴 미션, 파괴된 전투기의 비상착륙, 여성 파일럿(이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지만), 안경 쓴 동료와 같은 것들은 <탑건>이 아닌 <못말리는 비행사>에서 나왔다. 속편을 만드는 사람들도 두 영화를 헛갈렸거나 굳이 둘을 구분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리메이크로서 <탑건: 매버릭>은 개선된 액션영화이다. 전편 <탑건>은 액션 영화로서 여러 모로 헐겁다. 프롤로그와 마지막 공중전을 제외하면 비행기가 나오는 부분은 모두 훈련이고 그마저도 비중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심지어 마지막 공중전은 전체 영화 스토리와 별 상관없이 순전히 주인공의 기량을 뽐내기 위한 장치로 삽입되었다. 실제 미군의 지원을 받은 공중전 장면은 현실감이 넘치긴 하지만 정작 스토리와는 잘 연결되지 않으며. 비행기와 파일럿은 종종 따로 논다. 이 모든 건 액션영화를 기대하고 <탑건>을 보러 온 관객들을 실망시킨 요소인데, 이번 영화는 이를 대부분 해결한다.

<탑건: 매버릭>에서 (정말로 어려운) 미션은 영화 시작과 함께 주어지며 훈련은 그 구체적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클라이맥스가 되는 공중전 액션은 (수상쩍을 정도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후반부와 비슷하다) 훨씬 정교하고 박진감 넘치게 짜여져 있다. 무엇보다 F-5를 미그-28이라고 우기는 전작과는 달리 적기의 묘사도 상대적으로 정확하다. 이는 훨씬 대자본을 들인 대작을 만드는 표준적 절차를 반영한 결과물 때문에 이를 인식하면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점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속편으로서 <탑건: 매버릭>은 전편이 꼭 필요하다. 전편의 자기도취에 빠진 젊은이가 30여년의 세월을 겪으면서 어른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전히 매버릭은 상사들과 충돌하는 반항아지만 적어도 전편의 멋대로 노는 느낌은 없다. 이번 영화 속 매버릭의 우선순위 맨 위에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캐릭터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그 성장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톰 크루즈의 개인적 매력에도 불구하고 전편의 매버릭 캐릭터를 수상쩍게 보았던 관객들도 이번 영화에서는 만족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감흥은 지난 30여 년간 할리우드 스타로서 성장해온 배우의 궤도와도 영리하게 겹쳐진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탑건: 매버릭><탑건><못말리는 비행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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