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진 ‘공생의 법칙2’, 생고생 아닌 의미와 재미있는 고생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 “진짜 재밌다. 마치 스포츠를 하는 것 같아” SBS 예능 <공생의 법칙2>에서 김병만은 미국 일리노이 강에서 침입성 잉어를 잡는 대회 레드넥 피싱 토너먼트 축제에 참여해 그렇게 말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어종 다양성을 해치는 침입성 잉어. 그걸 잡는 축제에 참여한 소회를 말한 것이지만, 처음 이 강에서 이 잉어를 목격했을 때만 해도 이런 재밌다는 반응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지난 회 첫 방송된 <공생의 법칙2>에서 김병만과 배정남 그리고 박군은 그 강에서 침입성 잉어를 연구하는 팀과 함께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면서 공포에 가까운 전율을 경험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침입성 잉어들이 강 여기저기서 튀어 오르는 광경이 그들을 압도했고, 배 위로 올라오거나 날아와 몸을 때리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크게는 1m를 넘기도 하는 침입성 잉어는 무게도 엄청난데다 머리가 단단해 몸에 부딪치면 크게 다칠 위험도 있었다. 실제로 배정남은 대회에서 잉어에게 맞아 멍든 다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침입성 잉어를 잡아서 생태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만으로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건 <공생의 법칙> 시즌1을 김병만이 우스갯소리로 ‘고생의 법칙’이라고 부르며 말 그대로 생고생을 했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강에서 생태계 교란 어종인 블루길을 배 한 가득 잡으며 고생했던 그 기억.

시즌2 시작을 바로 그 블루길을 잡았던 강에서부터 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김병만과 배정남 그리고 박군이 생고생을 해서 블루길을 잡았으니 이제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다시 그물을 끌어올렸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여전히 쏟아져 나오는 블루길을 보면서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고 그래서 해외에서 하는 방법들을 배우기 위해 미국 일리노이주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곳에서 침입성 잉어를 잡는 레드넥 피싱 토너먼트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환경운동이 축제로 승화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그 엄청나게 무겁고 또 위험하기도 한 침입성 잉어를 잡는 걸 일종의 대회로 만들고,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재미를 부여한 것. 축제를 실감하게 한 건 대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마치 할로윈 축제처럼 갖가지 코스튬을 하고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ESG 거북선’을 띄우고 배정남은 이순신 장군 콘셉트로, 김병만과 박군은 각각 포졸과 수군으로 분장을 함으로써 축제에 참여한 이들의 시선을 잡아끌었고 결국 대회 주최 측에서 주는 의상상을 받았다.

하지만 김병만이 얻은 더 큰 수확은 마치 스포츠를 하는 것처럼 생태계 교란종을 잡는 일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에는 낯설어 잡는 것도 힘들어 했지만, 역시 김병만답게 금세 적응한 그는 침입성 잉어를 척척 뜰채로 잡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배정남과 박군 역시 척척 호흡을 맞추게 됐다. 결국 첫 대회 참가에 117마리를 잡아 전체 4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사실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이를 막기 위한 행동까지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어가려면 뜻만 갖고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이를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고생’이 주는 살풍경한 광경만으로는 <공생의 법칙> 또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시즌2가 고생을 하긴 해도 좀 더 즐거운 느낌을 주려는 건 그런 이유일 게다. 더 이상 ‘고생의 법칙’이 아닌 진정한 ‘공생의 법칙’을 찾을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